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 양산 씌우고 대기에 얼음 분사… 온난화 특단 대책 나오나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3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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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대응하는 지구공학

우주에 차단막 세워 지구 식히기 테크니온이스라엘공대 교수 연구팀이 제시한 우주 차단막 원리를 설명하는 그림. 지구에서
 약 150만 km 떨어진 ‘라그랑주 포인트’에 무게가 250만 t에 달하는 거대한 차단막을 설치함으로써 태양열을 차단해 지구 
온도를 낮추자는 계획이다. 에셔 우주연구소 제공
우주에 차단막 세워 지구 식히기 테크니온이스라엘공대 교수 연구팀이 제시한 우주 차단막 원리를 설명하는 그림. 지구에서 약 150만 km 떨어진 ‘라그랑주 포인트’에 무게가 250만 t에 달하는 거대한 차단막을 설치함으로써 태양열을 차단해 지구 온도를 낮추자는 계획이다. 에셔 우주연구소 제공
지구 온난화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 각국이 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는 진단이 속속 나온다. 지난해 11월 제임스 핸슨 미국 컬럼비아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연구팀이 공개한 연구 결과가 대표적이다. 연구팀은 당시 탄소 배출 감축 노력만으로는 지구 온난화를 막기 어렵다는 내용을 담은 데이터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탄소 배출 감축 외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과학자들은 지구를 식히기 위한 다양한 공학 아이디어를 잇달아 제시하고 나섰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과학자들은 2월 말 지구 대기에 얼음을 뿌려 지구 온도를 낮추자는 야심 찬 전략을 공개했다. 이에 앞서 지구로 들어오는 태양에너지를 줄이는 차단막을 띄우거나 성층권에 미세한 입자를 뿌려 햇빛을 반사시키자는 아이디어도 제시됐다. 인위적으로 지구를 식히는 지구공학적 아이디어에 대한 부작용 우려도 나오지만 지구 온난화를 늦추는 최후의 수단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 비행기 띄워 성층권 수증기 얼려


NASA가 제시한 지구 대기에 얼음을 뿌리는 아이디어는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공개됐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연구팀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성층권 아래에 얼음 입자를 뿌리고 수증기를 줄여 지구 온도를 낮추자는 것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수증기는 지구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수증기가 지구에서 방출되는 열을 흡수해 우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는다. 성층권엔 원래 수증기가 거의 없어야 하지만 지구 온도가 상승하면서 증발하는 물의 양이 많아져 성층권에도 수증기가 늘고 있다. 성층권에 수증기가 많이 유입되면 지구에서 우주 공간으로 빠져나가지 못한 복사열 때문에 지구가 뜨거워진다.

연구팀은 모델링과 관측 자료 분석을 통해 성층권에 해당하는 약 17km 고도를 비행하는 고고도 비행기를 이용해 성층권에 얼음 입자를 뿌리는 방법을 제시했다. 뿌려진 얼음 입자가 성층권의 온도를 낮추면 수증기를 얼려 얼음이 생긴다. 결국 이 얼음을 지상으로 떨어지게 해 성층권의 수증기를 줄인다는 아이디어다. 연구팀은 매주 2t의 얼음 입자를 방출하면 지구 온도를 충분히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를 이끈 조슈아 슈워즈 NOAA 화학과학연구실 교수는 “연구팀이 제시한 방법을 당장 구현할 수는 없지만 미래에 어떤 방법이 가능할지 미리 탐구하고 연구 방향을 파악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 인위적 기후 변경 생태계 악영향 우려도


우주에 차단막을 띄워 지구로 전달되는 태양에너지를 줄이자는 아이디어도 있다. 마치 지구에 양산을 씌우듯 태양열을 차단해 지구를 식히자는 전략이다. 선행 연구에 따르면 차단막으로 태양열을 2%만 차단하더라도 지구의 온도는 약 1.5도 떨어진다.

요람 로젠 이스라엘 테크니온이스라엘공대 교수 연구팀이 지난달 이 같은 원리의 우주 차단막 시제품을 제작할 준비가 됐다고 밝혀 주목받았다. 지구에서 약 150만 km 떨어진 ‘라그랑주 포인트’에 무게가 250만 t에 달하는 거대한 차단막을 설치하는 계획이다. 라그랑주 포인트는 태양과 지구 사이의 중력이 평형을 이루고 있어 차단막을 고정할 수 있는 지점이다.

이스라엘 연구진의 시도에 과학자들 간 의견은 엇갈린다. 현재 기술로는 막대한 크기의 차단막을 우주에 발사하는 비용을 마련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적 의견과 우주에서 부품을 조립하는 방식으로 차단막을 설치할 수 있다는 긍정적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성층권에 미세한 입자를 뿌려 햇빛을 반사시키자는 아이디어는 화산 폭발 때 분출되는 화산재나 먼지 입자들이 햇빛을 차단한다는 것에 착안한 이론이다.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은 이론을 직접 검증하기 위해 2021년 대형 기구에 탄산칼슘 입자 600kg을 싣고 지상 20km 성층권에 올라가 탄산칼슘을 뿌려 입자가 햇빛을 막는 효과를 실험하는 ‘스코펙스(SCoPEx·성층권통제섭동 실험)’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이 밖에 바닷물을 이용해 해양 위에 인공구름을 만들어 태양 빛을 반사하는 아이디어, 우주에 거대한 거울을 설치해 햇빛이 지구에 도달하는 것을 막고 햇빛을 우주로 반사해 지구의 온도를 낮추자는 계획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온다.

효과가 기대되지만 지구공학적인 아이디어가 인위적으로 기후를 바꾸는 만큼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장기적으로 햇빛을 차단해 일사량이 떨어지면 지금은 확인하기 어려운 이상 현상이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이 2021년 6월 스웨덴 북부에서 스코펙스 실험을 진행하려고 했지만 기상 패턴을 교란시켜 지구 환경을 오히려 해칠 것이라는 스웨덴 환경단체와 지역 주민 등의 반대에 부딪혀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이채린 동아사이언스 기자 rini113@donga.com
#기후위기#대응#지구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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