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Beauty]“환자의, 환자를 위한…” 환자중심 혁신 새바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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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메이오클리닉 벤치마킹… 국내병원 시스템 변화 나서

《미국 미네소타 주 로체스터에 위치한 메이오클리닉은 지난해 미국 최고의 병원으로 종합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메이오클리닉 주변에 위치한 16개의 환자용 호텔들은 지상 또는 지하로 모두 병원과 연결돼 있어 병원 접근성이 용이하다. 또 2059병상을 갖춘 이 병원엔 2014년에만 130만 명의 환자들이 찾았고 한 해 매출만 11조 원. 2700병상의 서울아산병원 매출 1조5000억의 7배를 넘는다. 더구나 메이오클리닉의 치료와 서비스에 감동을 받은 환자들이 내놓는 기부금만 2600억 원에 달한다. 병원의 이같은 발전의 중심엔 이 병원 16층에 자리한 메이오클리닉 혁신센터(CFI·Center For Innovation)가 있었다.》

미국 미네소타주 로체스터에 위치한 메이오클리닉 로비 사진. 지하 1층에 위치한 피아노 주위로 사람들이 연주를 듣기 위해 몰려있다.
미국 미네소타주 로체스터에 위치한 메이오클리닉 로비 사진. 지하 1층에 위치한 피아노 주위로 사람들이 연주를 듣기 위해 몰려있다.

변화 혁신 주도하는 메이오클리닉

CFI는 7년 전 직원 60명을 시작으로 ‘환자의 안전을 중요하게, 환자가 원하고 필요로 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사명을 갖고 병원 내에 조직한 환자 중심 혁신부서다. 구성원은 변호사, 정보기술(IT) 전문가, 디자이너, 간호사, 대학생 등으로 이들은 각자 분야에서 협업을 통해 지금까지 환자 중심의 혁신안 270여 개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바버라 스터리어 행정원장은 “팀에서 혁신안을 제출하면 5만 달러의 지원자금을 제공한다”면서 “이를 통해 아이디어가 상용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 결과, 의사 앞에 놓인 모니터를 360도 회전시켜 환자나 보호자들도 볼 수 있도록 진료실을 꾸몄고 당뇨병 고혈압 환자가 집이나 협력병원에서 원격진료를 받을 수 있는 진료실도 만들었다. 또 병원 로비엔 피아노를 연주하는 사람이 환자들의 신청곡을 즉석에서 받아 그 자리에서 연주해 주는 서비스도 시행하고 있다.

메이오클리닉은 한국처럼 한 명의 의사가 환자의 수술을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없다. 뇌수술의 경우 반드시 신경외과, 신경과, 재활의학과, 운동치료사 등 치료와 관련된 각 분야의 의료진 10여 명이 모여 위원회를 통해 결정한다. 이 때문에 오진이나 구태의연한 처방이 거의 없다.

스터리어 행정원장은 “메이오는 팀워크와 협업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개인에게 주는 인센티브가 없다”면서 “즉 5년 차 의사나 10년 차 의사나 월급은 거의 같다. 돈을 벌려면 메이오에 있지 말고 개원을 하는 것이 차라리 낫다”고 말했다.
메이오클리닉 혁신센터를 롤모델로만든 서울아산병원 이노베이션디자인센터에 근무하는 직원들.
메이오클리닉 혁신센터를 롤모델로만든 서울아산병원 이노베이션디자인센터에 근무하는 직원들.

국내서도 환자 중심 시스템 도입

국내에서도 미국의 메이오클리닉처럼 환자 중심 혁신센터 시스템을 받아들여 발 빠르게 움직이는 곳이 속속 생기고 있다. 대표적인 대형병원으로는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등이다. 세브란스병원은 2013년 3월에 방사선기사, 간호사, 사무직원 등 5명으로 구성된 세브란스 창의센터를 만들었다. 1인실 편의시설 개선과 수술복 개선, 연세암병원의 환자 중심의 진료 시스템 개발 등이 대표적 사례. 연세암병원에서는 늦은 밤 또는 이른 새벽에 영상촬영이나 채혈을 위해 잠을 설쳤던 환자를 위해 그 시간대엔 이러한 검사를 모두 중단하기로 했다.

서울아산병원도 2013년에 이노베이션디자인센터를 만들었다. 산업공학 간호 경영분석 등 다양한 분야의 전공자 10명이 근무 중이다. 이곳에서 수술환자 불안 감소 서비스, 퇴원 후 서비스 등을 시행 중이다. 특히 병원 치료 과정 중 환자들이 가장 불안감을 느끼고 걱정하는 부분이 수술 전 대기시간이라는 사실에 주목해 기존 20∼30분 수술 대기시간을 15분으로 줄였다. 또 환자를 무조건 침상에 눕혀 수술장으로 이동하는 대신 휠체어로 이동하는 방법도 적용해 환자들의 불안감을 최소화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2014년 MBA, 경영학 등 다양한 경험과 배경을 가진 실무인력 6명으로 구성된 미래혁신센터를 만들어 운영 중이다. 특히 이곳에선 요즘 환자중심 다학제 진료 지원을 위한 시스템 만들기가 한창 진행 중이다. 실제로 모아집중치료센터의 5대 선천성 기형 치료의 경우 산과, 신생아 중환자실, 소아외과, 소아흉부외과 의료진들이 한자리에 모여 아침 협진을 시행 중이다.

중·소형병원으로 확산되는 환자 중심 시스템

경기 고양시의 명지병원(750병상) 환자공감센터도 “환자의 경험이 곧 혁신이다”라는 모토로 2011년에 만들어졌다. 병원에서 환자가 경험하는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불편함을 없애야 다시 병원을 찾는다는 이야기다. 이곳엔 감금, 쇠창살, 편견이 없는 호텔 수준의 정신과 병동을 만들었고 놀이동산 같은 소아전용 응급실도 만들었다. 부산 부민병원의 서비스디자인센터는 환자가 병원에 들어와 퇴원하기까지의 사소한 부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병원 전체를 새롭게 디자인하기도 했다.

혁신센터를 준비 중인 병원도 많다. 경기 부천시 세종병원, 부천 예손병원, 서울의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경기 김포시의 뉴고려병원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병원에서는 환자 중심 혁신센터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인재들을 모집 중이다. 세종병원의 경우 2017년 제2병원인 메디플렉스 세종병원 개원을 앞두고 일상 업무에서 완전히 분리된 경영혁신팀을 발족했다.

뉴고려병원 유인상 원장은 “앞으로 기존 의료 인력만으로는 환자 중심의 병원을 만들기엔 부족하다”면서 “병원의 혁신을 위해서는 꼭 의료 분야만 아니고 다양한 분야에 경험이 있는 유능한 인력을 뽑아야만 환자 중심으로 병원을 혁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체스터=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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