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노란 가을의 정취…‘가을 불청객’ 은행 악취,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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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10월 26일 10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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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나무에 열린 은행 (산림청 제공) 2020.10.23 / 뉴스1
암나무에 열린 은행 (산림청 제공) 2020.10.23 / 뉴스1
가을의 정취는 낭만적이라도 냄새는 그렇지 못하다. 은행 열매 때문이다.

은행나무는 가을을 상징하는 샛노란 잎 이외에도, 병충해에 강하고 도시에서도 잘 자랄뿐더러 그늘도 넓고 짙은 편이라 가로수로 사랑받고 있다. 문제는 냄새다.

은행 열매라고 부르는 것은 과학적으로는 씨앗의 일부다. 일부 식물들은 번식 수단인 씨앗에 냄새나는 물질이나 독성을 가지고 있다. 이런 식물들은 동물의 소화를 방해하거나, 기피 대상이 돼 씨앗 스스로 보호한다.

은행 씨(이하 은행)는 냄새 유발 물질도 있고 독성을 보이는 물질도 있다. 은행의 겉껍질 근처의 조직에는 지방산들이 포함돼있는데 이 중 하나가 바로 ‘뷰티릭 산’(butyric acid)이다. 이 물질이 바로 소위 고약한 은행 냄새의 원인이다. 은행이 깨지지 않으면 냄새가 크게 느껴지지 않지만, 발에 밟히거나 부서지면 고약한 냄새를 내뿜게 되는 이유가. 겉껍질 조직이 공기 중에 노출되며 뷰티릭 산이 퍼져나가기 때문이다.

은행은 암나무에서만 열린다. 수나무만 가로수로 심으면 냄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암·수 구분의 가장 확실한 방법은 꽃의 모양을 보는 것이다. 꽃이 피면 열매도 열릴 수 있어 열매가 안 열리는 수나무를 찾으려는 목적에 적합하지 않다. 게다가 은행나무는 보통 적어도 15년은 자라야 꽃이 피고 열매를 맺을 수 있다. 구분 할 수 있는 시점에서는 이미 은행나무가 꽤 자라버리는 것이다.

국립산림과학원은 2011년 은행잎을 이용해 DNA 감별을 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은행잎에서 DNA 추출하고 유전자를 분석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암·수나무의 유전자 차이를 확인하는 것이다. 과학원에 따르면 이 기술을 활용하면 1년생 은행나무도 구별할 수 있다.

기술개발에 참여한 이제완 국립산림과학원 박사는 “1990년대부터 DNA 분석법이 활용되기는 했지만, 은행나무에서 암·수를 구분할 수 있는 DNA 마커를 찾는 게 문제였다”며 “기술 개발전에 세계적으로 관련 연구자들이 계속 연구를 해왔다. 연구 결과가 축적되면서 저희가 종합적 검토를 해서 2011에 개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기간 동안 연구진은 2011년 기술개발 후 지방자치단체를 지원하며 기술을 고도화시켰다. 이 기술이 알려지며 기술 지원 요청이 2016년에는 전년 대비 3배로 늘어나는 등 수요가 늘었다. 과학원은 늘어나는 지원 수요를 중촉시키기 어렵다는 판단으로 2018년 이 기술을 민간업체로 이전했다.

당시 연구진은 “감별 DNA 분석법을 적용하면 은행열매의 악취문제를 해결할 뿐만 아니라 묘목 단계부터 수나무는 가로수용으로, 암나무는 열매 생산용으로 관리해 은행나무의 활용과 생산 효율이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밝혔다.

기술이 나온 지 10년이 지났지만 왜 여전히 행인들은 은행을 피해야 할까? 예산·인력 같은 행정 문제 때문이다.

이 박사는 “이미 암나무 수나무가 섞여 심겨 있는 걸 교체하는 작업을 하더라도 물리적·시간적 한계가 있기 때문에 단번으로 교체하기는 어렵다”며 “지자체는 암·수 나무 선별해 심고 점진적으로 교체하는 사업과 함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열매가 떨어지기 전에 수거하는 작업도 병행한다고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사람들이 흔히 먹는 부위에는 시안배당체가 있어 날로 먹을 시 구토·설사·두통·복통 등을 일으키고 심할 경우에는 청색증을 유발할 수 있다. 청색증은 혈액 속의 산소가 줄고 이산화탄소가 증가해 피부·점막에 푸른 빛이 돌고 호흡이 곤란한 증상이다. 식품안전정보포털의 ‘식품 안전이슈 20가지’에 따르면 식물을 오래 끓여서 수용성인 시안 배당체를 휘발시켜야 한다.

은행에는 ‘메틸피리독신’이라는 독성물질도 있어 반드시 익혀먹어야한다. 문제는 가열해도 독성이 일부 남게 된다. 사람에 따라서는 적은 양으로도 이상 반응이 나타나므로 주의해야한다. 메틸피리독신은 한 번에 과량 섭취 시 의식상실, 발작을 일으키고 심할 경우 사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은행의 유독물질은 식용 부위 외에도 겉껍질 주면 과육에도 있다. 나무에서 직접 채집한 껍질을 벗기는 과정에서 유독물질에 노출될 경우 피부 가려움증,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한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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