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IT 경제학자가 본 인공지능 ‘GPT 사피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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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6월 19일 1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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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기술이 인류의 쇠락과 발전을 결정하고 세상을 이끄는 시대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사회과학이 뼈대로 자리 잡았다. 모든 정보통신기술과 가치는 사회 안에서, 사람을 위해 쓰이는 까닭이다.

최근 가장 주목 받는 정보통신기술을 꼽으라면 단연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 그 가운데에서도 ‘챗 GPT(Chat - 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 대화형 인공지능)’를 들어야 할 것이다. 사람이 질문을 입력하면 방대한 데이터를 순식간에 분석, 알맞은 답변을 말하는 인공지능이다. 챗 GPT는 어떤 질문이든 즉시 대답하는 점에서, 답변의 수준이 지금까지의 어떤 사람이나 기술보다 우수하다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챗 GPT를 신기하게 여기면서 한편으로는 두려워한다. 챗 GPT는 우리 생활에 풍부한 편의를 가져다줄 기술이자 사람의 일자리 대부분을 빼앗을 기술이기도 하다. 축복이자 저주라고 부르는 이들도 있다.

너무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챗 GPT 역시 사회 안에서 사람을 위해 쓰일 정보통신기술이다. 그래서 사회과학의 눈으로 바라보고 길을 잘 닦으면, 저주가 아닌 축복이 될 것이다. 가상화폐와 블록체인, NFT 등 여러 정보통신기술의 효용을 분석하고 알린 경제학자 겸 사회과학자, 홍기훈 홍익대학교 경영대 재무전공 교수가 새 책 ‘GPT 사피엔스’를 쓴 이유도 이것이다.

홍기훈 교수는 이 책에서 우리가 기술의 혁신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인류의 역사 흐름에서 혁신 기술이 어떤 맥락과 의미를 가졌는지, 인공지능 기술이 어떤 목적을 갖고 어떻게 성장했는지 밝힌다. 이를 토대로 챗 GPT가 가진 기회와 일으킬 변화를 가늠하고 우리가 대응할 방법을 제시한다.

GPT 사피엔스. 출처 = 21세기북스
GPT 사피엔스. 출처 = 21세기북스


인공지능의 개념은 수십 년 전 만들어졌다. 하지만, 당시에는 컴퓨팅 성능과 데이터 등 자원이 부족해 인공지능의 능력도 떨어졌다. 반도체, 데이터 기술이 좋아지면서 인공지능의 성능은 단숨에 사람 수준, 나아가 사람을 넘어서는 수준에 다다랐다. 그러자 사회에서 ‘이제야말로 세상을 바꿀 진정한 혁신 기술이 나타났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런데, 이미 우리는 누군가가 외치는 ‘세상을 바꿀 진정한 혁신 기술’을 몇 차례나 봤다. 초고속 인터넷이 그랬고, 닷컴과 플랫폼이 그랬다. 블록체인과 가상화폐, NFT와 핀테크에도 세상을 바꿀 진정한 혁신 기술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이제 그 꼬리표가 메타버스와 인공지능에 붙는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정말 세상을 바꾼 기술이 몇 개나 있는가?

홍기훈 교수는 기술 자체가 혁신인 것이 아니라, 기술을 활용해 만든 가치가 혁신이라고 말한다. 기술은 가치 중립인 까닭이다. 이 맥락에서 보면, 챗 GPT 자체는 혁신이 아니다. 챗 GPT를 활용해 만든 결과물, 가치가 혁신이다. 이어 그는 챗 GPT를 잘 활용하려면 이 기술이 왜 등장했는지, 어떤 요구에 따라 만들어졌는지 사회적 맥락부터 알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류가 오래 전부터 집착한 정보의 축적과 분석, 그 결과 태어난 것이 인터넷과 데이터와 맞춤형 검색 등 정보통신기술이다. 오늘날 인공지능과 챗 GPT가 태어난 토양 또한 이것이다. 이 토양에서 자란 것이 사람의 언어로 소통하는 초고도화 맞춤형 거대 검색 엔진, 고도의 연산 능력과 정보 접근성을 업고 이제 막 말을 뗀 기계 어린아이 챗 GPT다.

홍기훈 교수는 챗 GPT를 폄훼하지도, 칭찬하지도 않는다. 인공지능이 가져올 인류의 미래와 사회의 변화를 예단하지도 않는다. 그저 오랜 인류의 역사에 등장한 각종 기술들의 흥망성쇠를 토대로, 사회과학자이자 경제학자의 눈으로 인공지능을 바라본다. 사람들이 인공지능에 가진 편견과 속단에서 벗어나도록 이끈다.

그리고 그는 강조한다. 인공지능의 미래는 창조주인 사람에 의해 바뀐다고. 그래서 사람들이 지혜를 모아 인공지능의 미래를 저주가 아닌 축복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이 책의 가치는 그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방법을 우리 스스로 깨닫도록 돕는데 있다.

동아닷컴 IT 전문 차주경 기자 racingca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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