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의 발달로 인해 서비스나 제품 등에 유용한 UX(User Experience, 사용자 경험)를 설계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 예를 들어, 음성 인식 기술과 자연어 처리를 통해 컴퓨터는 인간의 언어를 이해할 수 있고, 맥락 인식을 통해 인간을 파악해 개인화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AI는 사람들이 겪고 있는 문제는 더 빠르고 쉽게 해결해주고,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들도 새로운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다.
지난 칼럼에서 스켈터랩스가 진행하는 프로젝트 중 하나인 '초개인화' 사례를 들어 UX 디자이너들이 인간 중심의 니즈를 분석하고,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일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일을 함에 있어서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을 통해 사용자 니즈를 발견하고,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까?
'인간 중심'으로 사용자 니즈 발견하기
인간 중심으로 사용자 니즈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먼저 인간을 이해하고 이들에게 공감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이들이 처한 문제가 무엇인지 명확히 파악하고, 가장 적합한 방법으로 관찰하고 연구해야 한다.
기술이 아니라 인간을 중심으로 어떤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 정의하기 위해서는 서비스를 만들기 전, 스스로 질문을 바꿔 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음성 인터페이스 기술을 활용해 어떤 서비스를 만들지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스크린 기반 인터페이스가 불편한 순간은 언제였는지', '스크린 기반 인터페이스가 불편한 사람은 누구인지' 등을 생각해보는 식이다.
이를 통해 타겟이 명확해지면, 디자인 방법론을 사용해 사용자를 집중적으로 연구해야 한다. 흔히 생각할 수 있는 설문조사나 인터뷰뿐만 아니라, 특정 사용자를 따라다니며 하루를 관찰하거나, 같은 공간에서 시간대별로 사용자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기록하는 등 상황에 맞는 방법으로 사용자를 연구한다. 예를 들어, 스마트 미러를 개발하는 팀이 거울 앞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고, 뷰티에 관심이 많은 2-30대 여성을 타겟 대상자로 설정했다고 가정하자. 이들이 거울을 사용하는 상황을 직접 모니터링하고, 고객 여정 지도(서비스를 사용하는 일련의 과정을 시간 축으로 나열한 그래프, Customer Journey Map)를 그려 터치 포인트(사용자와 제품이 만나는 지점)마다 사용자가 어떤 불편함을 느끼는지 발견하는 것이 연구 방법이다. 이를 통해 그들이 미처 인지하지 못하는 문제나 새로운 서비스 기회를 발견하기도 한다.
위 과정을 통해 인사이트를 발견했다면, 다음 단계는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기능을 정의하는 것이다. 여기까지 과정은 수년 간 진행했던 디자인 프로세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AI를 도입하면서 기존과 달라진 점은 다양한 기술과 방식을 활용해 이를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모바일이나 PC의 스크린일 수도 있고, 음성 인터페이스일수도 있으며, 소리가 울리거나 전등이 꺼지고 켜지는 인터렉션일 수도 있다.
AI 프로젝트 특성 상 가설을 빠르게 검증할 수 없는 경우에는 'Wizard of oz(시스템이 작동하는 것을 가정하고 프로토타이핑하는 방법론)' 등을 활용해 데이터가 없거나 기술이 완벽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테스트하고, 사용자 경험을 다듬어갈 수 있다. 궁극적으로 데이터 기반 가설을 검증하는 과정을 계속 반복하며, 새로운 인사이트를 발견하고 제품을 진화시키는 것이 골자다.
AI의 추론이 실패할 경우, 사용자 경험 고려하기
인간 중심 니즈를 발견해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이에 맞는 기능과 인터페이스를 개발했다. 그렇다면 이제 사용자에게 새롭고 자연스러운 사용자 경험을 전달했다고 할 수 있을까?
아쉽게도 그렇지 않다. 'AI', '딥러닝', '스마트' 등의 단어는 마치 '아이언맨' 영화의 한 장면처럼 AI가 사용자 의도를 정확히 파악할 것만 같은 기대감을 심어준다. 그러나 대부분의 AI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해 추론하는 기술로, 그 정확도에는 차이가 있다. 기본적으로 100% 정확도를 가정할 수는 없다.
