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제로 바이러스 잡는다”… 현대바이오, ‘독성 낮춘 항암제’ 코로나19 치료제 가능성 확인

  • 동아경제
  • 입력 2020년 6월 16일 20시 04분


코멘트

무고통 항암제 ‘폴리탁셀’ 세포독성실험서 확인
항암제 최대 걸림돌 독성문제 해결
에이즈 등 다른 바이러스 치료제 가능성 기대

독성을 획기적으로 낮춘 항암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로 가능성이 있다는 실험 결과가 처음 공개돼 관심을 모은다.

그동안 항암제는 바이러스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강력한 약물로 의약계에서 주목받아 왔지만 항암제 특유의 치명적인 독성이 걸림돌이었다. 독성에 의한 부작용 때문에 항암제를 이용한 바이러스 치료 시도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현대바이오는 ‘무고통(pain-free) 항암제’로 개발해 글로벌 임상시험을 준비 중인 ‘폴리탁셀(Polytaxel)’이 코로나19 치료제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왔다고 16일 발표했다. 폴리탁셀은 현대바이오 대주주 씨앤팜이 개발했다. 씨앤팜은 최근 비임상CRO(임상대행)에서 실시한 세포독성실험을 통해 이 같은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항암제를 각종 암 질환은 물론 바이러스로 인한 질병 치료제로도 사용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면 바이러스 질병 치료사에 획기적인 신기원으로 기록될 전망이라고 현대바이오 측은 강조했다.

씨앤팜 측은 “동물효능시험 전 단계인 세포실험에서 세포생존율(cell viability)을 테스트한 결과 동일한 생존율 하에서 폴리탁셀이 기존 암 치료제인 ‘도세탁셀’보다 독성이 최대 23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특히 코로나19 등 바이러스 치료과정에서는 도세탁셀보다 23배 높은 농도의 약물 투여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20세기 명약’으로 꼽히는 도세탁셀 등 주요 항암제가 바이러스로 인한 질병에도 효과가 있다는 의약계 연구결과는 있었지만 인체에 치명적인 항암제 독성 때문에 다른 질병 치료제로 사용하는 ‘약물 재창출(drug repositioning)’은 현재까지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씨앤팜은 ‘노앨 항암 테라피’의 제1호 무고통 항암신약 폴리탁셀이 도세탁셀에 비해 높은 안전성과 암 치료 효과를 나타낸 연구결과를 작년 6월 글로벌바이오컨퍼런스에서 발표한 바 있다. 도세탁셀은 약물 독성이 체내에 발현되지 않는 한두(NOAEL) 내에서 동물에 투여했을 때 암 조직 크기가 90.4%까지 감소해 암 조직 감소율 55.5%를 기록한 항암제다.
씨앤팜에 따르면 이번 세포실험에서 세포 50% 생존 가능 약물농도(IC50)가 도세탁셀이 0.016 마이크로몰(uM)인 데 반해 폴리탁셀은 23배인 0.363uM로 나타날 정도로 저독성(低毒性)이 다시 한 번 입증됐다고 전했다. 각종 암 질환은 물론 바이러스 질병 치료 효과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가능성을 입증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도세탁셀을 고분자 전달체로 결합시킨 폴리탁셀은 바이러스 세포 내 출입통로로 불리는 미세소관(microtubule)에 들어가 바이러스 세포 진입과 배출을 원천 차단함으로써 바이러스의 감염과 증식을 억제하는 작용 기전을 갖고 있다. 코로나19는 물론 바이러스로 인한 에이즈와 사스, 메르스 등 다양한 감염병 치료에 사용이 가능할 것으로 씨앤팜 측은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씨앤팜은 항암제로 널리 사용되는 백금 계열 항암제 중 자사 신약후보 물질인 ‘폴리플라틴(Polyplatin)’을 바이러스 치료제로 사용하기 위한 세포실험도 진행 중이다.

한편 씨앤팜은 계열사인 현대바이오와 공동으로 췌장암과 코로나19 치료용 신약후보 물질인 폴리탁셀의 글로벌 임상시험을 위한 임상허가 신청절차(IND filing)를 올해 연말까지 진행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씨앤팜은 폴리탁셀과 현재 시판 중인 췌장암 치료물질 ‘납-파클리탁셀(Nab-paclitaxel’과의 효능 및 독성 비교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