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수술 후 통증 ‘추간공확장술’로 치료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10일 03시 00분


코멘트
김모 씨(65)는 2년 전 척추관협착증으로 수술을 받았다. 수술과 재활은 비교적 잘돼서 수술 전과 같은 극심한 통증은 많이 나아졌다. 하지만 6개월 전부터 허리와 다리가 둔감하거나 쑤시는 듯한 통증이 시작됐다. 최근에는 통증의 빈도와 정도가 심해졌다. 김 씨는 불안한 마음에 지인의 추천으로 서울 광혜병원을 방문했다. 검사 결과 척추수술 후 실패증후군으로 진단받았다.

박경우 서울광혜병원 병원장은 “척추수술 후 실패증후군은 척추 수술을 실패했다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수술 후에도 일부 남아있었거나 다시 탈출한 허리의 디스크, 협착에 의해 신경다발이나 신경가지가 압박 받는 것이 원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수술 후에도 척추후관절 등 주변 조직의 변형으로 불안정증이 심해지거나 섬유성 혹은 수술성 유착, 척추 주변의 근육 약화, 염증과 같은 다양하고 복합적인 원인으로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

주요 증상으로는 허리와 다리 부위가 둔감해지거나 저리고 쑤시는 듯한 통증이 있다. 말단 부위까지 따끔거리거나 날카롭게 찌르고 베인 것과 같은 통증과 감각 이상의 형태로도 나타난다.

이런 증상은 척추 수술을 진행한 분절(마디) 외에 위아래 인접한 마디에서의 퇴행 변화로도 발생할 수 있다. 이를 ‘연접부 퇴행성 변화’라고 한다. 정상적인 척추 분절에 비해 척추 나사못이나 척추 유합 케이지 등으로 유합이 된 분절은 척추에 가해지는 힘이 전달되는 방식에 변화가 생긴다. 척추 수술 후 5년 이내에 증상과 무증상까지 포함할 경우 연접부에 퇴행성 변화가 일어날 확률이 50%에 달한다는 연구도 있다.

적절한 치료를 위해서는 어떠한 종류의 척추 수술을 받았는지도 중요하다. 환자의 척추 수술 여부, 기존 병력과 관련한 치료 내용을 살펴보고 MRI(자기공명영상) 등으로 수술 마디와 인접한 마디의 상태를 면밀하게 확인한다. 환자의 주요 통증 호소 부위와 양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치료 방법을 결정해야 한다.

이때 척추 수술을 진행한 분절 외에 인접한 분절의 퇴행 변화가 심하다면 재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박 원장은 척추 수술 후 연접부 퇴행성 변화를 최소화하기 위해 스프링의 탄성 원리를 이용한 ‘척추 후방 연성 안정화 시스템’과 ‘척추 전방 유합 케이지’와 같은 척추 수술 기구를 개발하고 특허를 등록한 바 있다. 박 원장은 “퇴행 정도가 심하지 않거나 척추 유착성 질환이 주요 통증의 원인이라면 추간공확장술로도 충분히 치료가 가능하다”며 “특히 추간공확장술은 시술 시간이 짧고 회복이 빠르기 때문에 수술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환자, 고령, 당뇨, 심혈관 질환 등 수술 위험이 높은 환자들에게도 적용가능하다”고 말했다.

추간공확장술은 척추관협착증, 허리디스크 탈출증, 척추 유착성 질환 등에 이미 많이 사용하고 있는 치료법이다. 척추수술 후 실패 증후군 또한, 디스크 탈출이나 협착으로 좁아지거나 섬유성 혹은 수술성 유착으로 막힌 분절의 척추관과 추간공의 인대를 절제해 공간을 넓혀주고 뚫어준다. 그래서 신경다발과 신경가지에 가해지는 압박을 줄이고 확보된 통로를 통해 염증 유발 물질을 배출해 통증을 완화하여 치료가능하다.

박 병원장은 “척추수술 후 실패 증후군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기본적으로 연령대가 높거나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재수술은 마지막 방법으로 권하고 있다”며 “수술이 힘든 경우는 추간공확장술과 같은 비수술 방법들로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상연 기자 j301301@donga.com
#헬스동아#건강#서울광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