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찰에서 택배까지 잇단 성공… 드론, 우리 삶 속으로 성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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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조업 꼼짝 마!” 바다위 시속 133km ‘윙∼’

《 ‘하늘의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드론(무인비행체)이 우리 삶 속으로 성큼 들어왔다. 도입 초기에 드론은 단순한 원격조종 비행체에 불과했다. 하지만 카메라와 첨단센서, 통신시스템, 사물인터넷(IoT) 기능 등이 탑재되면서 쓰임새가 무한대로 넓어지는 중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수색·구조·택배·정찰 등의 분야에서 드론 시험비행이 속속 성공하고 있다. 상용화가 눈앞에 다가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개발한 2세대 해양 정찰용 ‘복합형 드론’의 42% 축소 모델. 멀티콥터의 프로펠러와 소형 가솔린 엔진을 함께 사용해 수직 이착륙과 고속 비행이 가능하다. 항우연 연구진은 9일 전북 무주군에서 복합형 드론 시험비행을 진행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개발한 2세대 해양 정찰용 ‘복합형 드론’의 42% 축소 모델. 멀티콥터의 프로펠러와 소형 가솔린 엔진을 함께 사용해 수직 이착륙과 고속 비행이 가능하다. 항우연 연구진은 9일 전북 무주군에서 복합형 드론 시험비행을 진행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항우연, 해양정찰 드론 시험비행

 “위잉.”

 벌판에 놓여 있던 드론 한 대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수직으로 이륙했다. 가볍게 몸을 풀 듯 몸체를 앞뒤, 좌우로 흔들어 보였다. 눈앞에 떠 있던 것도 잠시, 곧 무서운 속도로 쏜살같이 하늘을 날아가기 시작했다.

 9일 전북 무주군의 한 공터에서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미래항공우주기술팀이 개발한 차세대 드론이 하늘로 솟아올랐다. 좁은 공간에서도 자유롭게 뜨고 내릴 수 있고, 먼 거리도 빠른 속도로 정찰할 수 있는 ‘복합형 드론’이다. 항우연은 이 드론을 해양 불법 선박 정찰용으로 개발 중이다. 우리 바다에서 불법 조업을 벌이는 중국 어선을 감시할 수 있는 바다 위의 ‘눈’이 생길 예정이다.

○ 수직으로 떠서 시속 133km로 날았다

 이날 시험비행에서 공개된 드론은 2세대 시험용 모델이다. 지난해 개발한 1세대 모델의 성능을 한층 더 높였다. 다만 시험 단계라 실제의 42% 크기로 제작돼 날개 총길이는 63cm 정도다. 고속 비행이 가능하도록 전투기처럼 날렵한 형상으로 가다듬어 공기저항을 줄였다. 가솔린 엔진에서 동력을 얻고 넓은 두 개의 날개로 바람을 받아 빠른 속도로 난다.

 눈앞에서 살펴본 복합형 드론의 비행 실력은 수준급으로 보였다. 기체를 옆으로 기울인 채 시속 100km가 넘는 속도로 원을 그리는가 하면, 파도를 타듯 연속해서 올라갔다 내려가기를 반복하기도 했다.

 공현철 항우연 미래항공우주기술팀장은 “복합형 드론은 프로펠러 6개와 고속직진 비행을 위한 프로펠러 1개를 함께 사용하고, 동력은 배터리와 소형 가솔린 엔진에서 얻는다”면서 “일반 드론처럼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것은 물론이고, 고속비행 도중에도 빠르게 방향을 전환할 수 있어 전천후 기동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복합형 드론은 지상보다 바람이 훨씬 강하게 부는 해상에서 운용할 목적으로 개발됐다. 시험 중인 축소형 모델의 최대 속력은 시속 133km. 시속 100km를 넘으면 강한 바닷바람을 맞아도 견딜 수 있을 만한 충분한 양력을 얻을 수 있다. 해안 감시용으로 운영할 기본기를 완성한 셈이다.

 공 팀장은 “복합형 드론에 카메라는 물론이고 각종 센서도 탑재해 운용할 예정”이라며 “중국 어선 등의 불법 선박 감시를 비롯해 미세먼지 등의 대기 질 조사, 해양환경 조사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해안가 200km 거리까지 감시


 연구진은 연말까지 날개 총길이 1.5m의 실물 모델을 제작할 계획이다. 탄소섬유를 적용해 무게는 20kg 정도로 가볍고 최대 시속은 200km를 목표로 하고 있다. 평상시의 순항 속력은 시속 150km 수준이다. 배터리와 연료탑재량을 고려하면 최대 예상 운항시간은 2시간. 해안에서 최대 200km 떨어진 지점까지 왕복할 수 있다. 서해안 인근을 감시하는 데 충분한 성능이다.

 연구진은 이번 시험비행에서 무선조종 장치를 이용해 복합형 드론을 움직였다. 그러나 실제 드론에는 자율주행 기능을 추가할 예정이다. 이 밖에 먼 해양에서 활용하기 위해 현재 부족한 무선통신 기술도 보완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4세대 이동통신(LTE) 기술을 이용한 해상전용 무선통신망 기술도 개발되고 있어 수년 안에는 해양 운용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부터 SK텔레콤이 ‘초고속 해상 무선통신망(LTE-M)’을 구축 중이다. 공 팀장은 “지금까진 항우연이 독자적으로 드론을 개발해 왔지만 내년부터는 실용화 단계를 염두에 둘 계획”이라며 “해경처럼 복합형 드론을 실제 활용할 기관과 협력 연구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주=송경은 동아사이언스 기자 kyungeun@donga.com
#한국항공우주연구원#복합형 드론#시험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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