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의학을 달린다]‘소아당뇨병 보장성 확대’ 뒷걸음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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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의 따뜻한 의료정책이야기]
연속혈당측정기 안전성 문제없어… 정부, 보험급여 약속 지켰으면

몸에 부착해 5분 단위로 정밀하게 혈당을 체크하는 연속혈당측정기.
몸에 부착해 5분 단위로 정밀하게 혈당을 체크하는 연속혈당측정기.
최근 한 소아당뇨병(1형 당뇨병, 췌장이 망가져 제 기능을 못함) 환자의 어머니가 국내에 허가되지 않은 연속혈당측정기(CGM)를 대량 구매하고 관련 애플리케이션까지 직접 제작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검찰에 조사를 받았습니다.

바늘을 찔러 혈당측정하는 자가혈당측정기.
바늘을 찔러 혈당측정하는 자가혈당측정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이 사건의 본질은 사실 국내의 열악한 소아당뇨병 관리 시스템에서 찾아야 할 것입니다. 지금도 대부분 소아당뇨병 환자들은 수시로 변하는 혈당을 측정하기 위해 하루에도 여러 번 바늘로 손가락을 찔러야 합니다. 심지어 잠자는 시간에도 3시간 단위로 부모가 아이의 손가락을 바늘로 찔러 혈당을 측정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지원이 없는 상황에서 아이의 건강을 위해 부모가 알아서 해결책을 강구해야 했고 결국 바늘로 손가락을 찌를 필요가 없는 연속혈당측정기를 찾아 나서야 했던 것이죠. 이와는 반대로 호주와 유럽 등 해외 주요국은 오래전부터 판매되고 있는 연속혈당측정기의 편의성과 효과성 때문에 보험급여가 되도록 해 환자와 부모가 큰 부담 없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국내엔 다소 늦었지만 지난해부터 정부 정책의 변화가 생기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14일 정부가 ‘소아당뇨병 어린이 보호대책’을 내놓았습니다. 소아당뇨병 어린이들을 위한 범정부 차원의 사실상 첫 의료정책입니다. 내용도 알찼습니다.

소아당뇨병에 대한 현황 파악과 보호인력 확충, 어린이집과 학교에서의 보호활동 강화, 질병 정보 제공과 인식 개선에 대한 약속 등이 포함됐습니다. 또 5분 단위로 혈당을 측정해 혈당 관리를 돕는 연속혈당측정기와 인슐린 펌프를 보험급여대상에 포함하고, 소요비용의 최대 90%를 지원하는 것이 주요 내용입니다. 하지만 이런 약속이 과연 지켜질지 의문입니다.

최근 정부와 업계의 간담회 결과는 작년 11월 약속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정부는 보장 대상 항목만 추가했을 뿐 현행 건강보험 지원 상한액(6개월 45만 원)을 인상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환자 입장에선 써야 할 돈은 많은데 지원은 예전 그대로라는 것입니다.

특히 논란이 된 연속혈당측정기의 경우 안전성 문제로 건강보험 적용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연속혈당측정기는 이미 세계 각국에서 10년 이상 사용하고 있어 안전성에 문제가 없을 뿐 아니라 관련 업체들도 앞다투어 국내에 들어올 예정이어서 앞으로 소아당뇨병 환자들을 위해서라도 이에 대한 지원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한국소아당뇨인협회 김광훈 회장은 “2010년 이후 11차례 국회 토론회를 거치면서 당뇨병의 보장성은 확대됐으나 실제적인 체감은 미미하다”며 “정부의 애초 약속이 지켜지길 희망하며, 소아당뇨병 환자와 가족을 실망시키는 일은 없길 바란다”고 당부했습니다.

소아당뇨병이라도 혈당만 잘 관리하면 일상생활과 성장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은 이미 충분히 증명됐습니다. 예를 들면 소아당뇨병 환자 중엔 영국의 테리사 메이 총리, 올림픽 수영 메달리스트 게리 홀 주니어, 메이저리그 야구선수인 브랜던 모로 등이 있습니다. 저출산 초고령화 사회로 향하는 현실까지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소아당뇨병을 가진 5000명의 아이들 그리고 소아당뇨병과 싸우며 성장한 청년들이 우리 미래를 밝혀 줄 소중한 자산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입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첨단의학#의학#당뇨병#소아당뇨병#연속혈당측정기#당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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