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플러스]“영화 속 인공지능 20∼30년 후 등장” 인공지능 시대 맞아 철학적 준비, 평생 공부 필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30일 03시 00분


코멘트

뇌과학·인공지능 권위자 김대식 KAIST 교수

사진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사진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세계적 화두(話頭)인 4차 산업혁명이 제조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작업의 효율을 높이는 ‘인더스트리(Industry) 4.0’ 수준에서 머물까. 스스로 학습하고 진화하는 인공지능(AI·Artificial Intelligence)이 융합하면 미래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인공지능 기반 미래 사회에 대한 전망, 인간에게 미칠 파장과 대책 등을 놓고 국내외에서 논쟁이 한창이다. 인공지능이 만들어낼 미래 세상을 우리가 모르기 때문이다.

세계경제포럼은 4차 산업혁명으로 일자리 약 500만 개가 없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은 현재 직업의 47%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인공지능은 인간이 만든 마지막 발명품이 될지 모른다.

뇌과학과 인공지능 권위자인 김대식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50)를 만나 인공지능 시대의 모습과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알아봤다.

“인공지능 시대에도 교수가 필요할까요. 내가 했던 강의를 인공지능이 스스로 학습하면 더 잘하지 않겠어요. 늘 새로운 내용의 강의를 해야겠죠. 인공지능이 등장하면 일자리를 놓고 인간과 기계가 다툴 겁니다.”

― 뇌과학은 무엇인가.


“뇌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크게 3가지 분야가 있다. 뇌 구성, 뇌 질환의 원인과 치료를 연구하는 생물학적 의학적 분야, 지능과 생각의 원천이자 유일하게 문명을 만든 인간의 뇌가 무엇을 하는지 알아보는 인지학적 분야, 인간과 비슷한 인공지능을 가진 기계를 만드는 계산학적 분야로 나눌 수 있다. 나는 두세 번째 분야를 연구한다.”

― 인공지능 개발에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먼저 컴퓨터를 보자. 디지털 컴퓨터는 2차 세계대전 때 등장했다. 사람에게 어려운 계산을 맡겼는데 기대보다 잘했다. 그래서 인간에게 어렵지 않은 그림과 글을 맡겼다. 50∼60년간 사물을 인식하고 대화를 이해하지 못했다. 인공지능은 영화에선 가능하지만 현실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이 팽배할 즈음 반전이 일어났다.”

― 머신러닝을 말하는가.

“딥 러닝이라는 새 패러다임이 생겼다. 과거 인공지능은 규칙, 즉 인간이 부여한 룰에 기반을 뒀다. 대표적인 게 계산이다. 연장선상에서 ‘고양이는 무엇이다’고 정의한 뒤 사진을 보여줬다. 그런데 고양이를 못 알아봤다. 모든 것을 언어, 즉 논리나 심벌로 표현할 수 있다는 큰 착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정보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사물 인식도 그런 것이다. 고양이 사진 수천만 장을 보여주고 학습을 시켰더니 컴퓨터가 고양이를 구별해 냈다.”

― 인간 같은 로봇은 가능한가.

“딥 러닝 이후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가 상상을 초월할 만큼 빨라졌다. ‘알파고’ 충격이 대표적이다. 바둑은 경험, 직관, 창의 등이 필요해 인간이 기계를 이길 것으로 생각했다.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인간을 모방한 기계가 나올 수 있다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는 계기가 됐다.”

― 그런 인공지능은 언제쯤 나올까.

“인간 뇌를 모방해 학습하는 인공지능, 즉 영화 속 인공지능 가운데 지적 능력이 있는 기계는 ‘약한 인공지능’이다. 20∼30년 후 등장할 것이다. 기계가 자유 의지와 독립성을 갖고 인간보다 우월한 인공지능이 ‘강한 인공지능’이다. 현재로선 픽션이다. 그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기계가 학습해 스스로 진화한다면 약한 인공지능이 강한 인공지능으로 바뀔 수 있다.”

― 약한 인공지능이 있는 세상은.

“지적 노동이 가능한 기계가 등장하면 세상이 바뀔 것이다. 200여 년 전 증기기관의 등장으로 인간의 육체노동이 줄면서 여유시간이 생겼다. 그 시간을 교육에 투자해 서비스산업에서 일하게 됐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적 노동을 대체하면 노동이 줄어 좋다는 유토피아적 시각이 있다. 지적 노동마저 없어지면 인간은 어쩌나 하는 디스토피아적 시각도 있다.”



