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리토 번역 써보니··· 'AI·집단지성·전문 번역가 선택지로 완성도 높여'

  • 동아닷컴
  • 입력 2024년 4월 5일 19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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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을 기점으로 기계번역에 인공신경망 기술이 탑재되면서, 누구나 외국어를 클릭 한 번으로 번역하는 세상이 왔다. 인공신경망 번역 기술은 뇌가 학습하는 방식을 모방해 자연어를 번역하도록 설계된 체계로, 현재 구글을 비롯해 네이버 파파고, 딥엘(DeepL),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번역 기업들이 모두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이 다가 아니다. 번역 기술 확보에 많은 개발력과 자금이 필요하긴 하지만, 대량의 언어 데이터 없이는 사업을 시작할 수도 없다. 번역 서비스가 손에 꼽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플리토 서비스 메인 화면 / 출처=IT동아

국내 상황은 조금 다르다. 우리나라는 네이버 파파고가 널리 쓰이지만, 전문성을 따지자면 플리토(Flitto)도 빠지지 않는다. 플리토는 2012년 설립된 번역 기술 기업으로, 이미 2019년에 사용자 수 1000만 명을 기록할 정도로 이용자 수가 많다. 플리토는 타사 서비스와 다르게 기계 번역은 물론 집단지성 번역, 전문 번역가 번역이라는 선택지가 추가로 제공된다. 쉽고 간편하게 번역하거나, 완성도 높은 전문 번역을 함께 활용할 수 있다. 수많은 사용자들이 함께하는 번역 플랫폼 플리토를 직접 활용해 봤다.

총 25개 언어 지원··· 정확도 높은 작업에 초점

플리토 번역은 웹 페이지 플랫폼 혹은 애플리케이션으로 제공된다. 번역 기능은 한 번에 최대 5000자까지 번역하는 기본 번역과 AI로 문장을 다듬는 플리토 AI+ 번역을 무료로 쓸 수 있고, 문서, 유튜브 동영상, 교정 등의 기능도 제공된다. 네이버 지식인처럼 다른 참여자들에게 번역을 요청하는 집단지성 번역과 번역 전문가와 1:1로 연결하는 전문 번역도 유료로 쓸 수 있는데, 실력이 있다면 본인이 번역가로 직접 참여할 수 있다.

플리토 AI+ 번역을 활용하면 번역 조건을 지정해서 결과물을 최적화할 수 있다 / 출처=IT동아

기본 번역은 다른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문장을 입력하면, 자동으로 번역된다. 이때 원문을 그대로 입력하면 알아서 감지해 번역하고, 반대로 넣어도 알아서 감지 상태가 바뀐다. 덕분에 문장을 교차로 번역할 때 편리하다. 플리토 AI+는 원문의 톤을 자동 적용하거나, 학술, 비즈니스, 뉴스, 일반 정보, 마케팅, 문학, 대화까지 다양한 기조를 설정할 수 있고, 문장의 뜻이 바뀌지 않는 선에서 내용 흐름도 최적화한다. 번역할 데이터 형태를 지정하는 만큼 조금 더 번역 결과를 읽기 수월한 느낌이다.

문서 번역 혹은 유튜브 자막 번역 등도 맡길 수 있다 / 출처=IT동아

유료 번역은 문장 길이나 종류, 서비스에 따라 금액이 다르다. 집단지성 번역은 단문 최소 3분 이내로 작업되고, 약 300자 당 1달러 정도가 청구된다. 전문 번역은 전문가가 진행하는 만큼 훨씬 더 신뢰도가 높다. 비용은 1000자 당 20달러 선이고, 작업 속도는 요청에 따른다. 구글 번역에서는 무료로 제공되는 문서 번역은 사람이 직접 유료로 번역하며, 계약서나 논문 등 전문성을 요구하는 작업에 훨씬 적합하다.


언어 번역 이외에도 문장을 교정하는 유료 서비스도 있다 / 출처=플리토


다른 유료 번역 서비스인 딥엘과 비교해 유료 모델 자체가 다르다. 딥엘은 무제한 텍스트 번역과 데이터 보안, 20개의 문서 및 파일 편집, 최대 20MB의 파일 업로드 및 팀 별 작업 공유 등을 지원한다. 즉 번역의 품질보다는 팀 내 협업 효율, 활용도에 초점을 맞춘다. 반대로 플리토 번역은 구독이 아닌 단 건으로 계산하며, 사람에게 유료 번역을 위탁하므로 품질이나 완성도가 직접적으로 상향된다.

번역 품질 기대 이상, 한국인을 위한 번역 서비스라는 느낌

기본 번역 기능의 품질은 어떨까? 영문 번역을 하다 보면 번역기마다 같은 문장도 다르게 배열하는 걸 알 수 있다. 때에 따라서는 문법이 다른 건 물론, 문장 배치나 의역이 포함되기도 한다. 번역 업계에서는 문맥의 뜻을 바꾸지 않으면서 다른 말을 사용하는 걸 어휘 변용(패러프레이징)이라고 한다. 의역이 많으면 내용을 인지하기는 쉬우나, 자칫 다른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가벼운 내용이라면 문제가 없지만, 업무나 작업 측면이라면 호불호가 나뉜다.

