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인구 10만명 중 1명만 초미세먼지 안전지대 거주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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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전 지구 농도 분석 결과
WHO 기준 안전 지역은 0.18%뿐
한국 등 동아시아 지역 가장 높아
온난화로 인한 대기정체가 주원인

2021년 7월 서울 송파구에서 촬영한 하늘. 미세먼지로 하늘이 뿌옇게 보인다. 위키피디아 제공
2021년 7월 서울 송파구에서 촬영한 하늘. 미세먼지로 하늘이 뿌옇게 보인다. 위키피디아 제공
세계 인구 80억 명 중 99.999%가 세계보건기구(WHO) 지정 안전 기준치를 넘는 초미세먼지(PM 2.5)에 노출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초미세먼지 안전지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세계 인구의 0.001%로 10만 명당 1명에 불과하다. 호주와 뉴질랜드 등 오세아니아 지역이 대표적인 안전지대로 꼽혔다. 남아시아, 북아프리카 지역은 예상외로 WHO 안전 기준을 넘어선 지역으로 파악됐다. WHO 안전 기준은 국내 기준으로는 좋음(0∼15㎍/㎥)과 같은 기준이다. 한국이 속한 동아시아 지역은 WHO 기준을 10배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2000년대 들어 내내 중국과 북한 등에 이어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국가 4,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초미세먼지는 지름이 2.5㎛(마이크로미터·1㎛는 100만분의 1m) 크기 입자로 WHO가 규정한 발암물질이다. 암 외에도 심혈관 질환 등 여러 질병을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이번 연구는 최초로 지구 전 지역에 걸친 일일 초미세먼지 농도와 분포를 분석했다. 대기오염 완화 전략을 개발하고 초미세먼지의 장기 영향을 분석하는 데 필요한 기초연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 전 세계 연평균 농도 WHO 안전 기준 ‘6배’

궈위밍 호주 모내시대 공중보건예방의학대학원 교수 연구팀은 2000∼2019년 사이 전 지구 일일 초미세먼지 농도를 분석한 결과를 학술지 ‘랜싯 플래니터리 헬스’에 7일(현지 시간) 발표했다.

WHO에 따르면 117개 국가 6000여 개 도시에 초미세먼지 측정소가 있다. 대부분은 선진국에 집중돼 있다. 저개발 지역 측정소가 부족하고 데이터 공개도 제때 이뤄지지 않아 전 지구 초미세먼지 농도를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인공지능(AI)을 구현하는 ‘머신러닝(기계학습)’을 활용했다. 2000∼2019년 65개국 5446곳의 측정소 데이터와 위성 기반 관측 자료를 기반으로 전 지구 초미세먼지 농도를 분석했다. 전 지구 기상 데이터와 지리적 특성도 분석에 반영했다.

그 결과 2000년 이전의 세계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는 32.8㎍/㎥로 나타났다. WHO는 초미세먼지 안전 기준을 연 평균 5㎍/㎥, 일일 평균 15㎍/㎥로 규정한다. 전 세계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WHO 안전 기준의 6.5배나 되는 셈이다.

연구팀의 분석은 지도에서 가로세로 10㎞ 수준의 해상도로 나타날 정도로 세밀하다. 연구팀은 “2019년 기준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가 WHO 기준을 충족한 지역은 세계 육지 면적 0.18%에 불과하다”며 “여기에 거주하는 세계 인구는 0.001%뿐”이라고 말했다.

● 아시아-아프리카, 초미세먼지 농도 특히 높아

지역별 초미세먼지 농도 차이도 나타났다. 초미세먼지가 가장 심한 지역은 동아시아(50.0㎍/㎥)였고 남아시아(37.2㎍/㎥), 북아프리카(30.1㎍/㎥) 등이 뒤를 이었다. 호주와 뉴질랜드(8.5㎍/㎥), 남미(15.6㎍/㎥) 등은 초미세먼지 농도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유럽과 북미에서는 초미세먼지 일일 농도가 매년 감소세를 보였다. 1년 중 일일 평균 농도가 WHO 안전 기준을 넘어선 날 역시 감소했다. 반면 아시아 대부분과 북아프리카, 사하라 남부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남미 카리브해 등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점차 높아지는 추세를 보였다. 1년 중 일일 평균 농도가 WHO 안전 기준을 넘어선 날 역시 약 70%를 기록했다. 특히 남아시아와 동아시아 지역은 약 90%로 나타났다.

초미세먼지로 인한 사망자 역시 아시아 지역에 집중되고 있다. 초미세먼지를 포함한 대기오염으로 전 세계에서 매년 700만 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약 400만 명이 아시아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 대기정체가 아시아 초미세먼지 농도 높여

과학자들은 아시아 지역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는 이유로 지구 온난화로 발생한 대기정체 현상을 꼽는다. 대기정체는 바람이 약해 공기가 잘 확산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아시아 지역 대기 상하층의 바람이 감소 추세를 보이며 대기정체 현상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기상청 산하 국립기상과학원 기후변화예측연구팀은 지난해 5월 대기정체 발생일이 21세기 말에는 최대 58%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아시아 지역 내 초미세먼지 발생 주요 원인으로는 석탄 발전과 화석연료 사용 증가가 지목된다.

국내에 유입되는 중국의 오염물질이 고농도 미세먼지의 원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화진 서울대 환경보건학과 교수 연구팀은 중국과학원(CAS) 연구팀과 공동 연구로 2020년 중국의 오염물질이 국내에 유입된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증명했다.

궈 교수는 “현재 전 지구 초미세먼지 농도를 알아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더 깊이 알 수 있다”며 “정책 입안자나 공중 보건 공무원, 연구자들은 대기 오염의 건강에 대한 단기와 장기적 영향을 더 잘 평가하고 대기오염 완화책을 내놓을 수 있다”고 밝혔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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