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규모 분출 또 일어날까… 발리 ‘아궁 화산’ 용암 분출 초읽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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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발리섬 아궁 화산의 분출 규모가 심상치 않다. 11월 25일 오전(현지 시간) 화산재 분출이 시작된 뒤 밤에는 분화구 주변에서 붉은빛이 관찰됐다. 이윤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질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붉은빛이 보인다는 것은 이미 마그마가 지표면까지 올라왔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현지에서는 최고등급 경보를 발령하며 피해를 대비하고 있다. 분화구를 중심으로 반경 10km 이내 주민을 모두 대피시켰다. 일부 학자들은 이번 분출이 역대 최고 수준 분출의 하나였던 1963년 분출을 넘어서리란 전망도 내놨다.

아궁 화산은 1963년 분출 때 화산폭발지수(VEI·Volcanic Explosivity Index) 5를 기록했다. VEI는 화산 크기와 상관없이 분출할 때 폭발력을 측정하는 수치로 화산재나 가스, 용암 등 분출 때 나오는 물질의 총량과 화산재가 분출되는 높이 등을 고려해 판단한다. VEI 5의 경우 분출물 부피는 1∼10km³로 1만 년 동안 약 80회만 발생했을 정도로 분출량이 많은 편에 속한다. 1963년 당시 아궁 화산에서 분출된 화산재가 태양을 가려 지구 평균 기온이 한동안 0.1∼0.4도나 낮아졌다.

아궁 화산의 분출 규모가 큰 것은 지하에 있는 안산암질 마그마 때문이다. 안산암질 마그마는 점도가 높아 마그마 내부에 수증기나 황화수소 같은 각종 화산 가스를 가두기 쉽다. 마그마 내부 압력이 쌓이다 풍선이 터지듯 한 번에 폭발하기 때문에 분출 규모가 크다. 반면 같은 화산이어도 하와이의 화산은 점도가 낮은 현무암질 마그마라 폭발력이 크지 않다.

안산암질 마그마 화산은 폭발력이 클 뿐만 아니라 화산재나 화산력(분석) 같은 고체 분출물(화산쇄설물)도 많이 발생시킨다. 입자 크기가 작아 공중으로 뜨는 화산진(직경 0.063mm 이하 화산쇄설물)은 일부에 불과하다. 입자 크기가 0.063mm보다 큰 화산재나 화산력, 화산암괴와 같은 고체 쇄설물이 산사태처럼 산의 경사면을 따라 시속 90∼160km로 빠르게 내려온다. 화산 분출로 인한 인명 피해는 대부분 이런 화산쇄설물의 흐름 때문이다. 1815년 인도네시아 탐보라 화산 분출 때 화산이 있는 숨바와섬 전체를 화산쇄설물류(流)가 휩쓸어 섬 전체 인구 중 26명을 제외한 1만2000여 명이 사망했다.

우기로 접어든 인도네시아의 날씨가 피해를 키울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화산 분출물이 물과 섞이면 점도가 낮아지면서 속도가 빨라지는 화산이류가 발생한다. 초속 수십 m나 되는 속도로 경사면을 따라 내려오기 때문에 미리 대피하지 않는다면 피하기가 불가능하다. 1991년 필리핀 피나투보 화산이 분출했을 때 초기에는 인명 피해가 거의 없었지만 비온 뒤 화산이류가 생기면서 841명이 사망했다.

화산의 상징과 같은 용암 분출을 많이 걱정하지만 용암은 사실상 인명 피해를 거의 일으키지 않는다. 수백 도가 넘는 온도지만 이동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지진이 발생하거나 화산재가 분출할 때 미리 대피만 하면 피해를 막을 수 있다. 게다가 아궁 화산 지하에 있는 마그마는 안산암질이다. 온도가 낮고 점성이 높아 지표면으로 흘러나온다고 해도 빠르게 식으면서 이동 속도는 더 느려진다. 1963년 분출 때도 용암 분출이 있었는데, 이때 20일 동안 7km 이동했다.

화산 분출로 인한 인명 피해를 줄이려면 대피 반경을 예상보다 넓게 잡는 것도 중요하다. 1980년 VEI 5등급으로 분출한 미국 세인트헬렌스 화산은 마그마가 분화구 정상에서 분출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사람들을 대피시켰는데, 예상과 달리 산의 옆구리에서 분출하면서 인명 피해를 냈다.
 
오가희 동아사이언스 기자 solea@donga.com
#발리 아궁 화산#아궁 화산#인도네시아 발리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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