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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스포츠

“시속 150km 무작정 던지면 위험… 엄청난 훈련 받쳐줘야 부상 없어”

입력 2017-07-19 03:00업데이트 2019-11-29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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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1순위 지명 배명고 곽빈 찾은 동문 선배 박철순
숱한 부상을 극복해 ‘불사조’로 불렸던 프로야구 원년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 박철순(오른쪽)과 배명고의 에이스 곽빈이 18일 서울 배명고 야구장에서 만났다. 오랜만에 모교를 찾은 박철순은 “투수는 야수를 오래 서 있게 하면 안 된다. 투 스트라이크 노 볼(2-0) 상황에서도 바로 정면승부를 할 수 있는 배짱 있는 투수가 됐으면 한다”며 어깨를 두드려줬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손목을 뒤로 제쳐놓고 공을 잡고 있다가 던질 때 스냅을 주고 채면서 던져야 해. 손목을 세워놓고 그대로 던지면 나중에 팔꿈치 아파서 수술한다. 던져봐. 그렇지! 좋아.”

한국 프로야구 전설의 투수인 ‘불사조’ 박철순 씨(61)가 모처럼 모교인 배명고를 찾았다. 평소 후배들에게 부담을 줄까 싶어 모교 방문을 좀처럼 하지 않던 그로서는 이례적인 발걸음이었다. 올해 고교야구 무대에서 가장 핫한 최고의 투수로 평가받는 배명고 곽빈(18)을 보기 위해서다. 고교 43년 후배인 곽빈은 2018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 1차 지명에서 두산에 뽑혔다.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부터 13시즌 동안 두산의 전신인 OB에서 활약하며 ‘두산맨’으로는 두 번째로 영구 결번(21번)을 받은 박 씨는 오랜만에 나온 동문 프로팀 직속 후배 투수를 가까이서 보고 싶어 했다.

곽빈을 보자마자 어깨를 감싸 안은 박 씨는 “투수는 러닝을 많이 해야 한다. 마운드에 오르면 긴장이 되고 흥분해서 입이 벌어지고 결국에는 숨을 쉬기 힘들어져 몸 밸런스가 무너지기 쉽다. 많이 달리면 달릴수록 그만큼 마운드에서 차분해진다”며 조언부터 했다. 아직도 KBO리그 역대 투수 최다 연승 기록(22연승)을 갖고 있는 대선배를 눈앞에서 본 곽빈은 “신기하다. 화면으로만 보던 선배님이 해주신 말씀을 무조건 잘 새겨듣겠다. 마운드에서 본 여유로운 경기 운영 능력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겠다”며 고마워했다.

곽빈은 “선배님처럼 40세까지 뛰어보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박 씨는 현재 기록이 깨졌지만 한때 최고령 완봉승(38세 5개월) 투수, 최고령 투수 출장 및 승리 투수(40세 5개월 22일), 최고령 세이브(40세 4개월 18일) 기록 등을 갖고 있었다. 15일 올스타전에서 승리 투수가 된 더스틴 니퍼트(두산·36세 2개월 9일)가 박 씨의 올스타전 최고령 승리 투수 기록(35세 3개월 1일)을 깼다. 남은 건 22연승(1982년). 박 씨는 현재 고교 무대에서 시속 150km의 강속구를 던지는 곽빈에게 구속이 주는 쾌감에 너무 기대지 말라는 조언도 했다. 박 씨는 “150km를 생각 없이 던지면 분명 1년 안에 부상을 입을 수 있다. 엄청난 훈련량이 뒷받침된 뒤 150km를 던져야 장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역 시절 배터리로 호흡을 맞췄던 포수 출신 두산 김태형 감독에게 곽빈이 지도를 받는다는 점도 뜻깊다. 박 씨는 “김 감독은 정말 투수를 편하게 해주는 스타일이었다. 내가 선배였지만 공 배합만큼은 김 감독이 포수로 있는 한 머리를 굴려본 적이 없다. 나와 너무 잘 맞았던 김 감독에게 빈이가 지도를 받게 돼서 기대가 크다. 대기만성형인 김 감독이 뚝심을 갖고 잘 키워줄 것”이라고 했다.

“빈아, 잘해보자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또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43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손을 맞잡은 둘의 목소리가 힘차게 들렸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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