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엔진, 3D프린팅, 공중발사… “더 싸게, 더 자주 위성을 쏴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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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발사체, 소형 로켓이 뜬다

세계 최초의 전기모터 엔진 ‘러더퍼드’(첫번째 사진). 이를 개발한 미국 스타트업 로켓랩은 이르면 내달 러더퍼드 엔진 10개로 이뤄진 2단 로켓 ‘일렉트론’의 첫 시험발사에 나선다. 지난해 12월 15일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허리케인 관측위성을 실은 오비털ATK의 공중발사 로켓 ‘페가수스XL’이 록히드마틴의 항공기 ‘스타게이저’에 장착된 모습(두번째 사진). 로켓랩·미국항공우주국 제공
세계 최초의 전기모터 엔진 ‘러더퍼드’(첫번째 사진). 이를 개발한 미국 스타트업 로켓랩은 이르면 내달 러더퍼드 엔진 10개로 이뤄진 2단 로켓 ‘일렉트론’의 첫 시험발사에 나선다. 지난해 12월 15일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허리케인 관측위성을 실은 오비털ATK의 공중발사 로켓 ‘페가수스XL’이 록히드마틴의 항공기 ‘스타게이저’에 장착된 모습(두번째 사진). 로켓랩·미국항공우주국 제공
 인공위성을 우주에 쏘아 올리는 발사체의 ‘비용 절감’ 기술 개발이 활발하다. 위성을 더 싸게, 더 자주 발사하기 위해서다. 위성의 발사 비용이 줄어들면 중소 연구기관이나 대학 등에서도 위성을 쏘아 올려 다양한 연구에 도전할 수 있게 된다. 전기 엔진과 3차원(3D) 프린팅, 비행기를 이용한 공중 발사 등의 기술에 국내외 기업들이 도전하고 있다.

 저가의 소형 발사체 기술 개발이 활발해진 것은 최근 50kg 이하 초소형 인공위성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시간과 비용을 들여 대형 인공위성을 쏘기보다는 작고 가벼운 위성을 만들어 비용을 줄이고, 언제든 쉽게 띄우자는 것이 최근 추세다. 인공위성이 작아짐에 따라 발사체도 함께 작아지는 셈이다.

 로켓 크기가 작은 만큼 비용 절감 시도도 대형 로켓보다 다양하고 공격적이다. 자동차 부품과 공정의 표준화로 가격을 낮춘 T형 포드가 자동차 대중화 시대를 연 것처럼 저가 발사체 기술이 인공위성 활용 연구와 사업화의 진입 장벽을 낮출지 주목된다.

○ 전기로 연료 주입하는 로켓 엔진

 미국의 우주 개발 스타트업 로켓랩은 세계 최초의 전기 로켓 ‘일렉트론(Electron)’을 개발했다. 일렉트론은 태양빛을 항상 받을 수 있는 상공 500km 태양 동주기 궤도에 150kg의 탑재체를 쏘아 올리는 상업용 2단 로켓이다. 길이 17m, 직경 1.2m로 부피가 한국형 발사체(KSLV-2)의 20분의 1이다. 발사 중량은 1.26t에 불과하며, 상공 300∼500km의 지구 저궤도로 발사할 경우 최대 225kg의 화물을 실을 수 있다.

 기존 로켓은 터빈으로 펌프를 돌려 액체연료와 산화제를 연소실로 주입한다. 이와 달리 일렉트론은 배터리로 작동하는 전기모터로 펌프를 돌려 연료를 주입한다. 여기에 터빈을 움직이는 파이로 시동기와 가스 발생기도 필요 없어 구조가 단순하고 가볍다. 일렉트론의 전기모터 엔진은 로켓랩이 처음 출발한 지역인 뉴질랜드 출생의 저명한 물리학자의 이름을 따 ‘러더퍼드’로 불린다.

