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화산 大폭발 비밀?… ‘블랙박스’ 부석은 알고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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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돌 300kg으로 화산활동 캐보니

지난달 2일 대전 유성구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시료 창고. 국내 백두산 연구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지난여름 채취한 연구용 암석을 분류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윤수 지질연 책임연구원, 김기범 경상대 교수, 안현선 경상대 전문연구요원, 최성희 충남대 교수, 이승구 지질연 책임연구원. 아자스튜디오 제공
지난달 2일 대전 유성구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시료 창고. 국내 백두산 연구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지난여름 채취한 연구용 암석을 분류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윤수 지질연 책임연구원, 김기범 경상대 교수, 안현선 경상대 전문연구요원, 최성희 충남대 교수, 이승구 지질연 책임연구원. 아자스튜디오 제공
  ‘끼이익.’ 컨테이너로 만든 간이 창고 문이 열리자 수많은 돌이 쌓인 선반이 눈에 들어왔다. 모양은 물론이고 색깔도 가지각색. 회색부터 갈색, 검은색까지 다양한 종류가 쌓여 있었다.

 흔한 돌덩어리 같지만 연구진은 이 돌덩이들을 애지중지 다뤘다. 보석을 다루듯 돌 하나하나에 번호를 붙이고, 목록을 만들어 관리했다. 이곳에 쌓여 있는 돌의 총 무게는 300kg. 한국지질자원연구원(지질연), 충남대, 경상대 등에서 모인 공동연구진 14명이 7월 30일부터 8월 12일까지 세 차례에 걸쳐 백두산 인근 지역에서 채취해온 암석 샘플이다. 11월 2일 대전 유성구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을 찾아 백두산 곳곳에서 채취해온 암석의 비밀을 들었다.

○ 물에 뜨는 돌 ‘부석’에 숨은 백두산의 비밀


마그마가 폭발하는 순간 만들어진 부석. 공기 함량이 60∼70%로 높아 물에 넣으면 스티로폼처럼 떠오른다. 아자스튜디오 제공
마그마가 폭발하는 순간 만들어진 부석. 공기 함량이 60∼70%로 높아 물에 넣으면 스티로폼처럼 떠오른다. 아자스튜디오 제공
 흔히 백두산을 활동이 정지한 ‘휴화산’으로 알고 있지만 지질학계에선 백두산을 위험한 ‘활화산’으로 구분한다. 백두산이 마지막으로 분화한 것은 1903년. 분화 주기가 100년 정도라 내일 당장 분화해도 이상할 게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질학자들은 새로운 백두산 폭발에 대응하기 위해 과거 어떻게 분화했는지 지하 마그마의 구조를 통해 연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이 백두산 지역에서 암석을 캐 온 것도 이 때문이다.

 연구진은 최근 물에 집어넣으면 스티로폼처럼 둥둥 떠오르는 돌, 부석(浮石)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부석의 공기 함량은 60∼70%. 돌 속에 숨은 기공(氣孔)이 과거 백두산이 폭발할 때 정보를 담고 있다.

 3년째 백두산을 탐사하고 있는 경상대 지구환경과학과 손영관 교수는 같은 대학 기초과학연구원 김기범 교수와 공동으로 부석 속 기공으로 백두산 폭발의 비밀을 풀 실마리를 찾았다. 화산 분화는 보통 마그마 내부의 가스가 터지면서 폭발적으로 이뤄진다. 연구팀은 컴퓨터단층촬영(CT) 장비로 백두산 부석 속 기공을 원형과 타원형,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손 교수는 “당시 적어도 두 단계에 걸쳐 폭발이 일어났다는 뜻”이라며 “이런 작용이 백두산의 폭발력을 키웠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연구진이 채집한 암석 중엔 지각을 30km 이상 시추해야 만날 수 있는 ‘맨틀’ 조각도 있었다. 마그마가 지하 깊은 곳에서 터지면서 주변 암석을 덩어리째 끌고 올라온 ‘포획암’ 덕분이다. 이 암석은 백두산의 심부를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에 마그마가 어떻게 생성됐는지 볼 수 있다.

○ 지하 7km 시추…‘엄마(UMMA)’ 프로젝트 발족

 연구팀의 다음 목표는 지하 7km까지 파고 들어가 마그마를 캐 보는 것이다. 2017년까지 지진파 탐사 장비를 이용해 안전한 시추 지점을 찾는 기초 탐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손 교수는 “최근 중국당국의 탐사 거부로 연구 진척이 느리다”라면서 “더 자세한 연구를 위해선 북한과의 공동 연구도 필요한데…”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백두산이 폭발한 이후 화산 분출물은 대부분 동쪽, 즉 북한 쪽에 쌓여 있다.

 이윤수 지질연 책임연구원은 최근 중국과 영국, 일본, 미국의 과학자들이 참여하는 국제대륙과학시추프로그램(ICDP)에 북한 쪽 백두산을 시추하자는 제안서를 냈다. 프로젝트 이름은 ‘엄마(Ultra deep Monitoring for Magma Activity)’. 이 제안이 받아들여져 시추에 성공하면 분화 가능성이 큰 대형 화산 속 마그마까지 구멍을 뚫은 최초의 사례가 된다.

 1993년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북한 지역 백두산을 연구했던 독일 화산학자 한스울리히 슈밍케 독일 킬대 화산학과 교수는 “모두가 백두산이 다시 폭발할 것을 알고 있지만 중요한 건 언제, 어떻게 폭발할 것인지 아는 것”이라며 “아직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두산의 비밀을 품은 각종 암석 이야기는 과학동아 12월 호에서 자세히 볼 수 있다.
 
이영혜 동아사이언스 기자 yhlee@donga.com
#부석#백두산 화산#화산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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