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신장까지 아픈 복부 대동맥 환자…시술만으로 치료 성공

  • 뉴시스
  • 입력 2023년 7월 20일 10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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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맥류 개복수술에 심장·콩팥질환 동반
서울성모병원, 복강 내 4개혈관 정밀시술

국내 의료진이 복부 대동맥류 수술 이력이 있고 심장과 콩팥(신장)질환까지 동반한 고령의 복합질환자를 맞춤형 복강 내 혈관 정밀 시술로 치료하는 데 성공했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심뇌혈관병원 대동맥말초혈관센터 박순철·김장용(혈관·이식외과), 천호종(영상의학과) 교수팀은 최근 70대 대동맥 희귀질환자를 대상으로 복강 내 복강동맥, 상장간막동맥, 양측 콩팥동맥 등 4개의 혈관마다 정밀한 시술이 필요한 ‘t-Branch 스텐트-그라프트’ 치료에 성공했다고 20일 밝혔다.

환자는 이미 복부 대동맥류로 수 년 전 개복 수술을 한 차례 받았다. 대동맥류는 대동맥 일부가 풍선처럼 서서히 부풀어 오르다가 어느 순간 압력이 높아지면서 파열하는 혈관 질환이다. 복부 대동맥류의 가장 큰 원인은 혈관 노화로, 인구 고령화에 따라 발생률도 증가하고 있다. 대부분 증상 없이 크기가 커지기 때문에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고, 모르고 지내다가 갑자기 파열되면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환자는 이전 시술했던 위치와 달리 복강동맥, 상장간막동맥, 콩팥동맥과 같은 내장혈관이 있는 복부 대동맥에서 다시 대동맥류가 발생했고, 심장과 가까운 흉부 대동맥에도 또 다른 대동맥류가 동반돼 있었다.

이 경우 혈관 내 치료인 대동맥 중재시술로는 치료가 어려워 배와 가슴을 모두 열어야 수술이 가능하다. 대동맥류가 발생한 부위를 전부 인조혈관으로 대체하고, 내장으로 가는 혈관도 각각 인조혈관으로 연결해야 해 장시간의 수술이 필요하다.

하지만 환자는 고령으로 심장질환과 신장질환도 동반하고 있어 장시간 수술 시 회복에 상당한 기간이 걸리고, 예상치 못한 합병증이 생길 가능성이 높았다.

의료진은 배와 가슴을 여는 수술 대신 식품의약품안전처 산하 한국의료기기안전정보원의 희소의료기기인 ‘t-Branch 스텐트-그라프트’ 치료를 검토했다. 복부 대동맥류 개복 수술을 받았던 환자여서 새로운 스텐트 시술의 어려움이 예상됐지만, 철저한 시술 전 계획과 맞춤형 치료를 적용한 ‘대동맥 혈관 내 스텐트-그라프트 삽입술’을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t-Branch 스텐트-그라프트 삽입 시술’은 복강 내 복강동맥, 상장간막동맥, 양측 콩팥동맥 등 총 4개의 혈관마다 정밀한 시술이 필요해 다른 시술보다 훨씬 높은 숙련도가 필요하다. 병원은 많은 경험과 수 개월 간의 철저한 준비를 바탕으로 3시간 만에 시술에 성공했다. 환자는 시술 후 합병증 없이 빠르게 회복해 건강하게 퇴원했다.

이날 시술에는 대동맥질환 명의인 독일 함부르크대병원 틸로 쾰벨(Tilo K?lbel) 교수가 참관했다. 틸로 교수는 “치료가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t-Branch 스텐트-그라프트 삽입술을 계획대로 차분하게 진행해 성공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밝혔다.

대동맥말초동맥센터장인 박 교수는 “‘t-branch 스텐트-그라프트’를 이용한 시술은 국내에서는 10례 정도로 아직 도입 단계 이지만, 이번 시술 성공으로 앞으로도 혈관·이식외과에서 수술 치료가 어려운 환자에게 맞춤형 시술법을 적극 적용해 건강을 되찾게 하고, 국내 혈관질환 치료를 선도하는 대동맥말초동맥센터가 되도록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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