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속 3km에 이산화탄소 차곡차곡… 연간 1000만 t 저장 가능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8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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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탈탄소 허브’를 가다
다윈 액화천연가스 터미널에 ‘탄소포집저장 플랜트’ 구축
폐가스전을 탄소 저장고로 활용… 최대 18% 추출해 지중 저장
“탈탄소 산업에 적극 투자할 것”

호주 북부 다윈 LNG터미널 내에 위치한 바유운단 가스전과 연결된 파이프라인. 바유운단 가스전이 고갈되면 이 파이프라인을 통해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바유운단으로 주입한다. SK E&S 제공
호주 북부 다윈 LNG터미널 내에 위치한 바유운단 가스전과 연결된 파이프라인. 바유운단 가스전이 고갈되면 이 파이프라인을 통해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바유운단으로 주입한다. SK E&S 제공
호주 대륙의 북단 적도와 가까운 노던준주 다윈시. 시내에서 자동차로 40분가량 떨어진 해안에 자리 잡은 다윈항 인근에는 약 200만 ㎡(약 60만 평) 규모의 ‘다윈 액화천연가스(LNG)터미널’이 있다. 16일 오후 찾은 이곳엔 ‘바유운단 고갈 가스전’에서 얻은 천연가스로부터 불순물인 이산화탄소(CO₂)를 포집하는 설비가 가동되고 있었다. 2005년부터 18년간 가동 중이라고 했다.

“지금까지는 CO₂를 포집하고 배출하는 데 그쳤지만 앞으로 이곳은 연간 1000만 t의 CO를 저장하는 허브가 될 것입니다. 올해 말 고갈되는 바유운단 가스전은 거대한 탄소 저장소로 변모해 탄소포집저장(CCS)이 한 번에 구현될 예정입니다.”

호주 최대 에너지기업 산토스의 리처드 힝클리 호주 북부 및 동티모르 담당 부사장은 아파트 13층에 해당하는 약 37m 높이의 탄소 포집 설비 앞에서 이같이 설명했다. 바유운단과는 별도로 다윈시 북서부 해상에서는 ‘바로사 가스전’ 개발이 한창이다. 바로사에서 천연가스가 본격 생산되면 다윈 LNG터미널은 연간 1000만 t 규모 ‘탄소포집저장(CCS) 플랜트’가 된다. 다윈 CCS 플랜트 프로젝트에는 한국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SK E&S가 참여했다. 프로젝트 지분 25%를 2020년 인수하면서다.

● “천연가스에 포함된 CO₂ 최대 18% 포집해 저장”
LNG터미널 내에 이산화탄소 분리 공정을 위한 탄소 포집 설비가 설치되어 있다. SK E&S 제공
LNG터미널 내에 이산화탄소 분리 공정을 위한 탄소 포집 설비가 설치되어 있다. SK E&S 제공
다윈 LNG터미널의 탄소 포집 시설은 바유운단에서 생산된 천연가스에 포함된 CO₂를 추출하기 위해 구축됐다. 바유운단 가스전에 포함된 CO₂ 비중은 최대 6%다. 질소 유기화합물의 일종인 아민계 흡수제를 위에서 빗방울처럼 뿌려주면 흡수제가 천연가스에 포함된 CO₂만 흡수한다. 여기에 2차로 열을 가해 CO₂와 흡수제를 분리하는 ‘습식 포집’ 방식이 활용됐다.

CO₂ 포집 설비 바로 옆에는 바로사 가스전산 천연가스의 CO₂ 포집 설비가 들어설 부지가 눈에 들어왔다. 이곳에는 구멍이 많은 다공성 금속 유기골격체로 만든 멤브레인을 활용해 CO₂를 걸러내는 설비가 구축될 예정이다. 바로사 가스전에서 생산되는 천연가스에는 CO₂가 최대 12% 포함돼 있다는 점을 감안해 천연가스에서 CO₂를 최대 12%까지 포집할 수 있도록 설계된다. 힝클리 부사장은 “신규 설비가 구축되면 기존 설비가 포집할 수 있는 6%를 합쳐 최대 18%의 CO₂를 천연가스로부터 포집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 바유운단 고갈 가스전이 거대한 CO₂ 저장고로
포집된 CO₂는 바유운단 고갈 가스전으로 옮겨져 지중 저장된다. 다윈시에서 약 500km 떨어진 바유운단까지 천연가스 운송을 위해 만들어졌던 해저 파이프라인을 그대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힝클리 부사장은 “바유운단과 연결된 파이프라인으로 CO₂를 주입하면 바유운단 고갈 가스전의 지하 약 3km 지점 사암층에 연간 1000만 t을 저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유운단으로 운송된 CO₂는 온도 31도, 압력 75기압 이상인 초임계 상태로 저장돼 안전성도 확보됐다는 설명이다. 초임계는 점도는 기체와 비슷하고 밀도는 액체처럼 높은 상태를 의미한다.

특히 현재 개발 중인 바로사 가스전에서 생산된 천연가스는 다윈 LNG터미널로 운송하고, 이곳에서 포집한 CO₂를 고갈 가스전인 바유운단에 저장함에 따라 탄소 포집과 저장(CCS)을 동시에 완성하는 에너지개발 사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0여 년간 호주 바로사 가스전 개발에 참여해 누적 1조5000억 원을 투자한 SK E&S는 “바유운단처럼 고갈 가스전을 CO₂ 저장 플랜트로 활용하면 20년간 천연가스 시추 과정에서 축적된 지정학적 데이터와 분석 결과물이 있어 CO₂ 주입과 관리가 용이하고 경제적”이라고 설명했다.

● 새로운 저장소 탐사하고 주민 의견 수렴도
다윈시가 속한 호주 노던준주는 CCS프로젝트 외에도 탈탄소 허브를 염두에 둔 ‘미들암 프로젝트’도 구상하고 있다. 현지 천연가스 개발에 필요한 CCS뿐만 아니라 탈탄소 산업에 적극 투자해 탄소를 수입해 저장하는 비즈니스를 개발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호주 노던준주 북서쪽에 위치한 ‘보나파르트 분지’가 탄소 지중저장에 적합한지 초기 탐사 중이다.

바로사 가스전 사업에 대한 국내외 환경단체의 반발과 이와 관련한 노던준주의 대응도 적극적이다. 현지에서 만난 니콜 매니슨 호주 노던준주 부총리는 “환경단체와 주민들의 목소리를 잘 듣고 있다”며 “산토스 등이 주민과 협의를 깊게 하고 있으며 노던준주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윈=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reborn@donga.com
#땅속 3km에 이산화탄소#탈탄소 허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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