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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6천만 화소로 그려낸 모든 순간, 라이카 M11

입력 2022-01-24 14:39업데이트 2022-01-24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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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사계 심도는 사진을 촬영할 때 초점이 맞은 것으로 인식되는 범위를 뜻한다. 피사계 심도가 얕으면 초점이 맞는 범위가 좁아지는 대신 주변부의 배경 흐림이 심화하고, 피사계 심도가 깊으면 초점이 맞는 영역이 넓어지고 배경도 더욱 선명하게 묘사된다. 피사계 심도를 결정하는 요인은 촬영하는 피사체와 촬영 조건에 따라 결정되지만, 일반적으로는 조리개를 개방해 광량을 확보하고 피사계 심도를 얕게 촬영하는 방식이 대세를 이룬다. 원래 얕은 피사계 심도는 그만큼 초점을 맞추기가 어렵지만, 자동 초점 기술이 발달하면서 더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자동초점 기술의 발달은 사진가들에게 있어서 혁명적인 사건이지만, 반대로 피사체와의 거리감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날려버리기도 했다. 우리가 언제 피사체와의 물리적인 거리, 그리고 피사계 심도에 따른 영역을 깊이 있게 고려하며 촬영한 적이 있었던가? 오늘날에도 라이카가 높게 평가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라이카 M11과 라이카 주미크론-M 35mm f/2 ASPH이 조합된 예시. 출처=IT동아

라이카 카메라, 그중에서도 레인지 파인더(거리계 연동형) 카메라는 빠르고 편리한 쪽으로 발전하고 있는 현대적 카메라의 흐름에 완전히 반한다. 초점 및 조리개는 수동으로 조작하며, 부가 기능도 필요한 기능만 담겼다. 찰나의 순간을 잡기 위해 나와 피사체, 조리개의 상관관계를 이해해야 하고, 미려한 배경 흐림보다는 피사계 심도에 따른 초점 영역을 이해해야 원하는 사진을 건질 수 있다. 카메라가 나에게 맞추는 게 아닌, 내가 카메라에 맞춤으로써 사진에 더 다가가는 방법이 바로 라이카 M 시리즈다. 그런 라이카가 M10 출시 5년이 지난 2022년 1월, 새로운 ‘라이카 M11’을 공개했다. 더 강력한 기능을 담지만, 사진에 대한 본질은 유지한 채 말이다.

본질에 대한 더 나은 접근, 라이카 M11

라이카 M11의 M 베이오넷 마운트, 렌즈의 초점링을 돌리면 마운트 후면의 헬리코이드가 카메라의 거리계를 뒤로 밀면서 파인더에 상이 맺힌다. 출처=IT동아

라이카 M11은 디지털 센서가 적용된 거리계 연동형 카메라다. 흔히 볼 수 있는 자동 초점 카메라와 다르게 렌즈의 헬리코이드가 카메라의 초점부와 연동되는 이중상 합치식 수동 초점 카메라다. 렌즈의 초점링을 돌리면, 카메라 파인더 내부 중앙에 있는 초점부에 좌우 상이 합치하면서 초점이 맞는다. 이 방식은 1954년 첫 라이카 M 시리즈인 라이카 M3가 출시된 이래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고, 라이카 카메라의 상징과도 같은 기술이다. 덕분에 70여 년이 지난 당시의 렌즈를 라이카 M11에 장착해도 그대로 쓸 수 있다. 그러면서도 내부는 35mm 풀프레임 디지털 카메라 중에서도 최고 수준의 센서가 탑재됐다.

라이카 M11의 정면 사진. 출처=IT동아

카메라 센서는 6천30만 화소 35mm 풀프레임 CMOS로, 최대 9528x6328픽셀의 대형 결과물을 제공한다. 이미지는 촬영 조건에 따라 6천만 화소 이외에도 3천650만 화소(7416x4928픽셀)와 1천840만 화소(5272x3498픽셀)로도 촬영할 수 있다. 또한 3GB 버퍼 메모리와 마에스트로 III 이미지 프로세서를 탑재해 DNG(RAW) 기준 연속 15매, JPG 기준 최대 100매를 연속 촬영할 수 있다. 아울러 64GB 저장 공간을 내장하고 있어 SD카드가 없어도 촬영할 수 있다.

