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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뉴스룸/주성하]김정은의 핵무기 어떤 용도일까

입력 2013-02-19 03:00업데이트 2013-02-1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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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하 국제부 기자
중국까지 나서서 사상 최고 수준의 압박을 했지만(하는 척일 수도 있지만) 북한의 핵실험 강행을 막진 못했다. 이를 통해 분명히 드러나는 사실은 김정은에겐 핵무기 포기 의사가 없다는 것이다. 하긴 김정은 입장에서 한 번 생각해 보자. 핵 포기를 하면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핵무기를 없애겠다고 하면 북한은 한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들에서 잘하면 매년 10억 달러 미만의 경제지원은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언제까지 줄진 모르겠지만, 손에 쥔 카드가 없으니 주는 대로 받는 수밖에 없다. 물론 그 원조도 공짜는 아닐 터. 개혁개방으로 나오면 더 많이 주겠다고 할 텐데 체제 유지에 독인 줄 뻔히 알면서 쉽게 먹긴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핵무기를 갖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인민들이 더이상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겠다’고 한 김정은의 말이 진심이라면 그는 핵무기를 만든 뒤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물론 김정은에겐 체제 유지가 제일 중요할 터. 인민생활 개선을 두 번째 과업 정도로만 여겨도 고맙겠다.

만약 내가 인민의 허리띠를 풀려는 진심을 갖고 있는 김정은이라면 핵무기를 가진 뒤 제일 먼저 과감한 군축을 제안할 것이다. 전쟁 억제력은 가졌으되 남침 의사는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120만 명인 북한군을 60만 명 선으로 확 줄일 테니 한미연합군도 확 줄이고 평화협정을 맺자고. 이건 정말 대단한 파격이다. 절약하는 국방비만 어마어마하니 미국이나 한국이 모르는 척하기도 어렵다.

그런데 사실 응하면 바보다. 1990년대 중반부터 북한의 출산율이 급감한 바람에 북한군은 향후 10년 뒤엔 30만 명 이상 자연 감축하게 돼 있다. 그나마 142cm짜리부터 입대시켜 머릿수를 채워 놓은 병력도 영양실조로 30% 정도는 구실을 못하고 있다. 결국 북한은 가만 두어도 병력 60만 명밖에 유지 못한다. 그러니 내가 김정은이면 먼저 시범을 보인다면서 병력을 확 줄일 것이다. 어차피 유지도 못할 판인데. 최근 평양 3000가구 건설에서 보다시피 북한은 국력을 총동원해도 한국의 30대 건설회사 하나의 능력에도 못 미친다. 이런 북한이 국방비를 반으로 줄이고, 수십만 청년을 경제회생에 돌린다면 이는 올핸 한국에서 몇 푼 받을까 고민하는 신세에 비할 바 없는 이득이다.

개인적으론 이왕 핵무기 보유 결심이 확고하다면 빨리 끝냈으면 했다. 국제사회의 제재로 피해 볼 인민도 생각하고, 제재하느라 피곤한 남쪽도 좀 생각해서 말이다. 한데 유감스럽게 능력이 안 되나 보다. 3차 핵실험은 이왕 하는 김에 한꺼번에 몇 차례의 실험을 동시에 할 줄 알았는데, 장약량만 늘리면 위력을 얼마든지 높이는 단순 실험만 했다. 진도가 2차와 별 차이 없다. 핵 놀음 언제까지 봐줘야 하나 생각하니 벌써 피곤하다.

끝으로 김정은도 이 정도는 알고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지금 북한 처지에 핵무기를 만들고도 군축을 안 하면 그건 핵을 부둥켜안고 망한 선배님들 따라 가는 길이라는 것을. 핵무기만으론 절대 체제를 지킬 수 없다는 진리를 말이다.

주성하 국제부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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