―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라는데.


“인간이 지적 노동으로 돈을 못 벌면 큰일 난다. 그래서 미래를 위해 무엇을 배워야 하나 고민한다. 한편으론 일자리가 많이 생길 것이고, 인간은 더 창의적인 일을 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기본소득을 지급해야 한다는 국제적 논란이 있다. 모르는 문제가 있을 때 선진국 정치인은 공부한다. 우리 정치인은 목소리를 높여 싸운다. 새 비행기를 띄우려면 먼저 모델로 테스트를 해야 한다. 특정 지역에서 기본소득을 실험하는 네덜란드가 그렇다. 현명한 방법이다.”

― 강한 인공지능이 등장하면.

“인간보다 똑똑하고 자유 의지가 있는 강한 인공지능이 나오면 인간에게 안 좋은 세상이 될 것이다. 지적 능력이 가장 뛰어난 존재가 세상을 지배했다. 인간은 동식물을 없애고 환경을 인간 위주로 바꿨다. 강한 인공지능도 그런 정보를 참고해 인간을 고려하지 않고 기계 위주로 환경을 만들 것이다. 인간이 있는 지구와 인간이 없는 지구 중에서 무엇이 좋은지 계산해 볼 것이다. 인간에게 왜 세상에 존재해야 하느냐고 물어볼 수 있다. 재미있게 살다가 강한 인공지능이 나오기 전에 죽고 싶다.”

― 강한 인공지능은 두려운데.

“지적 능력이 인간보다 뛰어난 강한 인공지능을 통제하는 것은 어렵다. 인간의 멸종 가능성도 제기된다.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는 그런 상황이 생길 것으로 보고 두려워한다. 그래서 지구를 기계에 넘겨주고 화성으로 가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인간이 지구를 떠나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인공지능이 화성으로 올 테니까. 강한 인공지능에게서 완전히 벗어나는 건 어렵다. 결국 인간이 기계보다 조금이라도 더 똑똑해야 한다.”

― 일론 머스크의 전자그물망 구상은 실현될까.

“머스크가 전자그물망을 인공지능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인간이 인공지능에 지배당하지 않으려면 뇌에 일종의 칩인 전자그물망을 심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자그물망은 현실이다. 2015년 하버드대가 입증했다. 뇌 신호를 컴퓨터와 연결하면 읽고 쓸 수 있다. 주사로 뇌에 전자그물을 주입하면 지능을 확장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픽션이다. 30∼40년 후쯤 가능할 것이다.”

― 강한 인공지능에 대한 대책은.

“강한 인공지능이 등장하는 순간 역사의 주인은 더 이상 인간이 아니다. 그런 기계가 나오기 전에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 첫째, 머스크 생각처럼 인간이 기계처럼 바뀌는 것이다. 둘째, 강한 인공지능이 못 나오게 막는 것이다. 인간이 통제할 수 있는 약한 인공지능, 즉 안전한 인공지능까지만 만드는 것이다. 셋째, 강한 인공지능 등장을 전제로 준비하는 것이다. 인간과 기계가 공생하는 법을 찾아야 한다. 결정권은 인공지능이 갖겠지만 인간이 있는 세상이 낫다는 결론을 내게 해야 한다. 인간이 계몽할 마지막 기회다.”

― 2018년 의무화 예정인 코딩 교육은 도움이 될까.

“미래 예측은 난센스라고 할 만큼 어렵다. 아마 코딩 기계는 구글이 내놓지 않을까. 인공지능 시대를 맞으려면 첫째, 철학적 준비를 해야 한다. 내가 누군지, 어떤 삶을 살지 알아야 한다. 둘째, 평생 공부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셋째, 인공지능이 육체 및 지적 노동을 제공해 생기는 여유시간을 잘 써야 한다. 자아를 발전시키고 행복해지는 법을 익혀야 한다. 흔히 바빠서 자신을 위한 시간이 없다고 말하는데 SNS만 안 해도 시간이 남는다.”



― 자아를 발전시키려면.