촬상 소자의 ISO 감도는 최소 ISO 64에서 ISO 50000까지 설정할 수 있으며, 기계식 기준 1시간~1/4000초 및 전자식 셔터 기준 60초~1/16000초의 셔터 속도를 선택할 수 있다. 라이카 M 시리즈에 전자 셔터가 추가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무소음 촬영은 물론 주광에서 녹티룩스-M(Noctilux) f/0.95 ASPH 렌즈의 최대 개방으로 촬영하는 조건에서도 문제없이 노출을 맞출 수 있을 정도다.

라이카 M11의 후면 사진. 하단을 제외한 외관은 전작인 M10과 거의 차이가 없다. 출처=IT동아

인터페이스 측면에서는 많은 변화가 있다. 기존의 M10과 상단 및 후면 조작부는 거의 동일하나, 셔터 측면에 디지털 줌 버튼이 추가됐고, 또 하단의 배터리가 커버 방식에서 레버 방식으로 개폐되도록 변경됐다. 아울러 배터리 삽입부 옆에 처음으로 외부 장치 연결을 지원하는 USB 3.1 C형 단자가 적용돼 SD카드를 분리하지 않고도 충전 및 연결이 가능하다. 디스플레이는 233만 화소 2.95인치 터치스크린이 적용됐으며, 코닝 고릴라 글라스 5가 사용돼 내구성도 확보했다.

차분한 이미지, 안정적 품질 인상적

출처=IT동아

출처=IT동아

출처=IT동아

출처=IT동아


라이카 M11을 활용해 다양한 조건에서 피사체를 촬영해봤다. 우선 눈이 오는 날 선유도를 방문해 사진을 촬영했다. 이미지 품질은 모두 최대 6천만 화소로 촬영한 다음 보도 사진에 맞춰 이미지 해상도를 줄였고, ISO는 자동으로 설정해 조리개 우선 모드로 촬영했다. 렌즈는 라이카 주미크론-M 35mm f/2 ASPH와 주미룩스-M 50mm f/1.4 ASPH를 조합해서 촬영했다. 해가 없는 촬영 조건이었지만, 밝은 조리개와 ISO 설정의 적절한 조합으로 고화소에도 흔들림 없이 무난한 촬영이 가능했다. 원래 화소수가 높을수록 이미지 블러(Blur)가 발생할 확률이 높지만, 셔터 자체가 정숙한 레인지 파인더 카메라의 특성 덕분에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출처=IT동아

출처=IT동아

출처=IT동아

예시 사진은 f/2.4, 1/1600초, ISO 6400의 결과다. ISO가 높긴 하더라도 부드러운 질감이 잘 드러난다. 출처=IT동아


ISO 1600~3200 사이의 저조도 촬영에서도 이미지 품질이 상당히 좋았다. 고화소 기종일수록 각 픽셀이 받아들이는 광량이 부족해 노이즈가 개입할 여지가 크지만, 센서 성능 자체가 뛰어나서 ISO 6400까지는 충분히 실용 감도로 쓸 수 있을 정도다. 캔디드(Candid) 촬영이나 빠른 스냅 사진을 목적으로 셔터 속도를 가급적 높게 유지하는 경우라면, 카메라 메뉴에서 자동 ISO 설정의 최대 ISO값을 6400~32000 사이까지 두고 최소 셔터 속도를 높여서 쓰더라도 전전 세대인 M240의 ISO 1600~3200보다 훨씬 나은 이미지 품질을 제공할 것이다.

