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증명한 mRNA백신 효과… 암-에이즈-독감 정복 나선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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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NA 활용한 백신 개발 줄이어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 모더나가 개발한 코로나19 mRNA 백신은 팬데믹 상황의 전환점을 가져왔다. 위키미디어 제공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 모더나가 개발한 코로나19 mRNA 백신은 팬데믹 상황의 전환점을 가져왔다. 위키미디어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1년여 만에 등장해 팬데믹의 반전을 가져온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이 독감(인플루엔자)과 말라리아, 암, 에이즈 바이러스 백신과 치료제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인류 첫 mRNA 백신이 코로나19로 성공을 거두자 주요 제약사들과 연구기관들이 다양한 질환에 mRNA 기술을 적용하는 연구와 임상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다.

모더나를 공동 창업한 로버트 랭어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석좌교수는 이달 3일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주최 ‘온라인 석학과의 대담’에서 “mRNA 약물은 감염병 백신뿐 아니라 암, 심장병이나 희귀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전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단백질 합성 설계도’… 변이 바이러스 대응 탁월

mRNA는 체내에서 단백질을 합성하는 유전물질이다. 단백질 합성의 설계도인 셈이다. mRNA를 백신이나 치료제로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는 1990년대 이후 나왔다. 하지만 체내 면역세포가 mRNA를 이물질로 인식하고 공격해 염증을 유발한다는 문제가 있었다.

2000년대 중반 드루 와이스먼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교수와 커리코 커털린 박사 연구진이 mRNA 분자 하나를 바꾸면 면역세포가 공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내면서 mRNA 설계 기술은 암 치료 등에 시도됐다. 미국 바이오벤처 ‘앨나이램’이 개발한 유전성 말초신경병증 치료제 ‘파티시란(제품명 온파트로)’이 mRNA 기술을 이용한 최초의 치료제로 2018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승인받았다. 지난해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 모더나는 mRNA를 이용한 코로나19 백신을 처음으로 개발해냈다.

백신은 병원체 단백질을 체내에 집어넣어 진짜 병원체가 체내에 들어올 때 이를 막는 면역반응을 유도해 항체를 생성하는 원리로 작동한다. 코로나19 mRNA 백신은 독성을 없앤 바이러스를 직접 주입하거나 무해한 바이러스(벡터)에 넣어 주입하는 방식, 항원 단백질을 합성해 주입하는 방식과 달리 항원 단백질을 체내에서 직접 합성할 수 있는 유전물질인 mRNA를 활용한다. 지속적으로 변이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변이 바이러스의 유전체 분석이 이뤄지면 그에 맞는 mRNA를 신속히 설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범용 독감 백신과 암·말라리아 등에 적용 연구 활발


코로나19 백신 개발로 mRNA는 독감과 말라리아 감염병 백신은 물론이고 암이나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을 일으키는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등에 광범위하게 적용할 수 있다는 기대감과 확신이 커지고 있다.

현재 접종이 이뤄지는 독감 백신의 경우 매년 2월 세계보건기구(WHO)가 다음 겨울철에 유행할 4종의 독감 바이러스를 지목하면 백신 생산 기업들이 6개월 동안 백신을 생산한다. 보통 유정란이나 동물 세포에서 백신 원료를 배양하는 데 6개월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예방 효과는 10∼60% 수준으로 낮다. 과학자들이 유행할 것으로 예측한 독감 바이러스와 실제 유행 바이러스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mRNA를 활용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겨울철에 유행하는 독감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mRNA를 빠르게 설계해 백신을 개발할 수 있다. 2023년 임상을 목표로 10여 종의 독감 바이러스에 한꺼번에 대응하는 mRNA 독감 백신을 개발 중인 노베르트 파르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는 “광범위한 독감 백신 균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백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모더나는 변이를 일으키지 않는 독감 바이러스 단백질을 합성하는 mRNA 기반의 독감 백신 동물 실험에서 효능을 보였다고 밝혔다.

허버트 킴 라일리 듀크대 교수 연구진은 내년 말기 유방암 환자를 위한 mRNA 백신에 대한 임상에 나선다. 유방암의 종양이 특정 유전자의 변이로 항암 치료제 효과가 감소하는 현상을 막기 위한 mRNA 물질을 설계하고 있다. 암세포에만 존재하는 단백질을 합성하는 mRNA를 인체에 전달해 암세포를 공격할 항체를 만드는 원리의 면역 항암 mRNA 백신 개발도 시도되고 있다.

미국 예일대 의대와 영국 옥스퍼드제너백신연구소 연구진은 mRNA를 활용한 말라리아 백신을 개발해 이르면 내년 임상에 나설 예정이다. 리처드 부칼라 예일대 교수는 “mRNA는 면역력을 회피하는 바이러스의 능력에 빠르게 대응하는 새로운 말라리아 백신에 대한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reborn@donga.com
#mrna#백신#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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