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혈 줄기세포로 무릎 연골 재생… “퇴행성관절염도 완치 가능”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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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제이에스병원
제대혈서 세포 추출해 뼈에 이식… 뼈 삭제 적고 근본 치료 가능
중동 등 외국인 환자도 많이 찾아
연골 복구돼 다양한 운동 가능
히딩크 전 축구감독-씨름선수 등… 수술 후 자유롭게 스포츠 활동

“보이죠? 하얗고 촘촘하게 만들어진 연골이 . 저는 매번 보면서도 경이롭습니다.”

내시경으로 찍은 무릎 연골 사진은 치료 전과 후가 명확하게 차이 났다. 우윳빛으로 뽀얗게 올라온 연골은 손상되고 찢어진 무릎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건강해 보였다.

강남제이에스병원은 무릎 연골 재생 줄기세포 치료 병원으로 유명하다. 2014년 거스 히딩크 전 축구 국가대표 감독이 이 병원에서 제대혈 줄기세포 치료를 받고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무릎 퇴행성관절염은 관절을 보호하는 연골이 닳아 염증과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연골의 점진적 손상 혹은 퇴행성 변화로 인해 발생한다. 연골이 손상될 경우 관절을 이루는 뼈와 주변 연부 조직 등에도 손상이 생긴다. 이는 환자에게 극심한 고통을 안겨 준다.

무릎 퇴행성관절염을 유발하는 요인은 다양하다. 나이와 성별, 유전적 요인과 비만 등에 따라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외에도 하지의 부정 정렬 등이 주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질 좋은 연골 재생이 관건… 의료진 선택 중요
연골이 모두 닳아 없어진 말기에는 주로 손상된 관절을 제거하고 인공 삽입물을 넣는 인공관절 수술을 시행한다. 송준섭 강남제이에스병원 대표원장은 “고령층에서 주로 발병하던 퇴행성 무릎 관절염의 발병 나이가 점점 낮아지고 있다”라며 “인공관절도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이 한정돼 있어 이른 나이에 인공관절 수술은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퇴행성관절염 환자에게 인공관절 수술 대안으로 제대혈 줄기세포 이식술이 있다. 우리 몸은 회복 능력이 있다. 새살이 돋고 부러진 뼈가 스스로 붙는다. 그러나 연골은 다르다. 재생되지 않는 소모성 조직이다. 외상으로 손상되고 나이가 들며 마모되는 연골 부위를 회복시키는 치료법이 연골 재생 줄기세포 치료다.

송 원장은 “과거엔 퇴행성 마모로 인한 연골 손상이 많았으나 지금은 여기에 더해 젊은 나이의 스포츠 손상 환자가 늘어나는 추세”라며 “반복적으로 충격받은 부위에 국소적으로 연골이 망가지는 손상이 많다”고 말했다. 연골 결손으로 뼈가 드러날 정도면 병변 부위가 확장되면서 문제를 일으킨다. 깨져 나간 연골 부스러기들이 관절 안에서 떠돌아다니다 활액막을 자극해 염증을 일으키고 붓게 한다. 염증 반응으로 나오는 물질은 연골을 연쇄적으로 공격해 관절염을 악화시킨다. 따라서 늦지 않게 치료받는 것이 좋다.

연골 재생 줄기세포 치료는 뼈에 인위적으로 구멍을 뚫어 골수 자극을 하고 제대혈 줄기세포를 주입해 연골을 재생시킨다. 이때 정상 부위를 건드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재생된 연골이 잘 생착되면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그렇지 않고 연골이 떨어져 나가 증상을 일으키면 재수술하기도 한다.

강남제이에스병원이 사용하는 제대혈 줄기세포는 자가혈 줄기세포와는 다르다. 메디포스트가 개발한 태아 탯줄 제대혈에서 추출한 중간 간엽세포를 활용한다. 이 간엽세포는 연골로 생성될 확률이 97.5%다. 1개의 줄기세포를 일주일 동안 배양하면 750만 개의 줄기세포를 얻을 수 있다. 수술 30분 전 줄기세포가 담긴 병이 병원에 도착한다. 세포는 48시간밖에 살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수술은 먼저 무릎을 절개하고 뼈에 구멍을 내는 걸로 시작한다. 뼈에 구멍이 나면 피가 나오고 거기에 줄기세포를 착상시키면 뼈 주위에 연골을 만드는 호르몬이 자극받아 연골로 분화되는 원리다.

줄기세포 치료는 인공관절에 비해 뼈 삭제량이 적다.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해 수술 후에도 대부분의 스포츠 활동이 가능하다. 10대 때 제대혈 줄기세포 이식술을 받은 장성우 선수는 다른 병원에서 씨름을 그만둬야 한다고 진단받았지만 강남제이에스병원에서 수술받고 천하장사와 백두장사 타이틀까지 거머쥐었다.

