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성탐사선 ‘로제타’, 12년 6개월간의 임무 종료

유럽우주국의 혜성탐사선 ＇로제타＇가 12년 6개월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30일(한국시간) 혜성 ＇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에 충돌하면서 임무를 종료했다.

로제타는 유럽우주국이 13억 유로(약 1조5990억 원)를 들여 만든 혜성탐사선이다. 지난 2년간 67P 혜성 주변을 돌며 각종 과학센서로 측정한 정보와 사진을 지구로 보내는 임무를 수행했다. 현재 목성 궤도를 지나고 있는 67P 혜성은 태양으로부터 초속 14㎞ 속도로 멀어지고 있다. 유럽우주국은 로제타가 곧 전력이 떨어져 우주미아가 될 것이라고 보고, 혜성으로 추락시켜 최후의 근접 조사를 시키기로 결정했다.

30일 오전 5시50분, 로제타는 마지막 남은 연료를 태워 19㎞ 떨어진 혜성으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천천히 걷는 정도인 시속 1.26㎞로 15시간 동안 이동하면서 혜성 표면의 가스와 먼지를 측정하고, 혜성 핵을 고해상도로 촬영했다. 이날 오후 8시20분 표면에 충돌하면서 충격으로 모든 전원이 꺼지고 더 이상 지구와 교신할 수 없게 됐다.

로제타 계획은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고 볼 수 있다. 2004년 3월 발사된 로제타는 65억㎞를 날아 2014년 8월 혜성 67P 궤도에 도착한 뒤 싣고 간 무인탐사로봇 ＇필래＇를 혜성 67P 표면에 내려 보냈다. 인류역사상 처음으로 혜성에 착륙한 필래는 예상치 못하게 그늘로 들어가는 바람에 태양광 발전을 하지 못해 20시간 만에 방전됐다. 혜성표면에서 수집한 정보는 다행히 방전되기 직전 지구로 보냈다.

로제타는 그동안 혜성에 대해 수많은 새로운 사실을 알려줬다. 67P 혜성에 미세한 구멍이 많아 지름 4㎞에 이르는 내부공간의 70%가 텅 비어있다는 사실을 처음 밝혀냈다. 존 다비슨 스웨덴 웁살라대 천문우주물리학과 교수는 ＂혜성이 멀리서 보면 바위처럼 보이지만 사실 가까이 다가가보면 솜사탕과 비슷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로제타 임무 전 과학자들은 지구의 물 절반이 혜성에서 왔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40억 년 전 물을 품은 혜성들이 잇달아 지구에 충돌했다는 가설이다. 하지만 로제타가 관측한 정보에 따르면 혜성의 얼음은 지구의 물보다 중수소 비율이 훨씬 높다. 물의 종류가 다르다는 뜻이다. 제라드 슈웸 전 유럽우주국 로제타임무책임자는 ＂지구 물의 주된 기원이 혜성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변지민 동아사이언스기자 he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