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세 이상 고령 산모 10년새 2배로… 신체-경제적 ‘이중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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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험 임산부 의료비 지원’ 사각

  #장면 1. 아랫배에 주먹만 한 덩어리가 잡힌다고 느낀 문모 씨(47)는 새벽이지만 남편을 깨워 산부인과로 향했다. 몇 달 전 건강검진에서 자궁근종이 발견됐을 때 의사가 “덩어리가 급속도로 커지면 암일 수 있으니 곧장 병원으로 오라”고 당부했기 때문이다. ‘제발 암이 아니길….’ 결과는 뜻밖에도 임신 4개월이었다. 문 씨는 자궁근종과 노산 위험을 이겨내고 올해 6월 2.1kg인 아들을 건강하게 낳을 수 있었다.

  #장면 2. 결혼 3년 만에 생긴 첫째 아이는 기형아였다. 첫째를 유산한 신모 씨(36)는 가까스로 둘째를 가졌지만 임신 유지 확률이 50% 안팎이라는 말에 가슴이 무너졌다. 착상 위치가 나빠 아이가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지는 운에 맡겨야 한다는 진단이었다. ‘엄마가 널 사랑할 시간을 조금만 더 주렴.’ 간절한 기도가 통했을까. 신 씨는 55시간 진통 끝에 건강한 아이를 품에 안았다.

한 임산부가 산부인과에서 진료를 받는 모습. 산모가 당뇨병, 고혈압, 자궁근종 등 질환을 앓아 본인과 태아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고위험 임신이 매년 늘어나고 있지만 부족한 지원 탓에 신체적 고통과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동아일보DB
한 임산부가 산부인과에서 진료를 받는 모습. 산모가 당뇨병, 고혈압, 자궁근종 등 질환을 앓아 본인과 태아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고위험 임신이 매년 늘어나고 있지만 부족한 지원 탓에 신체적 고통과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동아일보DB
○ 고위험 임신, 진료비 지원은 제한적

 문 씨와 신 씨처럼 임신, 출산 중 임신부나 태아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질환을 동반하는 모든 임신을 고위험 임신이라고 한다. 크게 △심장·신장질환, 당뇨병, 만성고혈압 등 내과 질환이나 △자궁암, 자궁근종 등 산부인과 질환을 동반하거나 △임신성 고혈압 및 당뇨병, 자가면역 질환인 전신 홍반 루푸스 등이 나타나는 경우로 나뉜다.

 만혼 경향이 강해지고 노산이 늘면서 고위험 출산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산모의 평균 연령은 32.2세로 2005년 30.2세보다 크게 늘었다. 35세 이상 고령 산모의 비율도 같은 기간 10.6%에서 23.9%로 증가했다. 임신 37주 이전에 출생한 신생아의 비율은 4.8%에서 6.9%로, 2.5kg 미만인 저체중 신생아 비율은 4.3%에서 5.7%로 높아졌다.

 고위험 임산부는 신체적 고통뿐 아니라 경제적 어려움에도 시달린다. 인구보건복지협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고위험 임산부의 1인당 평균 진료비는 305만6394원으로 정상 임신의 3배가량인 것으로 집계됐다. 특정 고위험 산모는 산전 진료부터 분만까지 진료비를 평균 405만969원 쓴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정부는 지난해 7월부터 ‘고위험 임산부 의료비 지원’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조기 진통, 임신중독증, 분만출혈 등 3대 중증 질환으로 지원 대상이 한정돼 있다. 지난달 산모·신생아 집중치료실을 갖춘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를 현행 9곳에서 2020년까지 20곳으로 늘리는 등의 추가 대책을 발표했지만 사각지대는 여전하다. 학계에선 전치태반(태반이 자궁 출구에 매우 근접해 있거나 출구를 덮고 있는 경우), 산모의 갑상샘 기능 이상, 기형아 출산 경험, 자궁경부 무력증 등을 전부 고위험 임신으로 보고 있지만 이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 주는 지원 사업은 부족하다는 뜻이다.

 문종수 강동성심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당연히 35세 미만일 때 출산하는 게 산모와 아이의 건강을 위해 좋겠지만 고위험 임신은 앞으로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적어도 산모가 돈 걱정은 하지 않도록 정부와 민간단체가 나서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 “독감 예방접종은 합병증 막기 위해 필수”


 고위험 임산부는 때 이른 가을 추위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면역력이 떨어져 경미한 감염병이나 계절성 질환도 심각한 합병증으로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온이 떨어지고 공기가 건조해지면 독감(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유행하는데, 이 바이러스는 매년 항원이 변이하기 때문에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 현재 국내에서 유통되는 인플루엔자 백신은 산모가 맞아도 태아에게 안전하다.

 임신 중 스트레스는 저체중아 출산, 산후 불안장애로 이어질 수 있어 관리가 필요하다. 평소 명상과 음악감상 등으로 스트레스를 줄이는 게 좋고 요가나 가벼운 유산소 운동도 도움이 된다. 임신부는 24∼28주에 태아에서 분비되는 호르몬 탓에 인슐린 기능이 떨어져 임신성 당뇨병이 생길 수 있다. 식단에 신경을 쓰고 분만 후에도 당 대사가 정상인지 꾸준히 검사를 받는 게 좋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은 2009년부터 인구보건복지협회를 통해 고위험 임산부에게 1인당 최대 60만 원 진료비 지원 사업을 벌이고 있다. 올해 하반기 300명을 포함해 현재까지 지원 받은 임산부가 2300명이 넘었다. 가구소득이 전국 평균의 150% 이하인 고위험 임산부는 인구보건복지협회(전화 1644-3590)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이시형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이사장은 “저출산은 사회가 함께 극복해 나가야 할 과제이므로 지속적으로 사업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고령 산모#경고#고위험 임산부 의료비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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