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 의약]이번엔 중소제약사 차례… 新藥기술 수출로 불황 탈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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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부터 7일까지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한미약품 관계자가 현재 개발 중인 항암제의 임상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한미약품 제공
3일부터 7일까지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한미약품 관계자가 현재 개발 중인 항암제의 임상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한미약품 제공
지난해 사상 최대의 성과를 기록한 제약업계가 올해 상반기에도 좋은 성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1∼6월) 국내 제약사와 바이오업계의 해외 기술 수출 규모가 6000억 원을 넘어섰다. 무엇보다 바이오벤처 등 중소 규모 업체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지난해에 한미약품, 녹십자 등 대형 제약사들이 일으킨 수출 열풍을 고스란히 이어 받았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크리스탈지노믹스, 안트로젠, 제넥신, 동아에스티, 보령제약, 종근당 등 6개 국내 업체는 올해 총 7건의 해외 기술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를 공개하지 않은 종근당을 제외하더라도 계약 규모가 총 5억2446만 달러(약 6041억 원)에 이른다.

크리스탈지노믹스의 경우 급성골수성백혈병의 신약후보물질(CG026806)을 3억300만 달러(약 3491억 원)에 미국 바이오기업인 앱토스바이오사이언스에 수출했다. 상반기에 성사된 기술수출 단일 계약 중 최대 규모다.

제약·바이오 벤처 수출 활약

안트로젠은 올해 2월 일본의 이신제약에 7500만 달러(약 863억 원) 상당의 줄기세포치료제 현지 임상 개발권과 판권을 수출했다. 제넥신도 2월에 중국 상하이 처모환팡(緩方) 바이오파마와 4450만 달러(약 512억 원)의 빈혈치료제 중국 판권 계약을 체결했다.

대형 제약사의 기술 수출도 이어졌다. 종근당은 1월 일본 후지제약공업과 빈혈치료제 바이오시밀러 수출계약을 맺었고 동아에스티는 4월 미국 토비라와 6150만 달러(약 707억 원) 상당의 비알코올성지방간염 치료제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보령제약도 5월 줄릭파마와 2846만 달러(약 327억 원) 규모의 고혈압치료제 카나브플러스 수출계약을 맺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대형 제약사들이 큰 성과를 낸 데 이어 올해에는 작은 업체들도 성과를 내고 있다”며 “신약 개발 및 수출 분위기가 조성된 만큼 제2의 한미약품 탄생도 기대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제약업계는 이와 같은 바이오·제약 벤처의 활약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벤처까지 신약 연구개발(R&D)에 뛰어들면 대형 제약사들과 시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수출 대박을 터뜨린 한미약품은 그 비결로 오픈 이노베이션을 꼽았다. 오픈 이노베이션이란 한 기업이 연구개발 중 얻은 아이디어와 기술을 외부에 공개해 기업 간 시너지를 내는 방식이다.

기술 이전, 합작 벤처 설립, 인수합병(M&A) 등 구현되는 형식은 다양하다. 해외 제약업계에서는 이미 오픈 이노베이션이 널리 확산돼 있다. 물질 개발, 임상시험 등의 각 단계를 실력 있는 업체들이 나눠 맡아 신약을 개발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대형 제약사가 개발한 물질을 임상시험에 강점이 있는 벤처가 맡아서 하면 신약 개발의 가능성이 더 커질 수 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작은 업체들이 꾸준한 신약 연구개발을 통해 신약을 직접 개발하기도 하고 단계별로 자사의 강점을 찾기도 한다”며 “국내 벤처들이 신약 개발과 수출에 성과를 내는 것은 업계에서는 긍정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해외 학회에서 성과 발표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은 최근 미국과 유럽 등에서 열린 해외 학회에서 R&D 성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바이오벤처 신라젠과 대화제약은 7일까지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현재 개발 중인 항암제의 임상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 학회는 세계 최고 권위의 암 학회로 알려져 있다.

신라젠은 이 학회에서 바이러스 기반의 면역항암제 ‘펙사벡’을 소개했다. 펙사벡은 천연두 백신으로 쓰이는 우두바이러스를 활용해 암을 치료하는 항암제다. 이 바이러스를 환자의 암세포만 감염시키도록 유전자 조작을 한 뒤 체내에 투여하면 면역체계가 바이러스에 감염된 암세포를 위험물질로 인식해 암세포를 공격한다. 대화제약은 경구용 항암제 ‘DHP107’의 임상 3상 결과를 해외 종양 전문가들에게 발표했다.

정부도 지원 계획 내놓아

업계의 지속적인 노력에 정부도 발 벗고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2016년도 제약산업 육성·지원 시행계획’을 확정해 이달 초 발표했다. 글로벌 신약 4개를 만들고 세계 50위권 제약사에 2개사를 진입시켜 내년까지 세계 10대 제약 강국으로 도약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신약 R&D 투자를 강화하고 세제 혜택을 내실화하는 등의 지원을 약속했다. 바이오의약품의 신약 R&D는 지속적으로 지원하면서 미래부, 산업부 등과 협력해 유망한 신약 후보물질의 원천기술 개발과 빠른 제품화를 돕기로 했다.

복지부의 시행 계획에는 신약개발 R&D 투자 강화, 자본조달 활성화, 핵심 전문인력 유치·양성, 전략적 해외 진출 확대, 선진국 수준의 인프라 구축 등의 내용이 담겼다.

자본조달 활성화를 위해 복지부는 총 1500억 원 규모의 글로벌 헬스케어 펀드를 조성한다. 바이오 신약 분야의 민간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올해 하반기 바이오의약품의 임상 1·2상의 투자 세액공제를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 임상 1·2상에만 적용됐던 연구개발 세액공제 대상도 임상 3상까지 확대한다. 시설투자 비용도 최대 10%까지 세액공제해 주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정부의 지원을 두고 “바이오 분야에만 너무 국한되는 성향이 있다”며 “수출을 주력으로 하고 있는 제약 산업이 누락돼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업계는 국내 제약 업체들의 수출이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제약협회에 따르면 14개 상위권 제약사들의 수출액은 2014년 2조9600억 원에서 지난해 3조3600억 원, 올해에는 3조81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평균 성장률을 반영하면 2017년 4조32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협회는 전망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할 만한 주요 제약사들의 R&D 투자도 계속 늘고 있다. 지난해 이 제약사들의 R&D 투자액은 1조5500억 원이었다. 올해 1조7400억 원, 내년에는 1조95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제약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한미약품의 대형 수출 계약을 기점으로 업체들이 R&D에 집중하고 있다”며 “정부가 R&D 부분에 집중적으로 지원해준다면 더 좋은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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