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진화의 힘 활용방법 발견… 신약-바이오연료 개발에 기여”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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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화학상 美-英 3인 공동수상
9년만에 여성 2명 ‘과학상 수상’


올해 노벨 화학상은 효소와 펩타이드, 항체 같은 생체분자를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진화시키는 방법을 찾은 미국과 영국 과학자 3명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상위원회는 3일 프랜시스 아널드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칼텍) 교수(62·여)와 조지 스미스 미국 미주리대 명예교수(77), 그레고리 윈터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67)를 올해의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아널드 교수는 화학적인 방법으로 특정 기능을 갖는 효소를 빠르게 진화시킬 수 있는 기술을, 스미스 교수와 윈터 교수는 박테리오파지를 이용해 원하는 항체나 펩타이드를 자유자재로 생산할 수 있는 ‘파지 전시’ 기술을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노벨위원회는 “노벨 화학상 수상자들은 생명체가 가진 진화의 힘을 인류에게 가장 유익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고 평가했다.

생명체의 DNA는 환경 적응에 유리한 방향으로 자연적인 유전자 변이를 겪으면서 수백, 수천 년에 걸쳐 서서히 진화한다. 진화의 산물 중 하나는 생체 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화학 반응을 촉진시켜 주는 효소다. 아널드 교수는 특정 기능을 갖는 효소를 화학적인 조작으로 짧은 시간 안에 진화시킬 수 있는 유도 진화 기술을 개발했다. 유도 진화를 활용하면 친환경 바이오 연료부터 의약품에 이르기까지 원하는 기능을 가진 생체분자를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스미스 교수는 1985년 바이러스의 일종인 박테리오파지의 표면에 항원(병원체)을 붙여 단백질을 원하는 방향으로 진화시킬 수 있는 파지 전시 기술을 고안했다. 윈터 교수는 파지 전시를 활용해 질병 치료제로 쓸 수 있는 인간 항체 개발을 이끌었다. 조유희 차의과학대학 교수는 “적은 양의 항원으로는 항체를 얻기 어려운데 대량 증식이 가능한 박테리오파지를 활용하면 쉽게 항체를 생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파지 전시를 활용해 개발된 류머티스관절염 치료제 ‘아달리무맙(상품명 휴미라)’은 2002년 첫 판매 승인을 받았다.

아널드 교수는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5번째 여성으로 이름을 올렸다. 최초의 여성 노벨 화학상 수상자는 1911년 마리 퀴리다. 가장 최근엔 아다 요나트가 2009년에 수상했다. 앞서 도나 스트리클런드 캐나다 워털루대 교수(59)도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는데, 한 해에 2명 이상의 여성이 노벨 과학상 수상자로 꼽힌 것은 2009년 이후 9년 만이다. 역대로는 두 번째다.

이번 수상자들은 900만 크로나(약 11억2500만 원)의 상금을 받는다. 아널드 교수는 절반인 450만 크로나를, 스미스 교수와 윈터 교수는 각각 225만 크로나씩 나눠 갖게 된다.

송경은 동아사이언스 기자 kyungeun@donga.com·김진호 기자
#노벨화학상#바이오#신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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