상당히 한국적인 문구 하나를 입력한 뒤, 해당 결과를 다른 네 개의 번역기 결과와 비교했다. 타사 번역기 결과 비교는 플리토 서비스에서 기본 지원하는 기능이다 / 출처=IT동아

예를 들어 ‘후식 된장찌개 하나 주세요’라는 문장을 번역해 보자. 본인이 직접 번역한다면 I’d like to have a soy bean paste stew for dessert’ 정도가 되겠는데, 플리토는 I'd like to have a dessert soybean paste stew, 구글 번역은 ‘Please give me one soybean paste stew for dessert’라고 내놨다. 셋 다 문장이나 문맥의 뜻이 ‘식후에 된장찌개’를 달라는 의미를 정확히 담는다.

파파고 번역은 I'll have one doenjang-jjigae for dessert, please라고 고유명사를 그대로 번역했다. 맞는 번역이지만 고유명사를 모른다면 애매한 결과다. 딥엘은 I'd like a bowl of dried miso stew, please, 마이크로소프트는 A miso stew for dessert, please라고 보편적으로 이해하는 문장을 내놨다. 된장찌개를 미소 된장찌개로 이해했거나 아예 이해가 쉽게 어휘를 변용했다. 정확하게 뜻을 전달하거나, 문학 작품 등을 번역한다면 적절치 못한 번역이다.

집단 지성 서비스, 그리고 전문가를 통한 교정까지 제공

간단한 작업을 맡기는 집단지성 번역, 전문가를 통한 전문 번역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 출처=IT동아

플리토 번역의 핵심은 집단지성 및 전문가 번역이다. 기업이나 학업 등 기계 번역이 아닌 실제 번역이 필요한 경우, 구인 및 섭외 플랫폼 등을 통해 사람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작업의 난도에 따른 적합한 전문가를 선택하기 어렵고, 번역 절차나 비용도 문제다. 플리토는 집단지성으로 가벼운 번역을 맡기는 건 물론, 구인이 어려운 외국어 번역가도 알아서 찾아준다.

예를 들어 집단지성 번역을 요청하면 자동으로 번역 분량, 그리고 보상으로 지급할 포인트를 선택한다. 만약 분량에 비해 포인트가 낮다면 구인에 시간이 걸리겠지만, 신속한 번역이 필요하면 포인트를 더 많이 걸고 요청한다. 번역가를 위한 메모나 전문 분야를 설정해 효율을 높일 수도 있다.

전문 번역 역시 플리토가 검증한 사람이 참여하고, 또 자동으로 전문가가 설정되거나 작업자의 평점 등을 보고 직접 고를 수 있다. 서비스 유형 역시 단순 번역이나 원어민 교정, 전문가 검수 등으로 선택하고, 번역가를 찾기 힘든 아랍어, 힌디어, 포르투갈어 등도 맡길 수 있다. 생소한 작업에 따른 비용이나 견적 등도 자동으로 제시되는 게 장점이다.

다양한 부가 서비스로 번역 그 이상의 활용도 가능

광학문자인식(OCR)을 활용한 사업자, 기관용 유료 번역 서비스도 있다 / 출처=IT동아

외국어 관련 메뉴, 공간을 위한 비즈니스 서비스, 플리토 플레이스도 차별점이다. 기존 번역 서비스는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면, 증강현실로 번역 이미지를 보여주는 등의 기능은 있다. 하지만 이미지 품질이 좋지 않고, 또 상업적으로 쓰려면 새로 그래픽 작업을 해야 한다. 플리토는 구성에 따라 4개에서 8개 언어의 메뉴판 혹은 공간을 번역하는 구독 서비스를 제공한다.

예시의 식당은 한국인 관광객 방문이 많은 베트남 현지 식당인데, 플리토 플레이스를 구독해 메뉴판 그래픽을 번역한다. 단순히 메뉴 이미지를 등록하면 자동으로 최적의 번역이 이미지에 붙는다. 함께 생성된 QR 코드를 활용하면 자세한 항목과 설명도 볼 수 있다. 일반 사용자를 위한 서비스는 아니지만, 구글이나 딥엘 등 다른 번역에는 없는 편의 기능이다.

모국어에 충실한 번역 서비스, 다양한 기능도 핵심

플리토는 국립국어원의 한국어-외국어 병렬 말뭉치 사업을 4년 연속 수주할 정도로 한국어 번역 기술력을 인정받는 기업이다 / 출처=IT동아

플리토 번역의 최대 이점은 국내 기업 서비스라는 부분이다. 번역기 성능은 인공신경망 기술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양질의 데이터를 많이 보유하는가가 결정한다. 그 대상이 모국어라면, 당연히 번역 품질이나 완성도는 자국 기업 쪽이 나을 것이다. 실제로 플리토는 국립국어원이 주관하는 한국어-외국어 병렬 말뭉치 사업을 4년 연속 수주할 만큼 언어 기술력을 인정받는 기업이니, 번역 품질도 충실하다.

기본 번역과 플리토 AI+ 번역으로 번역의 정확도가 높은 구글 번역과 어휘 변용을 반영하는 딥엘 번역에 가까운 결과를 모두 제공하고, 다른 회사의 번역 결과를 동시에 검토하고, 상황에 따라서 유료 번역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점은 플리토 번역만의 이점이다. 정확한 문맥 확인과 분석이 필요한 번역 작업을 하거나,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작업이 많다면 다른 기업 서비스들보다도 확실히 매력적일 것이다.

IT동아 남시현 기자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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