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 합금 면도날이 부드러운 수염에 무뎌지는 까닭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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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이 칼날의 미세구조 틈으로 침투… 美연구팀 “닳지않는 면도날 개발 기대”

면도날에 털이 닿는 모습을 전자현미경으로 촬영했다. MIT 제공
면도날에 털이 닿는 모습을 전자현미경으로 촬영했다. MIT 제공
면도날은 부식에 강한 강철 합금인 스테인리스강으로 만든다. 날 끝을 아주 날카롭게 갈아낸 다음 다이아몬드와 유사한 구조의 탄소막을 씌워 단단함을 더한다. 하지만 면도날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무뎌진다. 얼굴에 난 수염이 그보다 50배나 강도가 높은 강철을 갈아내고 있는 셈이다.

6일 세말 셈 타산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재료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부드러운 털이 어떻게 면도날을 무뎌지게 하는지 규명한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공개했다.

연구팀은 균일하지 않은 면도날 구조를 원인으로 꼽았다. 면도날의 미세구조가 균일하지 않을 경우 보통 그 사이에 틈이 생긴다. 벌어진 틈 사이로 털이 파고들면서 날 구조가 더욱 허술해지고 이가 빠지는 현상으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고가 면도날보다 미세구조가 균일하지 않은 일회용 면도기의 날이 더 빨리 이가 빠지는 이유다.

면도날의 가장자리일수록 이런 현상은 더 뚜렷하게 관찰됐다. 가장자리로 갈수록 털이 자유롭게 움직이면서 미세구조의 틈으로 쉽게 파고들어 갔다. 한 번 날에 이가 빠지면 그 다음부터는 더 쉽고 크게 이가 빠졌다. 옷에 구멍이 한 번 뚫리면 이후 구멍이 쉽게 커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연구팀은 전자현미경으로 면도날이 실제 털을 깎는 모습을 관찰했다. 또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이용해 면도날이 무뎌지는 조건을 추가로 유추했다. 그 결과 면도날이 털에 비스듬히 닿거나 면도날이 너무 여러 성분으로 제작됐을 때 쉽게 이가 빠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연구팀은 연구 결과를 활용해 무뎌지지 않는 궁극의 면도날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미 강철을 더 균일한 형태로 벼리는 날 제조 공정에 관한 특허도 출원했다. 타산 교수는 “털 한 가닥이라도 면도날의 이를 빠지게 할 수도 있다”며 “현재의 면도날 제작 기술을 개선해 일회용 면도기의 수명을 늘리고 환경적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면도날#수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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