 일렉트론 로켓의 1회 발사 비용은 490만 달러 수준. 민간 우주 기술 회사 스페이스X가 ‘팰컨9’ 로켓을 회수해 재사용하는 발사 비용(6200만 달러)의 8%에도 못 미친다. 탑재체를 최대 225kg 싣는다고 가정하면, 일렉트론의 탑재체 kg당 발사 비용은 약 2만1778달러(약 2548만 원)가 된다. 로켓 발사 비용의 ‘마의 장벽’으로 여겨지는 ‘탑재체 kg당 2만 달러’에 꽤 근접한 셈이다.

 국내에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전기모터 펌프를 자체 개발 중이다. 김진한 항우연 발사체엔진개발단장은 “현재 기본 설계를 마친 상태로, 예산이 확보되면 내년부터 제작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 3D 프린팅으로 더 쉽게, 탄소복합재로 더 가볍게


 3D 프린터를 활용한 부품 제작과 가볍고 강한 신소재 적용도 발사체 비용을 낮춰준다. 러더퍼드 엔진은 주요 부품을 3D 프린터로 만들었다. 24시간이면 러더퍼드 엔진 1개 조립에 필요한 모든 부품을 만들 수 있다. 부품이 모듈화되어 있어 대량 생산이 쉽고 제작 비용도 줄었다.

 고압을 견뎌야 하는 연소실에만 내열성 니켈합금을 사용하고, 연료 탱크와 외벽 등 나머지 대부분은 탄소복합재로 만든다. 견고하면서도 철강보다 50% 이상 가벼운 신소재다. 안정성을 최우선시하는 로켓에 전면적으로 탄소복합재를 적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단장은 “성능이 검증되면 대형 로켓에도 적용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로켓랩은 이르면 내달 중 뉴질랜드 마히아 반도의 전용 발사대에서 첫 시험 발사를 할 계획이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등을 고객으로 확보했고, 2020년까지 발사 예약이 80% 이상 찼다. 향후에는 주 1회 발사를 목표로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 상공 10km 비행기에서 공중 발사…국내선 중형차 크기 소형 로켓 개발

 소형 로켓은 비행기에서 공중 발사할 수도 있다. 지상에서 로켓을 일정 고도까지 띄우려면 강력한 추진력이 필요하지만, 공중에서는 이런 힘을 아낄 수 있다. 미국 우주 개발 기업 버진갤럭틱은 보잉 항공기에서 발사하는 ‘론처원’ 로켓의 시험 발사를 앞두고 있다. 비행기로 상공 10km까지 올라간 뒤, 200kg의 탑재체를 실은 로켓을 우주로 바로 쏘아 올린다. 발사 비용은 1000만 달러(약 117억 원) 수준이다.

 오비털ATK는 이미 ‘페가수스’ 로켓을 공중에서 발사하는 록히드 항공기 ‘스타게이저(Stargazer)’를 운영 중이다. 지난해 12월에는 태평양 상공에서 공중 발사된 페가수스XL 로켓이 NASA의 허리케인 관측위성 ‘CYGNSS’ 8개를 상공 800km에 올리는 데 성공했다. 페가수스XL의 1회 발사 비용은 론처원과 비슷하다.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이보다 더 작은 초소형 로켓에 승부를 걸고 있다. 초소형 3단 로켓인 ‘SS-520’은 길이 9.54m, 직경 0.52m로 세계에서 가장 작고 예상 발사 비용도 회당 50만 달러 이하다.

 국내 스타트업 페리지로켓은 2020년 상용화를 목표로 길이 20m에 중량이 중형차 수준인 2단 액체 로켓을 개발 중이다. 여기에 사용되는 초소형 엔진 ‘마젠타(Magenta) 5P’는 극저온 탄화수소를 연료로 쓰는 5t급 엔진으로, 이 엔진 6개가 30t급 1단 로켓을 구성한다. 신동윤 대표는 “발사 비용을 회당 6억 원, kg당 120만 원까지 줄여 ‘모두를 위한 우주’를 실현하는 게 목표”라며 “현재 엔진 1호기의 연소시험을 진행 중이고, 내년 초에는 전국 학생들이 직접 개발한 연구용 탑재체를 상공 400km에 올려 테스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송경은 동아사이언스 기자 kyungeun@donga.com
#전기엔진#3d프린팅#일렉트론#전기로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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