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Beauty]사망률 최고 15%… 전염성 높고 진행 빨라 사전예방이 최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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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막구균성 뇌수막염

수막구균성 뇌수막염 예방 백신 ‘메낙트라’. 사노피 파스퇴르와 SK케미칼이 공동으로 출시한 이 백신은 사망률이 10%를 넘는 수막구균성 뇌수막염을 막아주는 일등공신이다. 2005년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제품이다. SK케미칼 제공
수막구균성 뇌수막염 예방 백신 ‘메낙트라’. 사노피 파스퇴르와 SK케미칼이 공동으로 출시한 이 백신은 사망률이 10%를 넘는 수막구균성 뇌수막염을 막아주는 일등공신이다. 2005년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제품이다. SK케미칼 제공
24일은 ‘세계 뇌수막염의 날’이다. 전 세계 뇌수막염 연합기구인 ‘CoMO(Confederation of Meningitis Organizations)’에서 매년 4월 24일을 세계 뇌수막염의 날로 지정해 뇌수막염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동시에 예방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뇌수막염은 앵커 손석희, 배우 고경표, 최근 걸스데이의 혜리 등 유명인사들의 과거 투병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단체생활 파고드는 무서운 전염성


뇌수막은 뇌를 둘러싸고 있는 얇은 막이다. 이 뇌수막에 바이러스나 세균이 침투해 염증을 일으키면서 생기는 질병이 뇌수막염이다. 이 중 바이러스성 뇌수막염은 특별히 치료를 하지 않아도 자연적으로 호전된다. 혜리가 “너무 못 쉬고 면역력이 떨어져서 (걸렸는데)… 이제 다 회복됐다”고 방송에서 밝힌 것처럼 과로로 인해 발병했다가도 치료를 통해 좋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세균성 뇌수막염 중 수막구균이 일으키는 ‘수막구균성 뇌수막염’은 사지 절단이나 신경 손상 같은 심각한 후유증을 동반하는 치명적 급성질환이다. 수막구균성 뇌수막염은 말 그대로 뇌수막이 ‘수막구균’에 의해 감염돼서 발병한다.

침이나 콧물 같은 호흡기 분비물이나 사람 간의 직접적인 접촉을 통해 수막구균이 전파돼 감염될 수 있다. 특히 보육시설, 대학교 기숙사, 군대 등 단체생활을 할 경우 발병 위험이 높아 ‘수막구균성 뇌수막염=단체생활 주의질환’이라는 공식이 붙을 정도다.

수막구균은 성인 및 청소년의 10% 정도가 일시적으로 갖고 있을 수 있으며 입맞춤, 재채기, 기침, 식기 공유 등을 통해 쉽게 전파될 수 있다. 따라서 사람이 많은 보육시설이나 기숙사, 군대 등 단체생활을 앞 둔 사람이라면 수막구균성 질환에 걸릴 가능성을 더욱 유의해야 한다.

실제로 2011년 논산훈련소에서는 한 훈련병이 수막구균성 뇌수막염으로 사망한 사례가 발생한 적이 있다. 한 미국 대학교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학기 첫 주 동안의 수막구균 보균율이 크게 증가하는 추세가 확인되기도 했다. 전염성이 높기 때문에 환자는 격리 치료해야 한다.

수막구균성 뇌수막염은 사망률이 10∼15%에 이른다. 높은 사망률뿐 아니라 치료시기를 놓치기 쉽다는 점에서도 무서운 질병으로 꼽힌다. 증상이 빠르게 진행되는 반면 초기 증상이 두통과 발열, 근육통 등 감기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감기에 비해 강도가 훨씬 세기는 하지만 뇌수막염인지 몰라서 제때 치료를 받지 않은 채 넘어갈 위험이 있다.

수막구균성 뇌수막염은 뇌척수액 검사와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촬영 등을 통해 진단된다. 진단이 내려졌을 때에는 이미 상태가 급속히 악화돼 팔이나 다리 절단이 불가피한 환자도 적지 않다. 피부나 조직의 괴사 속도가 그만큼 빠르기 때문이다.

이 질병은 24시간 내에 사망에까지 이를 수도 있어 ‘그 어떤 감염 질환보다도 환자를 빠르게 사망에 이르게 하는 질환’의 대명사처럼 불리기도 한다. 항생제가 없던 시절에는 사망률이 50% 수준까지 치솟은 적도 있다.

살아남은 환자들도 20% 정도는 신경학적 장애, 학습장애, 청각 손실, 사지 절단 등 평생 지속되는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릴 수 있다. 따라서 치료보다는 사전에 예방이 매우 중요한 질환이다.

아시아에서는 혈청형 A 많아

수막구균성 질환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매년 50만 명이 수막구균성 질환에 감염되고 있고, 7만5000명이 매년 수막구균성 뇌수막염으로 사망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질병관리본부가 수막구균성 뇌수막염을 법정전염병으로 지정해 감염 현황을 감시하고 있으며, 군대내에서 필수로 예방 접종을 하고 있으며 영유아 및 청소년도 일반 병의원에서 접종이 가능하다. 하지만 여전히 해마다 10명 내외의 감염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2001년부터 2015년까지 수막구균성 뇌수막염으로 사망한 환자는 10여 명. 올해에는 현재까지 3명의 환자가 발병했다.

같은 수막구균이라도 원인이 되는 혈청형은 지역별로 다르다. 아시아의 경우 혈청형 A로 인한 발병이 높은 편이다. 중국에서 1996∼2007년 사이 발생한 수막구균성 질환 사례를 조사한 결과 혈청형 A에 의한 사례가 가장 많았다. 인도에서도 혈청형 A에 의한 사례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중국에서는 혈청형 A와 혈청형 C를 예방하는 수막구균 백신을 필수 접종으로 지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사노피 파스퇴르와 SK케미칼이 공동으로 출시한 ‘메낙트라’ 등이 수막구균성 뇌수막염 예방 백신으로 도입돼 있다. 메낙트라는 2005년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승인받은 세계 최초의 4가 수막구균 단백접합백신이다. 국내에 도입된 수막구균 4가 백신 중 생후 9∼23개월에서 유일하게 혈청형 A에 대한 효능, 효과를 입증받았다. 생후 9∼23개월은 2회 접종, 24개월 이후 만 55세 이하까지는 1회를 접종한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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