따라서 AI가 사용자와 사용자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는 UX뿐만 아니라, AI의 추론이 실패했을 경우에 대한 UX도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AI는 매일 직장 상사를 따라 커피숍에 간 사람을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으로 분류할 수 있다. 혹은 사용자가 '벌써 12시'라고 말했을 때, 가수 청하의 '벌써 12시'라는 음악을 듣고 싶은 것인지, 인터넷에 '벌써 12시'라고 검색하고 싶은 것인지, 시간이 '벌써 12시'가 되었다는 감정적 표현인지 확신할 수 없다. 이렇게 시스템 오류가 발생했거나, 결과 신뢰도가 높지 않을 때 사용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고민하는 것도 UX 영역이다.
기술 개발자 대부분은 이러한 상황에서 사용자에게 피드백을 받는 방식을 통해 AI 정확도를 높이는 것만이 성공을 좌우하는 열쇠라고 생각할 것이다. 물론, 정확도를 높이고 데이터를 모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다양한 맥락을 고려해 더 빠르게 사용자들이 원하는 길로 이끄는 것은 UX 디자이너의 몫이다.
챗봇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객관식 버튼이나 예시 다이얼로그 등을 디자인해 사용자에게 미리 가이드를 제시해 성공 가능성이 높은 길로 이끌 수 있다. 또한, 음성 인터페이스를 이용해 사용자 명령을 거절하는 다양한 방식을 설계할 수도 있다.
거절해야 하는 다양한 경우의 수(시스템 오류, 사용자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 현재 제공할 수 없는 기능에 대한 명령, 윤리적으로 잘못된 명령 등)에 따라 사용자에게 다시 질문해 원하는 방향을 선택하도록 할 것인지, 가장 높은 가능성의 답변을 들려줄 것인지, 틀린 답을 포함해 사용자에게 여러 선택지를 줄 것인지, 답변할 수 없다고 거절할 것인지 등을 결정하는 것이다.
UX 디자이너는 같은 장소로 길을 안내하더라도 평소에 항상 택시를 이용하는 사람과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 자가용을 이용하는 사람에게 다른 맥락으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고민한다. 또한, 같은 명령에 대해서도 장소, 기기에 따라 다른 결과를 제공하고자 한다. 어떤 맥락을 활용할지 결정하고, 어떻게 사용자에게 최선의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지 고민한다.
또한, 정보 성격에 따라 사용자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언어나 무게도 다르게 설계한다. 일례로, 사용자의 성별을 잘못 추론하게 되면 음악 취향을 잘못 추론한 것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UX 디자이너는 수많은 문제를 고려해 AI의 사용자 경험을 설계해야 한다.
정리하자면, UX 디자이너는 디자인적 사고를 기반으로 여러 방법론을 통해 가설을 세우고, AI 추론이 실패한 경우도 고려하며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설계한다. 사용자의 삶 전반을 고려한, 맥락에 맞는 인사이트와 추론이 필요하다.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고, 인간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연구하고, 기술 발전이 더 많은 사람을 소외시키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야 한다. AI라는 기술적 기반에 인간에 대한 애정과 공감을 더해야 비로소 인간의 삶이 진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중요하다.
스켈터랩스(Skelter Labs)
스켈터랩스는 지난 2015년 구글코리아 R&D 총괄사장을 역임한 조원규 대표를 중심으로 창립해, 일상 생활에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대화(Conversation)', '음성(Speech)', '비전(Vision)', '초개인화(Hyper-Personalization)' 분야의 인공지능 기술을 연구개발하고 있다. 이를 통해 다양한 디바이스나 플랫폼 종류를 막론하고 사용자에게 최적으로 개인화되고, 상황을 인지하며, 자연스럽고 감정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머신 인텔리전스를 구현하는 것이 목표다. 스켈터랩스는 구글, 삼성, LG, 카이스트 AI 랩 등 다양한 배경의 70명 이상 인재로 구성되어 있다.
글 / 스켈터랩스 이해연 UX디자이너 편집 / 동아닷컴 IT전문 권명관 기자 tornadosn@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