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팀, 빛으로 세포 성장 조절하는 기술 개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17일 13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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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선조종자동차(RC카)를 조종하듯 빛을 이용해 세포 내 소기관의 움직임을 조절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허원도 그룹리더(KAIST 생명과학과 교수)팀은 세포내 물질 수송을 조절하는 새로운 광유전학 기술인 ‘생체막 올가미’를 개발했다고 17일 밝혔다. 신경세포와 암세포의 성장을 조절할 수 있어 루게릭병 등 신경질환 치료는 물론 항암치료에도 응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광유전학이란 피부를 투과할 수 있는 빛을 비춰 세포 내 단백질의 기능을 제어하는 새로운 연구 분야다.

연구팀은 청색 빛에 반응하는 식물의 청색광 수용단백질에 세포 소기관의 생체막에 존재하는 ‘랩 단백질’을 결합시킨 융합단백질을 만들었다. 이 융합단백질을 실험동물의 암세포와 신경세포에 발현시킨 뒤 청색 빛을 비추자, ‘엔도좀’ ‘엑소좀’ ‘리소좀’ 등 세포내 물질 대사와 수송에 관여하는 작은 세포소기관의 움직임이 일시 정지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비추던 청색 빛을 제거하면 멈췄던 세포소기관이 다시 움직이면서 세포의 성장이 가속화됐다. 약물이나 전기 자극 없이 특정 빛깔의 빛을 비추는 것만으로 생체막을 가진 세포 소기관들의 움직임을 제어할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허 교수는 “세포의 성장을 조절할 수 있게 된 만큼 암 세포의 성장을 막거나 신경세포의 성장을 가속화시킬 수 있는 연구의 토대가 됐다”며 “특히 뇌 신경세포 내 소기관의 이동을 조종할 수 있게 됨으로써 기억과 학습과 관련된 연구 분야에 새 장을 열어줄 것”이라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생명과학 분야 학술지인 ‘네이처 케미컬 바이올로지’ 12일 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이우상 동아사이언스 기자 ido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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