“첫째,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이다. 둘째, 사람을 많이 만나 대화하는 것이다. 끼리끼리만 모이면 자아를 확장하기 어렵다. 셋째, 독서를 하는 것이다. 책 읽기는 다른 사람의 경험과 생각을 간접 체험하는 효율적인 방법이다. 책은 저렴하고 언제 어디서나 활용할 수 있다. 많은 사람이 이미 검증한 고전을 추천한다. 아무 책이나 읽으면 시간만 낭비할 수 있다. 세상에 김대식이 있거나 없거나 별 차이가 없다. 그러나 아리스토텔레스, 셰익스피어, 루터 등이 없는 세상은 상상하기 어렵다. 그런 사람이 없었다면 다른 세상이 됐을 것이다.”

―교육시스템은 어떻게 해야 하나.

“학교 교육시스템 가운데 우리 스스로 만든 게 있나. 나는 민족주의자가 아니다. 남의 문화를 수용하는 것은 나쁜 게 아니다. 이해하고 받아들였나 여부가 중요하다.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모방만 하는 게 문제다. 취지나 이유를 모르고 눈에 보이는 껍데기만 모방한다. 자신감이 있으면 상황 변화에 맞게 계속 바꾼다. 자신감이 없으면 근본주의에 빠진다. 한국이 종주국 중국보다 더 유교적이지 않나. 이것은 한국의 공통 문제다. 여러 병세 중 하나가 교육이다.”

―학생이 미래에 대비하려면.

“지식에 대한 궁금증, 우주에 대한 호기심을 가져야 한다. 남이 알려준 답을 그대로 외우는데 그치면 안 된다. 그 답은 시대에 맞춘 해결책일 뿐 진실이 아니다. 남이 준 답을 그대로 받아 적는 것은 요리를 안 하고 설거지만 하는 것과 같다. 답 위주이다 보니 세상 모든 것에는 답이 있다는 착시현상이 생겼다. 그러나 불편한 진실이 있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남이 준 답에 만족하지 말고 질문해야 한다.”

―일반인은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일반인은 평생 배운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어디 아프면 가까운 병의원을 찾듯 지식이 필요하면 교육을 받아야 한다. 몸을 생각해 주기적으로 건강검진은 받으면서 왜 교육은 평생 안 받나. 교육받는 사람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것도 방법이다.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고 24시간 배울 수 있는 교육시스템이 필요하다. 학교를 더 이상 지식 전달 장소로 생각해선 안 된다. 이제 지식은 각자 전달받고 학교에 모여선 토론하는 역발상 교육(inverse education)으로 바꿔야 한다.”

―대학에 가야 하나.

“대학은 장기적으로 없어질 것이다. 21세기 현실과 안 맞으니까. 학부 마치고 박사 학위를 받으려면 5년 이상 걸린다. 그 학위를 평생 못 써먹는다. 몇 년 뒤면 쓸모가 없어진다. 지식 중 가장 안 좋은 게 무의미한 과거 지식이다. 지식이 없으면 배우면 된다. 정말 필요한 것은 첨단지식이다. 공학의 경우 1, 2년 배워 일하고 5년 뒤 다시 대학에 오면 된다. 단기 학제의 생애 학위(Life Degree) 개념이다. 창업 중심의 미국 싱귤래리티대, 프랑스 에꼴42 등이 그렇게 운영한다.

―청년 실업이 심각한데.

“일자리를 수도권 근무로, 직업을 공무원 연예인 대기업 직원으로 좁게 생각한다. 일자리 수는 많다. 선호하는 일자리가 한쪽에 쏠려 있는 게 문제다. 일자리는 만드는 게 아니라 생겨나는 것이다. 그런 여건 조성이 중요하다. 인생에는 다양한 경로가 있다. 자신의 행복을 추구해야 한다. 해외 학생들은 세계 여행으로 경험의 폭을 넓힌 뒤 대학을 선택한다. 국내 학생은 성적에 맞춰 정한다. 대학 설명회에 가보면 학생은 없고 엄마들로 꽉 차 있다. 부모의 가상현실 속에서 아이들이 대학과 직장을 고른다. 그러다 현실과 부닥치면 어떻게 되겠나. 처음부터 가상현실이 아닌 현실에서 자라야 한다.”
#뇌과학#인공지능#김대식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