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과학영재 한 자리에… “연구 공유하니 축제 온 듯 즐거워”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7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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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서 열린 ‘2023 KSA 과학축전’
20개국 참가한 학술·문화 교류 행사… ‘과학과 미래’ 주제로 콘테스트 개최
기후변화-환경 문제 가장 많이 다뤄… 한국팀은 컴퓨터공학 분야로 참가
“친구들 연구에 자극 받아” 소감도

지구환경 분야에 참가한 한국과학영재학교(KSA)-싱가포르 NUS고등학교 공동 연구팀이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KSA 제공
지구환경 분야에 참가한 한국과학영재학교(KSA)-싱가포르 NUS고등학교 공동 연구팀이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KSA 제공
‘개와 사람한테 물린 후 생긴 박테리아는 어떻게 다를까.’

네덜란드 고등학교 오둘푸스 리세움에서 온 영재들이 28일 부산에 있는 KAIST 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KSA)에서 발표한 연구 주제 중 하나다. 연구 결과, 개와 마찬가지로 사람의 구강 내에도 위험한 박테리아가 있을 수 있어 상처를 간과하지 말고 병원에 가야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다소 엉뚱하지만 일상에서 한 번쯤 의문을 가질 법한 연구 주제다.

네덜란드 학생들이 참가한 행사는 27∼30일 열린 ‘2023 KSA 과학축전(KSASF)’이다. 이 행사는 KSA가 주최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KAIST가 후원하는 국제학술·문화 교류 행사다. 2008년 첫 개최 이후 올해 14회를 맞이했다. 2023 KSASF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처음으로 열린 대면 행사다.

● ‘수학 이론’ 활용한 한국 학생들 눈길
올해 KSASF에선 미국, 호주, 중국, 태국, 케냐 등 전 세계 20개국 29개 학교에서 과학영재로 꼽히는 초·중등학생 90여 명과 인솔교사 50여 명이 참가했다. 나흘간 열리는 KSASF의 꽃은 전 세계 영재들이 ‘과학과 미래’를 주제로 한 자신들의 연구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겨루는 콘테스트다. 도전장을 내민 팀은 지구환경과학 7팀, 생물학 8팀, 화학 8팀, 물리학 6팀, 융합공학 2팀, 컴퓨터공학 8팀으로 6개 분야 39개 팀이다.

한국에서도 7팀 15명이 참가했다. ‘수학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 수상이 꿈인 김지원 군(18·KSA)은 ‘세그멘테이션’이라는 연구 주제로 컴퓨터공학 분야에서 발표했다. 세그멘테이션은 이미지에서 원하는 물체를 인식한 뒤, 그 물체만 추출하는 기술이다. 역시 컴퓨터공학 분야 참가자인 이윤상(17)·이채민(17)·박예서 군(17·이상 KSA)은 매듭이론 알고리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수학에서 3차원 공간에 들어 있는 단순폐곡선을 매듭이라고 한다. 매듭이론은 이를 설명하는 고난도 수학 이론 중 하나다. 이들은 매듭이론 선행 연구에서 한 번도 시도되지 않은 방법을 사용해 수수께끼를 풀어낸 알고리즘을 소개했다. 이 연구로 올 3월 학술지인 ‘청소년과학창의연구’에 논문을 게재한 데다 지난해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 ‘지구환경 문제’ 가장 많이 다뤄져
기후변화와 환경 문제는 기존 과학자들만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리호이 힘(16), 트세 록 얀 군(16·이상 홍콩GT 칼리지)은 홍콩 수산물 시장에서 판매 중인 조개류 속 중금속의 양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싱가포르 NUS고교와 KSA의 공동 연구팀은 지구의 기상 상태를 관측하는 위성인 노아위성의 측정 결과를 분석해 한국과 싱가포르의 기후변화를 비교한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팀은 “중국 산업 지대에서 발생한 미세먼지가 한국과 싱가포르의 대기를 오염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오 분야에 참가한 켈빈 리 군이 옥수수와 고구마의 에탄올 추출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박건희 동아사이언스 기자 wissen@donga.com
바이오 분야에 참가한 켈빈 리 군이 옥수수와 고구마의 에탄올 추출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박건희 동아사이언스 기자 wissen@donga.com
미국 켈빈 리 군(18·세인트존스 스쿨)은 활기찬 목소리로 “옥수수 대신 고구마를 심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이오연료인 에탄올은 옥수수 대신 고구마에서 추출하면 더 많은 양의 에탄올을 만들 수 있다는 연구 결과다. 리 군은 본인이 고구마를 으깨 에탄올을 추출할 때 사용한 도구를 발표장에 직접 들고 와 관심을 집중시켰다.

● “경쟁 아닌 축제… 서로 자극받는 미래 과학자들”
이번 행사에 참가한 전 세계 영재들은 치열한 발표 경쟁 속에서도 축제 분위기를 즐겼다. 해외에서 온 참가자들도 다른 팀의 발표를 경청하고 열렬히 박수와 격려를 보냈다. 김지원 군은 “우리에게 오늘은 경쟁이 아니라 축제”라고 말했다.

서로가 서로에게 자극을 받거나 장래 희망을 다지는 기회가 된다는 소감도 전했다. 네덜란드의 키아라 메센 양(18·오둘푸스 리세움)은 “다른 친구들의 연구 결과가 놀라웠고 새로운 자극을 많이 받았다”고 소감을 말했다.

연구 발표회를 관리한 권창섭 KSA 생물학 교사는 “학생들이 연구 자체를 즐기는 진정한 과학자로 자라 국가의 핵심 인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최종배 KSA 학교장은 “앞으로 인류의 미래와 복지가 과학과 기술, 이번 행사에 참여한 미래 과학자들에게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부산=박건희 동아사이언스 기자 wissen@donga.com
부산=안수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you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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