칡의 대변신… ‘숲 파괴 주범’서 ‘친환경 천연섬유’로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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公기관-전문연구소-中企 손잡고 칡 활용 천연섬유 국내 첫 개발
모시-리넨 등 기존제품 대체 가능

전남산림자원연구소와 한국실크연구원, KOTITI시험연구원, 한국섬유패션협동조합, 침구류 제조업체 ‘화이트리퍼블릭’이 이달 초 국내 최초로 공동 개발에 성공한 칡 섬유로 만든 수건과 의류 시제품. 화이트리퍼블릭 제공
전남산림자원연구소와 한국실크연구원, KOTITI시험연구원, 한국섬유패션협동조합, 침구류 제조업체 ‘화이트리퍼블릭’이 이달 초 국내 최초로 공동 개발에 성공한 칡 섬유로 만든 수건과 의류 시제품. 화이트리퍼블릭 제공
숲을 파괴하는 주범인 칡을 모시나 리넨에 버금가는 친환경 천연섬유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공공기관과 전문연구기관, 중소기업이 합심해 국내 최초로 칡을 활용한 천연섬유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섬유패션협동조합은 전남산림자원연구소와 한국실크연구원, KOTITI시험연구원, 침구류 제조업체 ‘화이트리퍼블릭’과 공동으로 칡의 줄기에서 추출한 실로 수건과 의류 시제품을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고 23일 밝혔다. 5개 기관이 올해 4월 산림청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임업진흥원이 주관하는 국가연구개발사업 과제로 선정된 지 8개월 만에 낸 성과다.

산림청은 매년 예산을 들여 제거해야 하는 칡을 활용할 방안을 고심해 왔다. 올해 초 이낙연 국무총리가 직접 칡의 활용 방안을 연구하도록 지시하면서 이번 연구사업에 탄력이 붙었다. 한국임업진흥원은 2021년 말까지 5억5000만 원의 연구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칡은 1년에 10m 이상 자랄 만큼 번식력이 강한 데다 나무를 감고 자라는 특성 때문에 숲을 망가뜨리는 주범으로 꼽힌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매년 예산을 투입해 칡을 제거하고 있지만 제거된 칡의 일부만 약용이나 비료로 활용할 뿐 대다수는 폐기 처분하고 있다.

칡 섬유 개발이 본격화되면 폐기 처분되는 칡의 상당량을 재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성능도 모시나 삼베, 리넨 등 기존 천연섬유에 뒤지지 않는다. 실제 일본에서는 칡 섬유로 만든 의류나 잡화를 판매하고 있다. 한국섬유패션협동조합 김해곤 이사장은 “칡 섬유가 국내에 원료가 많지 않아 비싼 기존 천연섬유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전국에 칡을 수거하는 시스템과 자동화 설비를 갖춰 칡 섬유 제품을 양산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칡#천연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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