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질 높이는 디지털치료제, 국내서도 정신질환-재활분야 연구 활발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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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 기반의 디지털치료기기 급부상
환자가 주도적으로 건강관리 가능
해외선 20여개 치료제 상용화로 효과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이 급부상 중이다. 의료 질을 높이고, 비용과 시간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이런 움직임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국내외에서 최근 가장 주목을 받는 분야는 ‘제3의 신약’이라고 불리는 ‘디지털치료제(Digital Therapeutics)’다.

비대면 치료가 가능한 디지털치료제는 부작용이 적어 안전하게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래 의료, 헬스케어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다. 세계적으로 약물중독, 우울증 등 정신질환이나 중추신경계질환, 재활 및 물리치료를 비롯해 당뇨병, 암 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디지털치료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이를 상용화하는 국가들도 늘고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상용화, ‘제3의 신약’ 디지털치료제


디지털치료제는 쉽게 말해 질병 예방과 관리, 치료 목적의 디지털 기기다. 질병 치료의 안전성과 효능을 임상으로 입증하는 치료를 환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의료 관련 소프트웨어도 포함된다.

예를 들어 디지털기술을 기반으로 개인의 건강 위험 요소를 미리 예측한 후 모니터링을 진행한다. 이에 맞춰 개인별 맞춤형 치료를 제공하게 된다. 디지털치료제도 일반 의약품처럼 임상시험을 거쳐 효과를 입증해야 한다. 다만 동물실험과 같은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탐색임상, 확증(허가)임상 등 두 단계만 거치면 된다. 이후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보건 당국의 심사를 통과해야 정식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해외에서는 뇌, 신경, 정신질환, 당뇨병 등을 대상으로 하는 디지털치료제가 이미 상용화됐다. 질병 치료를 목적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은 ‘최초의 디지털치료제’는 미국 치료기기 업체 ‘페어 테라퓨틱스’가 만든 약물중독치료제 ‘리셋’이다. 일종의 인지 행동 치료를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20여 개의 디지털치료제가 FDA 승인을 받아 사용되고 있다. 독일 또한 20여 개의 디지털치료제가 보건 당국 허가를 받아 활용 중이다. 이 중 5개는 건강보험까지 적용된다. 치료제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의료진-환자 시공간 제약 벗어나, 의료 접근성 향상 기대


스마트폰 앱을 작동시켜 디지털치료제를 활용하고 있는 가상 화면. 환자는 근골격계질환 재활운동 솔루션(앱)을 통해 전문의가 직접 처방한 재활운동 치료를 일상에서 수행한다. 의료진은 해당 데이터를 모니터링해 경과를 확인한 후 적합한 치료를 처방한다. 에버엑스 제공
스마트폰 앱을 작동시켜 디지털치료제를 활용하고 있는 가상 화면. 환자는 근골격계질환 재활운동 솔루션(앱)을 통해 전문의가 직접 처방한 재활운동 치료를 일상에서 수행한다. 의료진은 해당 데이터를 모니터링해 경과를 확인한 후 적합한 치료를 처방한다. 에버엑스 제공
디지털치료제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급부상했다. 병원 방문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의사가 공간과 시간적 제약을 넘어 비대면으로 치료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환자 또한 집에서 솔루션을 받을 수 있다.

디지털치료제 개념에는 의사 처방 후 의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개발된 치료 커리큘럼도 포함된다. 처방된 기간 동안 스마트폰이나 가정 내 스마트TV 등을 활용해 편리하게 치료받을 수 있다. 질병에 따라 수차례 병원을 방문하고 대기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는 셈이다. 특히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고령 환자나 시간이나 경제적 부담, 이동 불편이 큰 환자에게 의료적 효용이 크다.

환자가 평소 주도적으로 본인 상태를 알고, 관리하기에 용이하다는 점도 디지털치료제의 장점이다. 환자에 대한 모니터링도 보다 정확하게 이뤄진다. 환자가 처방 받은 대로 사용 순응도, 치료 수행 정확도, 강도, 빈도 등 데이터가 담당 의료진에게 전송된다. 이를 통해 빠른 시간 내 치료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 환자 상태에 따라 환자 맞춤형으로 처방을 내림으로써 치료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국내 디지털치료제 상용화 위한 의료 환경 조성 필요


국내에서도 디지털치료제 개발 및 임상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현재 에임메드, 웰트, 라이프시맨틱스, 하이, 뉴냅스 등 5개 헬스케어 관련 기업들이 임상 중이다. 연내 국내 1호 디지털치료제가 나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임상이 진행되거나 완료된 분야는 불면증, 불안장애, 호흡기질환 재활, 뇌 손상 후 시야장애 등이다.

개발에 앞서 디지털치료제 기반 환경 조성에 먼저 나선 기업도 있다. 디지털치료제를 처방할 수 있는 환경이 먼저 조성돼야 개발 완료 및 허가 후 빠른 상용화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기업이 헬스케어 스타트업 ‘에버엑스’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근골격계질환 운동재활 디지털치료제 분야의 연구 및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에버엑스의 디지털치료제 ‘모라(MORA)’는 3000여 개의 재활 치료 동작과 150여 개의 치료 커리큘럼을 의료진과 환자에게 제공하게 된다.

또 다른 스타트업 ‘델토이드’도 디지털치료제 상용화를 위해 재활운동 프로토콜을 개발 중이다. 세브란스병원, 이대목동병원, 가천대길병원, 충남대병원, 부산대병원, 조선대병원 등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메타버스와 센서기반 운동검사 및 재활운동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박재현 한양대구리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디지털 헬스케어는 환자의 편의성과 치료 효과, 안전성을 모두 고려해 개인 맞춤형으로 다양하게 의료를 제공할 수 있는 미래의 첨단 산업”이라며 “최신 정보통신기술(ICT)이 적용된 근골격계 재활 관련 디지털치료제는 환자들의 수요를 충족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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