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대 한의사]갑자기 머리 핑∼ 도는 어지럼증, 근본 원인은 ‘평형감각’ 이상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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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이호윤 교수
한의사 이상곤 원장



갑자기 ‘핑’ 돌고 주변이 ‘빙빙’ 움직이는 듯한 어지럼증. 어지럼증이 발생하면 누구나 ‘혹시 머리에 큰 문제가 생긴 게 아닐까’하고 크게 걱정하게 된다. 하지만 어지럼증이 생기는 원인 대부분은 머리가 아닌 귀의 이상으로 나타나는 이비인후과적인 문제다. 이번 ‘의사 대 한의사’ 주제는 어지럼증의 해결책이다. 의사와 한의사는 어지럼증의 원인과 해결책을 무엇으로 내놓을까. 어지럼증 치료 전문가인 이대목동병원 이비인후과 이호윤 교수(의사)와 갑산한의원 이상곤 원장(한의사)이 의사 대 한의사로 참여했다.

―어지럼증의 원인은?

“우리 몸엔 기본적인 5감(시각, 청각, 촉각, 미각, 후각) 이외에 ‘평형감각’이 있다. 그래서 머리는 우리가 움직일 것을 예측한다. 그런데 머리에서 예측한 것과 말초에서 올라오는 감각 사이에 차이가 생길 때 어지럼증이 발생한다. 가령 안경을 바꿨을 때 일시적으로 어지럼증이 발생하는 것은 기존에 익숙한 정보와 눈에 보이는 정보가 다르기 때문이다.

현대 의학에서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것은 대표적으로 세 가지다. 이석증(耳石症), 전정 신경염, 메니에르병 등이다. 이석증은 귓속에서 작은 덩어리(이석)가 세반고리관으로 빠져서 머리의 움직임에 따라 어지럼증을 일으킨다. 전정신경염은 가만히 있어도 하루 종일 빙빙 도는 느낌이 난다. 평형을 담당하는 전정신경에 바이러스 감염이 생기거나, 혈류가 잘 안 통할 때 생긴다. 뇌중풍(뇌졸중)과 구분이 필요하다. 메니에르병은 귀 안의 압력이 증가해 발생하는 ‘내림프 수종’에 의한 질환이다. 반복되는 어지럼증, 머리의 압력감, ‘웅’ 하는 이명이 발생하고 특히 낮은 주파수 대역에서 청력이 떨어진다.”(이호윤 교수)

“한의학에서는 평형감각을 ‘물에 사물을 비추는 개념수영물(水影物)’로 어지럼증을 설명한다. 귀에는 림프액이라는 물이 있는데 첫째 스트레스가 생기면 귀의 림프액이 바람이 물을 흔드는 것처럼 흔들려 평형이 깨진다. 둘째 물이 흐려지면 잘 비출 수 없다. 당뇨병처럼 지나친 혈당 등은 림프액을 혼탁하게 만들어 평형을 깬다. 셋째는 물이 줄면 잘 비출 수 없다. 예를 들면 불면, 다이어트, 과로로 인해 물이 마르면 평형감각이 줄어 어지럽다. 넷째는 물이 넘쳐나면 메니에르처럼 특발성 수종이 생겨 어지럽다.”(이상곤 원장)

의사와 한의사가 각각 내놓는 어지럼증의 해결책은 무엇일까. ‘어지럼증’을 주제로한 ‘의사 대 한의사’에 이대목동병원 이비인후과 이호윤 교수(왼쪽)와 갑산한의원 이상곤 원장(한의사)이 참여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대목동병원 제공
의사와 한의사가 각각 내놓는 어지럼증의 해결책은 무엇일까. ‘어지럼증’을 주제로한 ‘의사 대 한의사’에 이대목동병원 이비인후과 이호윤 교수(왼쪽)와 갑산한의원 이상곤 원장(한의사)이 참여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대목동병원 제공


―보통 어지럼증을 느끼면 잘 먹고 잘 쉬는 것을 권하는데?

“어지럽다는 것은 전통 한의학에서 ‘기가 허(虛)하다’고 한다. 잘 먹고 휴식을 취하는 것 외에 어지럼증에 대한 한의학적 처방도 많다. 메니에르 증후군의 경우 ‘택사(澤瀉)’라는 약재를 이용해 귀에 고여 있는 림프액을 뺀다. 택사는 말 그대로 귓속의 림프액을 빼내서 평형을 맞추는 것으로, 현대의학의 이뇨제와 개념이 같다. 위장기능이 약하거나 체증, 혹은 속이 울렁거리는 불편함이 동반하면서 어지러울 때는 거담, 건위, 진통 작용을 하는 ‘반하백출천마탕’이라는 약을 쓰기도 한다. 한의학에서 뇌는 위장의 부속물로 보는 견해가 많아 위장의 기능을 끌어올리고 속을 따뜻하게 하는 방법으로 어지럼증을 치료한다.”(이상곤 원장)

“어지럼증을 일으키는 원인에 맞는 치료가 중요하다. 한의학과 같이 이뇨제를 처방해 물을 빼내는 경우가 있고, 전정기능 장애로 인한 어지럼이라면 재활운동을 통해 전정 보상을 빠르게 해주는 운동치료가 중요하다. 이석증의 경우 이석 정복술을 통해 약물 없이 간단히 치료가 가능하다. 또한 어지럽다고 누워만 있는 것보다 일상생활로 조기에 복귀해서 적응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회복이 더욱 빠르다.” (이호윤 교수)

―어지럼증이 중년 여성에게 흔한 이유?

“같은 나이 남성 환자에 비해 폐경기 여성의 경우 이석증이 3배 잘 생긴다. 귓속에 에스트로겐을 받아들이는 수용체가 존재하는데 폐경기 여성은 에스트로겐 분비가 줄어들어 귓속에도 변화가 발생한다.”(이호윤 교수)

“뜨거운 것을 만지면 자연히 귀에 손을 갖다 대는 것처럼, 귀는 우리 몸에서 차가운 곳이다. 그런데 폐경기 여성의 경우 열이 올라오면서 귀 안에 이석을 잡고 있는 것들이 녹고, 뇌가 뜨거워져서 어지럼증, 이명이 발생한다. 실제 조선 정조 임금의 경우 아버지(사도세자)의 불행한 죽음으로 화증이 많았는데 어지럼증, 이명 증상을 여성들의 갱년기 처방과 같은 가미소요산을 통해 극복했다.”(이상곤 원장)

―어지럼증 줄이는 생활습관은?

“어지럼증 환자 대부분이 완벽주의자나 경쟁심이 강한 사람이다. 일단 느긋하게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어지럼증이 발생하면 배에 따뜻한 것을 올리는 것도 방법이다. 나이가 들면서 전정신경이 퇴화하면서 어지럼증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기 때문에 평소 근력이 약하거나 고령의 어지럼증 환자의 경우 지팡이 사용을 추천한다.”(이상곤 원장)

“음식을 가리는 게 정말 중요하다. 메니에르병의 경우 카페인과 짠 음식은 항상 피하고, 충분한 수분을 섭취해야 한다. 평소 어지럼증이 있다면 넘어지면 크게 다칠 수 있기 때문에 높은 곳에 올라가거나 조작하기 어려운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어지럼증은 다른 이비인후과 질환에 비해 치료에 대한 반응이 무척 좋다. 지나친 걱정보다는 빠른 원인 진단을 통해 치료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이호윤 교수)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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