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포진, 한 번 발병하면 길게는 수년 극심한 난치성 통증에 시달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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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th&Beauty]

폐경기 여성, 수술 환자, 만성질환자는 대상포진 고위험군으로 의심 증상이 있을 때는 전문의와 상담해 조기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동아일보DB
폐경기 여성, 수술 환자, 만성질환자는 대상포진 고위험군으로 의심 증상이 있을 때는 전문의와 상담해 조기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동아일보DB
때 이른 더위에 연일 폭염특보가 내려지며 건강관리에 적신호가 켜졌다. 더운 날씨에는 가벼운 활동에도 땀을 많이 흘려 수분이 부족해진다. 체력이 쉽게 떨어져 각종 질병 위험도 그만큼 높아진다. 대상포진도 발병 위험이 높아지는 질환 중 하나다.

대상포진은 면역력이 떨어진 틈을 타 몸속에 잠복해 있던 바이러스가 활동을 다시 시작하면서 생기는 질환이다.

대상포진은 어릴 적 수두를 앓은 뒤 신경절에 남아 있던 수두대상포진바이러스가 다시 활성화되면서 발병한다. 50세 이상 중년층이라면 대부분 수두를 앓았기 때문에 대상포진은 누구에게나 예고 없이 찾아올 수 있다.

‘통증의 왕’ 대상포진


대상포진의 원인 병원체는 바이러스다. 수두를 앓은 뒤 몸속에 잠복하는 바이러스를 제거할 방법은 현재 없다.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성인이 돼 면역력이 떨어지면 잠복해 있던 수두 바이러스가 그 틈을 타 신경을 타고 피부로 내려와 염증을 일으키는데, 이 질환이 바로 대상포진이다.

대상포진을 몸속 시한폭탄으로 부르는 이유도 잠복해 있다가 어느 순간 발병해 칼로 찌르는 듯한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면역력이 저하되는 고령일수록 대상포진의 발병률은 높아진다. 대상포진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된 2014년 연령 분석 결과에 따르면, 10명 중 6명이 50세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에서도 면역력이 본격적으로 저하되기 시작하는 50대 환자의 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상포진은 몸의 한쪽에 띠 모양으로 수포, 발진, 감각 이상, 극심한 통증을 나타내며 발병한다. 발병 시 동반되는 통증은 ‘수십 개의 바늘로 찌르는 듯한 느낌’, ‘벌레가 기어가는 느낌’, ‘벼락을 맞거나 전기에 감전된 듯한 느낌’ 등 개인에 따라 다양하다. 통증의 정도에서도 출산통이나 만성 암 환자의 통증보다 대상포진의 통증이 더 극심한 것으로 나타난다. 대상포진의 가장 흔한 합병증은 대상포진 뒤 신경통으로 길게는 수년까지 극심한 난치성 통증이 지속되는 경우가 있다. 60세 이상 환자 10명 중 많게는 7명이 경험하는 대상포진 뒤 신경통은 수면 장애, 우울증, 불안증, 만성피로 등을 유발해 환자뿐만 아니라 환자 가족의 삶의 질을 저하시킨다.

수술 후 환자, 폐경기 여성 등 대상포진 고위험군

만성 질환자와 폐경기 여성은 대표적으로 면역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대상포진 고위험군에 속한다. 최근 논문에 따르면 수술 경험이 있는 사람, 여성, 흡연자인 경우 대상포진으로 인한 통증 강도가 심할 뿐 아니라 통증이 오래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약 3년간 평균 연령 58세 대상포진 환자 441명의 통증 정도와 대상포진 뒤 신경통의 지속 기간을 분석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에 따르면 대상포진의 통증이 매우 극심하다고 답한 111명은 여성, 흡연, 고령, 외상, 수술 과거력 등의 특징이 있었다.

위험인자별로 살펴보면, 통증이 극심하다고 답한 환자의 약 70%는 여성이었다. 약 50%는 대상포진이 발병한 부위에 수술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수술 경험이 있는 대상포진 환자들을 대상으로 시행된 통증 강도와 지속성을 평가한 연구로는 가장 큰 연구이다. 이 연구에 따르면 수술 후 신경섬유의 약화가 극심한 통증의 원인일 것으로 추정된다.

합병증 및 사회경제적 부담 높은 대상포진

대상포진의 통증과 합병증 위험은 환자 개인의 삶의 질을 저하시킬 뿐만 아니라 노동 연령층의 노동력 손실, 입원 등으로 인한 막대한 의료 자원 사용으로 사회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킨다. 한 논문에 따르면 대상포진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연간 911억∼1725억 원으로, 매년 14∼20%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대상포진을 조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대상포진 후 신경통 등의 합병증 위험이 높다. 따라서 조기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무엇보다 발병 자체를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좋다. 대상포진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생활습관 관리를 통해 면역력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충분한 수면과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더위로 깨진 생체리듬을 회복하고 균형 잡힌 식단을 통해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좋다. 더불어 면역력을 해치는 음주나 흡연, 과로와 스트레스는 최대한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용철 서울대 의대 통증센터장은 “대상포진을 피부병이나 근육통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있지만, 사실은 대상포진 바이러스가 신경을 파괴하여 극심한 통증을 유발한다. 조기에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지 않으면 만성 난치성 통증 질환인 대상포진 후 신경통, 실명, 청각 소실 등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 센터장은 수술 과거력이 있는 고위험군에 속한다면 정기적으로 병원 검진을 받고, 의심 증상이 있을 때는 전문의와 상담해 조기 치료 및 예방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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