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중심에서 콘텐츠를 외치다, 2021 콘텐츠임팩트 (1)

동아닷컴 입력 2021-11-05 18:33수정 2021-11-29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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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정치학자 조지프 나이(Joseph Nye)는 1980년대 후반에 ‘소프트 파워(Soft Power)’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소프트 파워는 외교,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대외 지원, 시민 행동 등을 통해 권력을 획득하는 행위로, 군사력이나 경제력 등을 통해 원하는 바를 강제적으로 얻어내는 ‘하드 파워’와 반대되는 힘이다. 조지프 나이는 소프트 파워를 형성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또 하드 파워보다 더 휘두르기 어려운 권력이라고 말하지만, 비 강제적이고 자발적인 행동으로 원하는 결과를 얻어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설파한다.

소프트 파워는 하드 파워와 마찬가지로 국제 정치의 주요 권력이며, 많은 국가들이 이 ‘두 번째 힘’을 확보하기 위해 각국에서는 문화, 정책적 가치, 정책 세 가지 분야를 집중 육성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소프트 파워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지프 나이 교수는 우리나라의 소프트 파워가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성공 스토리 중 하나”라고 언급한 바 있고, 영화, 음악, 콘텐츠 등 문화 측면의 소프트 파워를 잘 타고 났다고 평가했다. 즉, 우리 문화가 전 세계로 퍼지는 것에 안주하지 않고, 더 많은 문화적 강점이 등장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필해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임팩트’로 문화의 미래 쌓는다

지난 11월 2일 시작해 9일까지 진행되는 2021 콘텐츠임팩트 데모데이 일부. 제공=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임팩트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황희)와 한국콘텐츠진흥원(원장 조현래, 콘진원)이 주최하는 사업으로, 5G, 블록체인, 빅데이터, AR, VR 등 미래 기술과 관련된 콘텐츠 기업, 창작자와 개발자의 협업을 기반으로 차세대 시장을 이끌 융복합 전문 인재를 양성한다. 사업은 지난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고 있으며, 과학 기술과 예술을 융합한 차세대 문화 예술 및 공연 콘텐츠를 제작해 시연한다.

올해는 총 37개 프로젝트에 193명의 교육생이 참가하며, 팀별 전담 멘토를 포함해 총 260여 명이 사업에 참여한다. 세부 주제는 ▲ 과학 기술과 미디어 아트를 결합한 ‘다빈치 프로젝트’ ▲ 감성 인식 기술과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조합한 ‘콘텐츠, 공감하다’ ▲ 공연 기술과 라이브 퍼포먼스를 합친 ‘Future on the Stage’ ▲ 실감 기술과 메타버스가 합쳐진 ‘콘텐츠, 메타버스로 진화하다’ ▲ 인공지능과 하이브리드 콘텐츠를 조합한 ‘AI Meets Hybrid’까지 다섯 개의 주제로 나뉘며, 11월 2일부터 9일 사이에 걸쳐 프로젝트를 발표하는 ‘통합 쇼케이스’를 진행한다. 이들이 쌓아온 우리나라 콘텐츠의 저력을 다섯 차례에 걸쳐 시리즈로 전달한다.

주요기사
과학 기술과 미디어아트의 결합, ‘다빈치 프로젝트’

다빈치 프로젝트는 미디어 아티스트, 문화기술 개발자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협업해, 단편적이고 규격화된 형태로 재현되는 예술 작품을 넘어 창의적인 형태의 콘텐츠를 만드는 과정이다. 예시에서는 빅 데이터와 미디어 아트의 결합, 미디어 파사드, 프로젝션 맵핑 등을 활용한 라이브 퍼포먼스, 인터랙티브 미디어 월 등 최신 기술과 시청각 미디어를 결합한 방안이 제시됐는데, 제작 내용을 발표하는 ‘데모 데이’에서는 가상 현실(VR) 기기와 반응형 전시를 합친 전시부터 여러 세대의 건축 양식을 재조합해 시공간을 바꿔놓는 공간을 제안하는 등 참신한 발표가 이어졌다.

AO가 진행한 'Urban Stream’ 데모데이 발표. 제공=한국콘텐츠진흥원

AO의 프로젝트, ‘Urban Stream’은 대도시 속에 휩쓸리는 우리의 모습을 형상화한다. 프로젝트는 8대의 대형 선풍기로 연결된 튜브 형태의 공간 속을 수많은 입자들이 무한히 도는 형태의 설치 미술이며, 이 속에서 대도시 속에 표류하는 우리의 모습을 발견한다. 입자들은 분주히 움직이지만 결국 같은 자리로 돌아오게 되는 순환 구조며, 관람객들은 끊임없이 돌아가는 전시 작품 속에서 발생하는 순환과 소리, 그리고 번쩍이는 불빛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마주 보게 된다.

모두의VR 팀은 ‘Beyond the Light’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를 준비했다. ‘빛을 넘어서’로 해석할 수 있는 프로젝트는 이름 그대로 빛을 소재로 한다. 우리의 일상은 도심 속의 자동차, 가로등의 불빛, 네온 사인 등 빛공해가 넘친다. 하지만 도심을 벗어나 외곽으로 나가면 자연의 빛을 찾을 수 있는 것처럼, 이들 역시 빛을 매개체로 복잡한 도심에서 자아를 분실한 자신의 모습을 찾아주고자 한다. Beyond the Light는 직접 참여하는 인터랙티브 전시를 통해 은하수, 별자리, 반딧불 등 자연의 빛을 스스로 그려가면서 자기 본연의 빛을 찾는 여정을 선사한다.

