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약은 초기 일시적 효과, 끊으면 ‘요요’ 불러”[베스트 닥터의 베스트 건강법]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3월 30일 01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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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다이어트 찾기]권영근 고려대 안암병원 비만대사센터 교수
비만 환자가 복용하는 전문의약품… 날씬한 몸매 원한다면 실효 없어
체중 감량 보장 광고, 과장이 많아… 당뇨 같은 동반질환 개선돼야 성공
수술치료, 깊은 고민-의사 상담 ‘꼭’

권영근 고려대 안암병원 비만대사센터 교수는 다이어트 약은 비만 치료의 보조 수단일 뿐 그것만으로 체중을 감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고려대 안암병원 제공
권영근 고려대 안암병원 비만대사센터 교수는 다이어트 약은 비만 치료의 보조 수단일 뿐 그것만으로 체중을 감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고려대 안암병원 제공
글로벌 제약사들이 새로운 비만치료제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지금까지의 약보다 체중 감량 효과가 더 큰 비만치료제가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다. 다이어트를 계획 중인 많은 이들이 ‘꿈의 다이어트약’이라 부르는 그 약이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비만치료제 시장은 점점 커지고 있다. 국내 제약사도 관련 약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궁금한 점이 있다. 이런 다이어트약들이 실제로 효과가 클까. 정말로 약이나 주사만으로도 체중이 쭉쭉 빠질까. 과체중이거나 비만이 아닌 사람도 이 약을 먹으면 날씬해질까. 고도비만 환자도 이 약을 쓰면 정상 체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궁금증은 또 생긴다. 다이어트약 말고 비만에서 벗어날 다른 방법은 없는 걸까. 식욕을 억제하기 위해 수술을 한다는데, 효과가 있는 걸까. 약물과 수술 치료에 대한 질문을 권영근 고려대 안암병원 비만대사센터 교수에게 던졌다. 권 교수는 다이어트약에 대한 인식부터 정립할 것을 강조했다.

● 약 쓰기 전, 이것만은 명심하자

권 교수는 “다이어트약은 내키면 아무 때나 먹는 약이 아니다. 비만치료제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비만 환자가 의사의 처방을 받고 먹어야 하는 전문의약품이라는 것. 당연히 비만치료제를 남용해서는 안 된다. 날씬한 몸매를 만들겠다며 비만치료제를 먹는다면 효과가 없을 뿐 아니라 부작용도 생기기 쉽다. 권 교수는 “비만치료제는 체중 감량을 돕기 위한 보조 수단이다. 약만 먹고 체중을 줄이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고 했다.

의학적으로 효과를 얻으려면 체질량지수(BMI) 25 이상 비만 환자일 때 사용해야 한다. 이 환자가 당뇨병, 고지혈증, 고혈압 같은 동반 질환이 있다면 쓰는 게 좋다. 이 경우 동반 질환도 함께 개선할 수 있다.

BMI는 체중(kg)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을 말한다. 국내 기준에 따르면 18.5∼22.9가 정상, 23∼24.9가 과체중, 25부터 비만에 해당하며 30을 넘어서면 고도비만으로 본다. 고도비만 환자는 약물만으로는 체중 감량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체중을 줄였다고 해도 그 상태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고도비만 환자는 약물 외에도 수술 치료를 병행할 때가 많다.

비만치료제들은 대부분 최근 등장했다. 따라서 5년 혹은 10년 이상 의학적 데이터가 부족하다. 물론 장기간 사용이 인정된 약은 대부분 부작용이 적다. 하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 권 교수는 “어떤 비만치료제는 3년 전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는데, 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판매가 중단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 약물별 장단점 알아두자


인터넷을 몇 분만 검색해도 다이어트 광고를 여러 번 접하게 된다. 특히 체중 감량을 보장하는 약물을 홍보하는 광고들이 넘쳐난다. 이런 광고를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 약물 효과가 뛰어나다고 부각하는 광고일수록 과장 광고일 확률이 높다. 권 교수는 “국내에서 장기간 사용 허가를 받은 비만치료제는 네 종류”라고 말했다. 성분명으로 구분하자면 △올리스타트 △펜터민/토피라메이트 △날트렉손/부프로피온 △리라글루타이드다.

이 약물들은 지방이 장에서 흡수되지 않도록 억제하거나, 식욕이나 음식만 보면 먹고 싶은 강한 욕구를 억제함으로써 음식 섭취량을 줄여 체중 감량을 유도한다. 혹은 포만감을 느끼게 해서 음식을 덜 먹도록 하는 약도 있다. 대부분 먹는 약이지만 주사제도 있다. 약물마다 부작용이 있다. 자신에게 적합한 약을 알아두는 게 좋다.

