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동아]‘사드 반한감정’ 속 중국 현지서 빛나는 한국 의료기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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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한류의 선두주자… 줄기세포 이용한 퇴행성관절염 치료 완치 소식에 中 현지 방문객 급증

지금 대한민국과 중국 사이의 가장 큰 이슈는 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의 반한 감정과 경제 보복이다. 언론과 인터넷에는 하루에도 수십 개의 관련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중국 당국의 보복 여파로 음식점과 대형 마트부터 연예계와 항공업계까지 피해를 보고 있는 실정. 심지어 중국 현지에 체류 중인 한국인들은 신변 위협도 느끼고 있다. 그런데 중국 광둥 성 선전(深(수,천))은 현재의 위태로움과 정반대의 분위기다. 한 한국인 의사가 그 키를 쥐고 있었다.

꿈에서 현실이 된 퇴행성 관절염 완치


업무 중 무릎 부상으로 조기 퇴행성 관절염이 진행된 중국인 환자에게 송준섭 박사가 무릎검사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업무 중 무릎 부상으로 조기 퇴행성 관절염이 진행된 중국인 환자에게 송준섭 박사가 무릎검사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8일 선전의 한 의료기관 진료실에서 퇴행성 관절염으로 고생 중인 한 중국인 환자를 만날 수 있었다. 공무원인 그는 근무 중 입은 무릎 부상으로 인해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조기 퇴행성 관절염으로 고통 받고 있었다. 이미 많은 의료기관을 다녔던 그는 모든 의료진에게서 그저 ‘항상 몸을 아끼고 조심’하라는 소견만을 받아 왔다. 그러나 이날 처음으로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었다. 그를 진료한 서울제이에스병원 송준섭 박사가 “충분히 건강하고 활동적인 생활이 가능하다”며 “단, 수술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소견을 밝힌 것이다.

사실 과거엔 한국 의료진의 소견 역시 중국 의료진의 이야기와 다를 바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퇴행성 관절염의 가장 큰 원인인 관절연골 손상을 치료할 수 있는 줄기세포 이식 기술이 생겨났고 완치가 가능해졌다.

중국 초청 진료, 방한을 이끌다


퇴행성 관절염은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으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 비교적 젊은 환자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그 원인으로 비만, 업무, 학습, 운동부족 등과 함께 스포츠 활동도 꼽히고 있다. 활동적인 스포츠를 즐기는 데 비해 그에 필요한 근력과 환경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작은 부상이 반복되며 관절연골을 손상시키는 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국내 퇴행성 관절염 환자는 약 350만 명으로 나타났다. 2011년의 약 310만 명과 비교하면 4년 동안 약 40만 명이 증가한 셈이다. 지난해 기준, 퇴행성 관절염 환자를 연령별로 분석하면 환자 10명 중 2명이 40, 50대다.

중국은 인구와 비례해 퇴행성 관절염 환자 역시 많다. 안타까운 점은 정확한 진료와 안전한 치료를 받지 못해 고통 받는 환자가 상당수라는 것이다. 이에 중국 현지에서 한국 의료진을 초청하게 됐고, 작년 7월부터 송 박사는 중국 현지의 진료소에 자리했다. 중국 의료 관련 기업 라이멍㈜이 중국 내 퇴행성 관절염 환자를 모아 진료를 받게 했다.

라이멍㈜의 대표는 “현지에서 송 박사와 줄기세포 수술에 대한 자료 요청 및 진료 문의가 상당하다”며 “인터넷이 보편화된 만큼 한국 줄기세포 기술에 많은 중국인들의 관심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 현지에서의 줄기세포 수술은 불가능한 상태다. 중국 보건 당국은 퇴행성 관절염의 진료까지만 허가했기 때문이다. 이에 수술이 필요한 환자들은 한국으로 속속 입국하고 있다.

나이 및 손상 정도에 제약 없는 수술법

중국 정부 관계자 및 의료진들이 참석한 광둥성 현지의 심포지엄에서 송준섭 박사가 줄기세포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중국 정부 관계자 및 의료진들이 참석한 광둥성 현지의 심포지엄에서 송준섭 박사가 줄기세포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같은 날 진료실을 찾은 이는 한쪽 무릎에 인공관절을 한 86세 환자였다. 그는 다른 쪽 무릎의 인공관절 수술을 기피하고 있는 상태였다. 자력으로는 다섯 걸음조차 내딛지 못하는 수준으로, 휠체어에만 의존해 생활하고 있었다. 하지만 송 박사는 X-레이 등 몇 가지 검사 항목을 살피곤 “충분히 걸을 수 있다”는 소견을 환자에게 전했다. 인공관절을 하지 않고도 무려 10년 전의 무릎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나이에 관계없는지, 효과는 얼마큼인지 묻는 환자와 가족을 향한 충분한 설명도 이어졌다. 그들은 이러한 한국의 기술을 놀라워했다.

줄기세포 수술에 대해 관심이 많아 진료실을 내원한 광둥 성에 사는 펑쉬 씨(70)는 “실제 효과가 궁금한 만큼 의심도 들었지만 오늘 의료진의 설명을 들으니 안심이 된다”며 “다음 달 한국에 가서 정밀검사와 수술을 받기 위해 계획을 세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히딩크 감독 완치 후 국내 환자도 급증

그렇다면 국내 줄기세포 수술은 어느 정도까지 확대되고 있을까. 2017년 4월 중순 기준, 이 수술을 받은 환자는 4899명. 곧 5000명을 돌파한다. 한국 축구의 신화를 쓴 거스 히딩크 감독이 수술을 받아 완치된 후 국내 수술 환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1분기에는 월평균 200명에 가까운 환자들이 줄기세포 수술을 선택했다. 그리고 최근 수술을 받은 환자들의 경우 반대쪽 무릎도 수술을 받는 경향이 증가했다. 이에 대해 송 박사는 “수술 효과를 직접 경험하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라며 “앞으로는 줄기세포 수술을 받는 환자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 예측했다.

6, 7월경 서울제이에스병원은 국제학술지에 논문을 투고할 예정이다. 내용은 줄기세포 수술 결과를 바탕으로 한 2년간의 추적 관찰 결과다. 이는 아직 줄기세포 수술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환자와 의료진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박진혜 기자 jhpark1029@donga.com
#관절염#퇴행성관절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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