[사설]NLL 논란, 여야가 ‘不動의 영토선’ 합의하고 끝내라

동아일보 입력 2013-07-15 03:00수정 2013-07-1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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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연장전 같은 퇴행정치에 국민은 지겹고 답답하다 민주당 홍익표 의원의 ‘귀태(鬼胎)’ 발언으로 중단됐던 국회 일정이 홍 의원의 사과와 원내대변인직 사퇴, 김한길 민주당 대표의 유감 표명으로 하루 만에 정상을 되찾았다. 그나마 다행이다. 그렇다고 여야의 갈등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홍 의원의 발언은 우발적으로 터져 나온 것이 아니라, 민주당 일각에 깔린 대통령선거 불복(不服) 심리를 반영하고 있다. 홍 의원은 올해 4월 트위터에 “18대 대선 결과는 무효다. 부전여전(父傳女傳). 박정희는 군대를 이용해서 대통령직을 찬탈했고, 그 딸인 박근혜는 국가정보원과 경찰조직을 이용해서 사실상 대통령직을 도둑질했다”는 글도 올렸다. 귀태 발언 못지않게 심각한 내용이다.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의원까지 “지난번 대선이 대단히 불공정하게 치러졌고, 그 혜택을 박 대통령이 받았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심리정보국 직원들이 선거와 관련한 댓글을 몇십 개 달았고, 이 사건에 대한 경찰의 초기 수사가 공정하지 못했다고 해도 이것이 대선 결과를 바꿔놓을 수는 없었다. 대선이 끝난 지 7개월 가까이 지났는데도 민주당에서 대선 불복과 관련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은 비정상이다. 지난해 대선 결과에 대한 민주당의 자기반성이 부족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대선의 의미는 변화와 희망이다. 국민이 5년간 국가를 경영할 대통령을 선택하면 패자는 아름다운 승복으로 다음을 기약하고, 승자는 패자를 끌어안으면서 국가 운영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하지만 여야는 지금 거꾸로 가고 있다. 국민은 대선 연장전 같은 끝없는 정쟁(政爭)이 지겹고 답답하다.

국정원의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관련 발언, 국정원의 선거 개입 의혹을 놓고 벌이는 진흙탕 싸움은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그 와중에 대선 불복성 발언과 막말 파문이 터지고 감사원의 4대강 감사 발표까지 더해지면서 민생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정치가 과거사에만 매달리다 현재와 미래의 문제를 매몰시켜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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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노 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일 앞에서 NLL을 포기하는 발언을 했느냐다. 발언 중에 ‘포기’라는 단어가 들어있지 않다고 해서 포기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 노 전 대통령은 김정일 앞에서 NLL을 ‘괴물’이라고 표현하면서, 국제법적인 근거도 없고 논리적 근거도 분명치 않다고 말했다. “NLL을 바꿔야 한다. 김정일 위원장과 생각이 같다”고도 했다. NLL은 우리의 해상 영토선이다. 아무리 서해평화지대(공동어로구역)라는 명분이 좋다한들 도발을 멈추지 않는 북한에 영토선을 양보하려 했다면 NLL 포기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김정일과 노 전 대통령의 10·4선언은 곧 이은 대통령선거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압도적 표차로 당선됨으로써 사실상 부도수표가 됐다.

여야가 합의한 대로 국가기록원에 보관된 대화록 등을 열람해 국정원이 공개한 대화록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본질에 차이가 없다면 더는 새로운 논란의 불씨를 만들 이유가 없다. 여야는 차제에 NLL이 ‘부동(不動)의 영토선’이라는 점을 확실하게 합의하고 논란을 끝내야 한다. 영토와 국가안보는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핵심 가치다.

국정원 국정조사는 애당초 정쟁의 소지가 다분했지만 기왕에 여야가 합의했다면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근절할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국정원 문제를 수세적이 아니라 선제적으로 풀어나갈 필요가 있다. 논란의 핵심을 잘 파악해 국정원이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국정원 개혁에 나서야 한다. 국정원의 자체 개혁에만 맡겨놓을 일이 아니라 정부와 여당이 앞장서서 야당과 국민이 수긍할 수 있는 개혁 청사진을 내놓아야 한다.

민주당은 두 차례 집권 경험이 있고 127명의 국회의원을 가진 제1 야당이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이 패한 것은 국민의 안보불안 심리를 자극한 것이 중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민주당은 그동안 반성의 시간을 가졌다지만 지금 그런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민심을 읽지 못하다 보니 지지율은 바닥이다. 민주당이 대선 불복 심리를 여과 없이 노출시키고,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을 비하하는 것은 다수 국민을 모욕하는 일이다.

박근혜정부와 새누리당은 국가 경영의 책임을 맡은 집권세력이다. 야당과 싸워 이기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국가를 제대로 경영해 국민의 선택을 빛나게 해야 한다. 야당도 국정 운영의 파트너인 만큼 설득하고 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제는 어렵고 민생은 고달프다. 국민의 삶이 힘들어지면 그 책임은 결국 정부와 여당이 질 수밖에 없다. 감사원 감사나 검찰 수사를 통해 한때 설움을 준 세력을 손보는 데 열중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 것도 박근혜정부에 득이 될 게 없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정치인들에게는 국민이 보이지 않고, 국민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모양”이라며 이러다가는 정치 무용론, 정당 무용론이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금은 어느 한 정당의 위기가 아니라 정치권 공동의 위기다. 새 정치는 상대를 인정하고 포용하는 금도(襟度)를 보이고, 절제와 인내심을 발휘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 정치가 태어나지 말아야 할 ‘귀태’라는 말을 듣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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