이 네 가지 비만치료제는 1년 사용할 때 대체로 5∼10% 체중 감량 효과가 있다. 체중이 80kg이라면 4∼8kg 정도 감량할 수 있다는 뜻이다. 체중을 더 줄여보겠다며 용량을 늘리거나 기간을 늘려 복용해도 그 이상 효과는 볼 수 없다. 비만치료제를 보조 수단이라고 하는 이유다.

새 비만치료제 2종류가 곧 국내에 출시된다. 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제품명 위고비)와 티르제파티드(제품명 젭바운드)다. 두 약물은 식욕 조절이나 포도당 대사 등에 관여하는 호르몬 역할을 하면서 체중을 뺀다. 임상시험에서 위고비는 15%, 젭바운드는 20%까지 체중을 감량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권 교수는 “두 약물은 비만과 제2형 당뇨병을 동시에 치료하는 효과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존 치료법으로 큰 성과를 보지 못한 환자에게 새로운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 고도비만 치료를 위한 수술법


BMI가 30 이상이고 나이가 18세 이상이면 비만 수술을 할 때 건강보험 혜택을 받는다. 다만 BMI가 30∼35라면 고혈압, 2형 당뇨병, 고지혈증, 비알코올성 지방간, 수면무호흡증, 관절질환, 천식, 다낭성난소증후군 등 비만에 동반한 질환이 한 가지 이상 있어야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수술 방법은 여러 종류가 있다. 과거에는 위장에 풍선을 넣어 섭취량을 줄이는 방법을 썼다. 이 방법은 6개월 정도 후 풍선을 빼면 체중이 원래대로 돌아가는 단점이 있다. 6개월여 만에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셈이 된다. 요즘에는 많이 시행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위의 상단부를 밴드로 조여 섭취량을 제한하는 위 밴드 시술은 합병증이 많이 생긴다는 보고가 많이 나오면서 최근 시술 건수가 줄었다.

요즘에는 위 소매 절제술이 가장 많이 시도된다. 마치 옷소매를 잘라내듯 위의 80%를 수직으로 잘라내는 방법이다. 공복 호르몬인 그렐린 수치가 감소해 식욕이 줄어들고 포만감이 커진다.

다음으로 자주 하는 수술은 위 우회술이다. 위의 상단 부분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잘라낸다. 이렇게 하면 음식물이 위장을 거치지 않고 바로 소장으로 가게 돼 음식 섭취량이 줄어든다. 식욕 조절 호르몬에도 영향을 미쳐 포만감을 키워준다.

수술 치료 결과는 어떨까. 권 교수는 “사람마다 체중 감량 정도는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12∼18개월 사이에 25∼30% 체중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몸무게가 100kg이라면 최대 70kg으로 줄어든다는 뜻.

혹시 요요 현상이 심하지는 않을까. 권 교수는 “체중이 원래대로 돌아가는 환자와 30% 감량에 못 미치는 환자를 모두 합쳐야 (전체 수술받은 사람의) 10%”라고 말했다. 체중 감량 효과가 확실히 크다는 것이다.

다만 이 다이어트는 과체중이나 비만 환자에게 적용하기 어렵다. 권 교수는 “약물과 달리 수술 치료는 위장 일부분을 잘라내는 것이다. 다시 원래 상태로 되돌릴 수 없다”며 신중하게 고민하고 의사와 상담한 후 결정할 것을 추천했다.

● 다이어트 원칙 준수가 성공 좌우


다이어트 성공 여부는 언제 판단할까. 권 교수는 “목표 체중 달성에 끝나지 않고 오랜 기간 요요 현상 없이 그 체중을 유지할 때 비로소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약만으로는 결코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다이어트에 성공하려면 길게 봐야 하며 식이요법과 운동을 병행하면서 생활방식 자체를 변화시켜야 한다”고 했다. 약물 다이어트는 초기에 효과가 있을 뿐, 약을 끊으면 거의 모두 식욕이 다시 올라오고 체중이 늘어난다는 것. 수술한다고 해도 생활방식을 개선하지 않으면 요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똑같다.

권 교수는 ‘다이어트=비만 치료’로 접근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따라서 체중 감량뿐 아니라 동반 질환도 함께 개선해야 비로소 삶의 질이 좋아지고 다이어트에 성공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미용 목적으로 비만치료제를 복용할 필요는 없다. 이 경우에도 식이요법과 운동을 병행하면서 생활방식을 개선해야 다이어트에 최종 성공하는 것이란다. 권 교수는 “이런 원칙들을 지키지 않으면서 약물에만 기댄다면 100% 다이어트에 실패한다는 점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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