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기필코 반드시 끊는다!”…금연 성공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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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12월 27일 08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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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금연의 날’인 지난 5월 31일 서울시내 거리에서 시민들이 흡연을 하고 있다.  2023.5.31/뉴스1
‘세계 금연의 날’인 지난 5월 31일 서울시내 거리에서 시민들이 흡연을 하고 있다. 2023.5.31/뉴스1
“나 내년엔 반드시 기필코 담배 끊는다. 이번엔 진짜 끊는다!”

A씨는 오늘도 다짐한다. 해가 바뀔 때마다 “올해는 꼭 담배를 끊으리라” 금연 맹세를 해보지만 ‘작심삼일’은 커녕 하루도 못 가 백기를 들고 만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2024년부터는 꼭 금연자로 살아볼 생각이다.

흡연자라면 A씨의 이런 다짐이 남 일처럼 느껴지지 않을 듯하다. 실제로 금연 의지를 다져도 며칠 지나지 않아 다시 담배를 사고 ‘난 결국 담배에서 못 벗어나는 건가’ 절망에 빠지기 일쑤다.

흡연량이 많은 ‘고도 흡연자’(하루 20개비(1갑) 혹은 2갑씩 10년 이상 담배를 피운 흡연자)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고도 흡연자에게 받은 금연 일기를 보면 그 고통은 더욱 절절하게 느껴진다.

B씨가 아내에게 금연을 선언한 것은 2002년. 하지만 그의 금연 의지는 단 30분 만에 무너졌다. 금단 현상으로 안절부절못하고 그의 머릿속은 온통 담배 생각으로 가득찼다.

B씨는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끊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며 “심지어 동네 화분 위에 버려진 담배꽁초를 주워 몰래 피우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B씨는 그렇게 금연을 실패하고 체념한 채 13년간 담배를 더 피웠다. 흡연자로 맞이한 2015년 1월 1일. B씨는 다시 금연 의지를 불태웠다. B씨는 “금연을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며 “힘들어 죽을 것 같았지만 흡연 욕구를 억누르기 위해 틈나는 대로 물을 마시고 산책을 하고 흡연으로 인해 손상된 장기 사진을 찾아보고 금연 성공담을 읽는 등 고군분투해 금연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뉴스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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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 따르면 흡연자의 70% 정도는 금연을 생각하고 30~40%는 금연을 시도한다. 하지만 그 시도는 성공으로 이어지기 매우 힘들다.

실제로 올해 국가금연지원센터를 이용해 금연에 도전한 22만2829명 중 성공한 사람은 6만2501명(28%)에 불과하다. 10명 중 7명이 실패했다는 것이다.

아예 금연을 생각지도 못하는 흡연자들도 있다. 이들은 니코틴 의존도, 금단 증상에 대한 두려움, 반복적인 금연 실패 경험 등의 이유로 금연할 생각을 하지 못하거나 시도할 엄두도 못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흡연을 어린 나이에 시작한 경우는 더 담배를 끊기 힘들어진다. 개발원에 따르면 흡연자의 80%는 18세 이전에 흡연을 시작하는데 담배를 일찍 시작하면 늦은 나이에 시작하는 경우에 비해 의존성이 높아지고 성인이 됐을 때 매일 흡연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알려져 있다.

흡연자들은 본인이 원하는 혈중 니코틴 농도를 유지하기 위해 흡연의 빈도와 양을 조절한다. 체내에 흡수된 니코틴의 대사 속도는 개인차가 있을 수 있는데, 유전적 요인으로 인해 니코틴 대사가 빠른 사람들은 니코틴 대사가 천천히 이루어지는 사람들에 비해 더 많은 담배를 피우게 되며, 금연 시도 시 더 심한 금단증상을 호소하고 금연하기도 어렵다. 또 평균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니코틴 대사 속도가 빨라 금연이 더 힘들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흡연은 폐암 등 질병 발생과의 인과관계가 뚜렷하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금연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흡연 관련 진료비 추정액은 2021년 3조5000억원에 이르고 흡연으로 사망하는 인구도 우리나라에서만 매년 6만2000여 명에 달한다.

이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로 일했던 정기석 건보공단 이사장은 지난 8월 열린 담배 소송 세미나에서 “담배의 중독성이 마약과 다르지 않다”며 “의과대학에선 담배가 일으키는 암으로 설암, 방광암, 췌장암, 폐암 등을 배운다”고 금연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무턱대고 금연을 선언한 뒤 불굴의 의지로만 욕구를 참으려 한다면 금연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금연에도 전략이 필요한 이유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 관계자는 “단번에 금연을 결심하고 시도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최소화해야 한다”며 “스스로의 흡연 행태와 습관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금연 시도 상황에서 다양한 담배 대체 방안과 흡연 충동에 대한 조절 및 대처 방법을 찾아 실행해 금연의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는 고도흡연자들이 다양한 흡연 욕구 상황에서 담배를 중단하는 연습을 통해 흡연 습관을 먼저 바꾸고 금연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흡연 욕구가 느껴지는 시점, 상황, 장소를 파악하고 그중 1~2개를 선택해 해당 조건에서 단기간의 금연을 달성 하도록 시도한 뒤 점차 상황, 조건, 횟수, 시간을 늘려가면서 효과적인 금연 전략을 세우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담배를 1~2시간이나 하루 동안 끊어보거나 기상 직후, 커피나 술을 마실 때, 식후 등과 같은 특정 상황과 조건에서 담배를 참아 보게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이런 단기 금연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서 운영하는 금연상담전화서비스를 통해 금연 의지 확인, 금연 결심, 금연실천, 금연 유지 등의 단계별 금연상담을 받을 수 있다.

금연 하루 전부터 금연 7일 또는 30일간 금연 성공까지 전담 상담사가 예약된 시간에 전화해 금단증상과 흡연에 대한 극심한 갈망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개인 단기 프로그램, 더 나아가 장기적인 금연 유지를 위한 상담도 제공한다.

또 보건소 금연클리닉, 찾아가는 금연지원서비스, 금연캠프 등도 운영하고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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