콘텐츠임팩트 2021 데모데이 자료 사진. 제공=한국콘텐츠진흥원

Mediots가 만든 ‘Gallery Four Seasons’는 사계절을 시각화한 공간과 작품들을 전시하는 공간이며, 원형으로 설계되어 있어 관람자가 진행하는 방향에 따라 자연스럽게 계절이 흘러간다. 흥미로운 점은 실존하는 조형이나 작품이 아닌 물리적 형태가 없는 가상의 작품을 다루는 전시관이므로 모든 작품은 크기나 형태, 방식에 제약 없이 전시된다. 작은 조각들로 이뤄진 작품 사이를 거닐거나, 작품 위를 걸어 다닐 수도 있다. Gallery Four Seasons의 핵심은 공간적, 비용적 제한이 무의미한 가상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창작의 한계를 벗어남에 초점을 맞춘다.

Nonlinear 팀의 ‘ORBIS’는 흘러간다고 표현하는 시간의 개념에 회전을 더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시간을 단편으로 쪼개어본다면 우리는 그것을 순간이라 볼 수 있고, 그 순간이 무한정 이어져 우리의 시간대가 형성된다. 매 순간은 우리의 모든 결정과 현상에 영향을 끼치고, 이렇게 반복되는 주기를 작품에서는 ‘시간의 회전’으로 규정한다. 작품을 회전하는 시간들을 하나의 구조로서 배치해 시공간의 개념을 다시금으로 표현해 시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안한다.

SXs 팀의 ‘Ergo-sphere’는 블랙홀의 회전에 의해 빨려 들어가는 사건의 지평선 바깥쪽 공간인 에르고 영역(Ergosphere)를 프로젝트로 삼는다. 지금까지의 블랙홀은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물리적인 ‘구멍’으로 인식되어왔지만, 오늘날 홀로그램 우주론에 의하면 모든 우주의 데이터는 블랙홀의 표면에 기록되며, 사건의 지평선은 정보를 기록하는 일종의 저장 장치로 볼 수 있다. SXs는 관람객의 정보를 활용한 반응형 미디어 아트를 통해 새로운 관점에서 재해석한 블랙홀의 모습을 제안한다.

110(2)이 진행한 프로젝트가 전시된 상태. 제공=한국콘텐츠진흥원

110(2)이 팀을 이룬 ‘당신이 믿는 어떤 것들’은 이동 가능한 크레이트(Crate, 미술 작품용 포장 상자)와 비디오, 사운드 등의 미디어를 연결한 복합 설치 작품이다. 여기서 크레이트는 하나의 정보 단위나 기관을 상징하며, 미디어는 다양한 정보들이 모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충돌과 잡음을 형성한다. 관람객들은 직접 작품을 옮기며 작품을 변형할 수 있고, 변경된 작품은 곧 그 자체로 하나의 사실처럼 굳어진다. 110(2)는 보는 사람마다 바뀌는 형태의 작품을 통해, 가짜 정보에 대한 지속적인 노출로 인해 편향된 방향으로의 믿음을 형성하는 우리 사회에 대한 경각심을 제시한다.

1LLUSION가 제작한 ‘WAY : A NEW MOMENT’는 상상 속의 공간을 마주하는 미디어 아트다. WAY : A NEW MOMENT에서 참여자는 현실의 지각 체계를 거스르는 상상의 길 위에 놓인다. 길은 상상 속의 공간과 같이 시간의 제약도 없고, 그 끝도 없다. 길은 사용자의 위치에 따라 유기적으로 연결되거나 변하고, 시간을 가늠할 수 없는 다양한 건축 양식이 조합된 오브제를 나열한다. 상상 속에 있는 길을 걷는 경험을 통해 사용자는 새로운 감각을 느끼고, 그 속에서 새로운 자신을 만나게 된다.

팀 26의 '회기하는 마음 : 안식처' 데모데이 발표. 제공=한국콘텐츠진흥원


팀 26의 ‘회기하는 마음 : 안식처’는 장자의 호접지몽처럼 한 개인이 자신의 존재를 인지하는 것이 무엇을 통해서일까?를 주제로 한 프로젝션 미디어 아트다.’기체와 상자’라는 이름으로 전시된 프로젝트는 현시대의 청년들이 자신을 재정비하고 안식을 취할 수 있는 어떤 지점이 비어있다고 가정하고, 이 시간을 찾아가는 현상과 순간을 제안한다. 콘셉트는 물성의 대치, 이야기의 대치, 경험의 대치 등 두 가지 요소가 대치되는 현상을 응용해 관객에게 상반되는 경험과 감각의 기회를 제공하며, 미디어 파사드와 관객 참여형, 전시성 작품 등의 제작 요소를 도입한다.

기체와 상자는 지난 10월 21일부터 25일 사이 인사동 마루아트센터에서 전시가 진행되었으며, 100여 개 이상의 박스로 만든 미디어월을 통해 ‘물리적으로 다가오는 현실’을 그려내고, 연기가 담긴 구형의 작품을 통해 ‘현상으로 지나가는 감각’을 담았다.

MZ세대 시각 담은 콘텐츠 창작으로 미래 그려내

2021 콘텐츠임팩트에서 그려낸 ‘다빈치 프로젝트’는 근래에 등장한 새로운 방식의 창작 기법과 MZ 세대의 예술성을 조합하고 있다. 이 같은 콘텐츠 제작 방식은 시청각적으로 이해가 쉽기 때문에 대중성이 좋고, 응용하기에 따라 시도할 수 있는 방안도 각양각색이다. 때문에 미디어와 예술의 결합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시도되고 있으며 앞으로의 시장성도 밝다. 소프트 파워가 곧 문화의 힘에서 창출되는 만큼, 다빈치 프로젝트처럼 대중성 있는 도전은 끊임없이 이어질 필요가 있다.

동아닷컴 IT전문 남시현 기자 (shn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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