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도날은 부식에 강한 강철 합금인 스테인리스강으로 만든다. 날 끝을 아주 날카롭게 갈아낸 다음 다이아몬드와 유사한 구조의 탄소막을 씌워 단단함을 더한다. 하지만 면도날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무뎌진다. 얼굴에 난 수염이 그보다 50배나 강도가 높은 강철을 갈아내고 있는 셈이다.
6일 세말 셈 타산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재료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부드러운 털이 어떻게 면도날을 무뎌지게 하는지 규명한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공개했다.
연구팀은 균일하지 않은 면도날 구조를 원인으로 꼽았다. 면도날의 미세구조가 균일하지 않을 경우 보통 그 사이에 틈이 생긴다. 벌어진 틈 사이로 털이 파고들면서 날 구조가 더욱 허술해지고 이가 빠지는 현상으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고가 면도날보다 미세구조가 균일하지 않은 일회용 면도기의 날이 더 빨리 이가 빠지는 이유다.
면도날의 가장자리일수록 이런 현상은 더 뚜렷하게 관찰됐다. 가장자리로 갈수록 털이 자유롭게 움직이면서 미세구조의 틈으로 쉽게 파고들어 갔다. 한 번 날에 이가 빠지면 그 다음부터는 더 쉽고 크게 이가 빠졌다. 옷에 구멍이 한 번 뚫리면 이후 구멍이 쉽게 커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연구팀은 전자현미경으로 면도날이 실제 털을 깎는 모습을 관찰했다. 또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이용해 면도날이 무뎌지는 조건을 추가로 유추했다. 그 결과 면도날이 털에 비스듬히 닿거나 면도날이 너무 여러 성분으로 제작됐을 때 쉽게 이가 빠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연구팀은 연구 결과를 활용해 무뎌지지 않는 궁극의 면도날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미 강철을 더 균일한 형태로 벼리는 날 제조 공정에 관한 특허도 출원했다. 타산 교수는 “털 한 가닥이라도 면도날의 이를 빠지게 할 수도 있다”며 “현재의 면도날 제작 기술을 개선해 일회용 면도기의 수명을 늘리고 환경적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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