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열을 이용한 치료 대신 얼리거나, 붙이는 것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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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한 의사·기자의 따뜻한 의료기기 이야기

 병원에서 수술을 받을 때 흔히 열을 가하는 의료기기를 이용해 병든 조직이나 혈관을 없애거나 자르거나 또는 붙이는데요. 이러한 의료기기 덕분에 환자의 치료시간과 출혈 및 감염 가능성이 획기적으로 줄었습니다.

 하지만 열이 정상 신체 조직에도 손상을 일으켜 회복이 늦춰지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최근엔 수술 과정에서 열을 가하는 의료기기 대신 얼리거나 붙이는 등 새로운 대체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흐름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의료기기가 바로 하지정맥류 치료에서 접착제를 사용하는 시술법입니다. 흔히 하지정맥류는 다리에서 혈관이 돌출해 보기 흉한 병으로만 알려져 있지만, 극심한 통증과 부종 등을 동반해 삶의 질을 낮추고, 심하면 피부 궤양까지 유발할 수 있습니다.

 하지정맥류의 치료는 대개 레이저나 고주파 등 열을 내는 의료기기를 이용해 혈관을 없애게 됩니다. 그러나 비록 흉터는 적지만 혈관 및 주변 조직의 손상과 이로 인한 통증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진 못했습니다.

 반면 최근 국내 출시를 앞둔 새로운 시술 방식은, 열을 내서 치료하는 대신 시아노아크릴레이트라는 생체 접착제를 사용합니다. 외부 초음파를 이용해 카테터를 문제의 혈관에 위치시킨 뒤 생체접착제를 주입해 혈관을 붙여서 막는 시술이어서 열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했습니다. 이외에도 외과 수술이나 복강경 수술시 흔히 혈관 또는 조직을 자르거나 봉합할 때 사용하는 전파 절삭기도 수술 부위와 그 주변의 인체 조직의 열 손상을 피할 수가 없는데요. 이 문제를 줄이기 위해 발열량과 열전달 시간을 최소화한 전파절삭기가 최근 국내에 도입됐습니다. 수술 과정에서 초당 최대 43만4000회에 걸쳐 인체 세포의 변화를 읽어 들여 최적화된 양의 열만을 가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기존 소작기에 비해 수술 시 발생하는 온도가 낮고 주변에 전도되는 열도 적습니다. 환자의 몸에 가해지는 열은 줄이면서 전파 절삭기 본연의 기능은 유지한 것이 특징입니다.

 심장이 멋대로 뛰는 심방세동(부정맥의 일종) 치료에 열 대신 냉각을 이용해 치료하는 의료기기도 외국에서 출시됐습니다. 흔히 열을 이용하는 전극 도자절제술은 혈관을 통해 들어간 카테터 끝에 열을 전달해 심장에서 부적절한 전기 신호를 내 보내는 부위를 태우고 절제합니다. 하지만 얇은 카테터의 끄트머리로 이상 부위를 정확히 절제하기란 쉽지 않아서 여전히 심방세동의 재발률은 높았습니다.

 새로 등장한 냉각 도자절제술은 열로 해당 부위를 태우는 것이 아니라 액화질소가 들어간 풍선 카테터를 활용해 문제 부위를 얼립니다. 이 같은 전혀 다른 치료 접근은 환자의 심장근육에 가해지는 부담을 덜면서 재발률을 낮추고 있습니다.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국내엔 아직 허가가 나지 않았습니다. 열 발생 의료기기가 오랫동안 지켜온 자리에 이같이 전혀 새로운 개념의 의료기기가 대체 되면서 환자의 건강과 삶의 질 개선, 치료비 경감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의료기기#의학#이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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