필름룩의 '자연스러움' 기능 켜짐. 출처=DDP

필름룩의 '자연스러움' 기능 켜짐. 출처=DDP

필름룩의 '흑백 고대비' 기능 켜짐. 출처=DDP


JPG의 필름룩 기능도 자연스럽게 색상을 표현했다. 타사 제품들의 경우 이런 필름 기능에서 이미지 개입이 강한 편이지만, 라이카의 필름룩 기능은 부자연스러운 느낌이 거의 없이 깔끔하다. 색상을 표현하는데도 화이트밸런스와의 조합을 잘 고려해서 반영하는 편이며, 색채도 잘 살린다. 예시의 사진은 필름룩의 ‘자연스러움’ 기능을 적용한 예시인데, 종이의 색감이 충분히 따뜻하게 잘 드러난다. 현장에서의 느낌은 LED 조명으로 인해 사진보다 파란 느낌이었지만 훨씬 더 종이 느낌이 잘 나게 촬영됐다. 아울러 하단의 ‘흑백 고대비’도 강렬하지만 명암비는 잘 살리는, 노출 대비가 과도하게 침범하지 않는 수준을 잘 유지했다.

수십년 된 렌즈에 최신 카메라와의 결합

1974년 제작된 라이카 주미크론 35mm f/2 3세대와의 조합. 출처=IT동아

1987년 제작된 라이카 엘마릿-M 21mm f/2.8 렌즈와의 조합. 출처=IT동아

라이카 빈티지 렌즈와의 조합은 긍정적인 경험이다. 라이카 M11에 주미크론 35mm f/2 3세대 모델과 엘마릿-M 21mm f/2.8 렌즈를 조합해서도 촬영해봤다. 주미크론 35mm와의 조합에서는 빈티지 렌즈 특유의 플레어 현상을 보다 확실히 체감하며 촬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고, 엘마릿-M 21mm와의 조합에서는 뷰파인더로 확인되지 않는 영역도 라이브뷰로 보면서 촬영할 수 있었다.

대신에 최신 렌즈가 아닌 렌즈라면 굳이 고해상도로 촬영할 필요가 없다. 화소 수가 6천 만이라는 의미는 그만큼 세밀하게 담긴다는 뜻이지만, 역으로 말해 렌즈가 해상력이 부족하면 높은 해상도의 이점을 온전히 살릴 수 없다. 따라서 빈티지 렌즈와 조합 시에는 센서 성능을 3천600만 혹은 1천800만으로 낮춰서 쓰는 것도 방법이다.

라이카, 가격아닌 가치 보고 사는 카메라

라이카 M11은 가격대 성능비와는 거리가 먼 제품이다. 지난 1월 14일 공식 출시된 라이카 M11의 가격은 1290만 원대로, 현행 렌즈를 하나만 보태도 가격이 1천700만 원을 넘는다. 그런데도 라이카를 선택하는 이유는 라이카에 담겨있는 유산적 가치 때문이 아닐까 싶다. 라이카는 오늘날 소형 카메라의 기준인 35mm 필름을 처음으로 사용한 브랜드며, 수많은 작가와 유명인들이 라이카를 사용해왔다. 단순히 고성능 카메라를 산다는 접근이 아니라, 에르메스의 버킨백처럼 라이카에 얽힌 이야기와 명성을 구매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라이카 M 시리즈는 언제나 가장 비싼 카메라였다. 이번 라이카 M11 역시 그렇다. 출처=IT동아

가격 측면을 배제하고, 전작인 M10이나 M240 같은 파인더 카메라와 라이카 M11 자체의 완성도와 품질을 평가해보자. 센서 성능이나 이미지 프로세싱, 인터페이스 등 전반적인 측면은 훨씬 간결하고 효율적으로 바뀌었다. 특히 황동 버전과 알루미늄 버전이 각각 출시된 점, USB 단자 추가 등 소비자의 선택권과 활용도가 넓어진 점도 환영할만하다. 다만 하부 플레이트가 분해하지 않고도 배터리를 탈착시킬 수 있는 기능은 기존 라이카 M 사용자라면 아쉽게 느껴질 수 있다. 단단한 외관과 거리계 연동식 렌즈의 감각, 직물 셔터와 비슷한 느낌. 라이카 M11은 그 어떤 디지털 카메라보다도 많은 여운이 남는 카메라다.

동아닷컴 IT전문 남시현 기자 (shn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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