외국인까지 찾는 제대혈 줄기세포 이식술
강남제이에스병원의 제대혈 줄기세포 이식술이 2500건이 넘었다. 국내는 물론 세계 의료기관을 포함한 최대 횟수다.

히딩크 감독의 치료 사례가 알려지면서 매해 많은 외국인 환자가 퇴행성관절염 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을 찾는다. 그중에서도 가장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는 나라는 중동 국가다. 나라가 가지고 있는 부에 비해 의료 인프라 수준이 턱없이 낮기 때문이다. 특히 카타르는 7월 주한 카타르 대사관이 본국의 환자를 잘 진료해줘 고맙다는 메시지 카드와 선물을 병원으로 보내기도 했다. 이는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다.

11월에는 ‘2023년 하반기 강남구 의료관광 협력 기관’으로 선정돼 한국관광공사 웰니스팀과 함께 대한민국 대표 의료기관으로 해외 박람회에 참여하고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2023 한국 의료관광대전과 2023 한-인니 메디컬 로드쇼, 2023 카타르 트래블마트에도 참가한 바 있다.

히딩크 감독의 제대혈 줄기세포 이식술이 성공적으로 이뤄짐과 동시에 병원은 10년 동안 계속해서 치료법을 적용한 환자의 임상 데이터를 수집해 왔다. 강남제이에스병원은 퇴행성관절염이 완치할 수 있는 질환임을 세계 학회 발표를 통해 알릴 계획이다.

또한 송 원장과 김나민 원장은 심한 변형이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제대혈 줄기세포 이식술에 ‘근위부 경골 절골술(HTO)’을 접목한 치료법을 개발했다. 치료법에 붙인 ‘제이 스토미’라는 명칭도 공식적인 수술법으로 발표하고자 준비하고 있다. 제이 스토미는 연골 손상 부위를 균등하게 조절하고 골 치유를 촉진함으로써 제대혈 줄기세포 이식술의 효과를 극대화한다. 송 원장은 “이미 2500여 케이스 중 약 1100 사례에 제이 스토미 치료법을 적용했으며 이에 대한 입증 데이터가 준비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송 원장은 다양한 연령대의 환자를 대상으로 수년간의 추적 조사를 시행하고 연구 결과를 토대로 국제 학술지에 여섯 편의 SCI-E급 논문을 발표했다.

“히딩크 감독 반대쪽 무릎 이식도 성공… 고령에도 경과 좋아”

제대혈 줄기세포 이식술은 2013년도까지만 해도 ‘아직 검증되지 않는 단계’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히딩크 감독이 퇴행성관절염 완치 판정을 받은 국내 1호 환자가 되면서 인공관절치환술의 대안으로 서서히 인정받게 된다. 2014년 1월 강남제이에스병원에서 제대혈 줄기세포 이식술을 받은 히딩크 감독이 10개월 만에 완치 판정을 받았다.

당시 관절염으로 고통받던 히딩크 감독은 유럽과 미국 등 여러 의료기관에서 진료와 수술을 받았음에도 관절염이 계속 심해져 다리를 절뚝거렸고 일정이 있을 때면 휠체어를 타고 다녔다.

미국과 독일 등의 병원에서는 인공관절 수술을 권했고 고민하던 차에 한국 국가대표팀 주치의인 강남제이에스병원의 송준섭 원장과 연이 닿았다. 히딩크 감독은 송 원장에게 ‘무릎에 인공관절을 넣는 것 외에 다른 수술 방법은 없냐’고 물었다. 송 원장은 탯줄 속 혈액(제대혈)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원료로 하는 ‘카티스템’을 추천했고 히딩크 감독은 고심 끝에 송 원장을 믿고 수술을 결심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히딩크 감독은 일 년 만에 테니스와 골프를 즐길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한 연골을 가지게 됐다. 히딩크 감독은 한 방송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참 많은 선물을 받았지만 무릎 수술이 단연 최고의 선물”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히딩크 감독은 작년 왼쪽 무릎도 제대혈 줄기세포 이식술을 받았다. 77세라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젊은 사람만큼 좋은 경과를 보여주고 있다는 후문이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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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혈 줄기세포 치료를 위해 진료받고 있는 거스 히딩크 전 축구 국가대표 감독(왼쪽)과 송준섭 원장(맨 오른쪽). 강남제이에스병원 제공

제대혈 줄기세포 치료를 위해 진료받고 있는 거스 히딩크 전 축구 국가대표 감독(왼쪽)과 송준섭 원장(맨 오른쪽). 강남제이에스병원 제공

송준섭 강남제이에스병원 대표원장.

송준섭 강남제이에스병원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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