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연구팀, 암세포 자살 유도 항암물질 개발…부작용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16일 13시 18분


코멘트
연구팀이 개발한 항암물질 ‘아폽토졸’이 암세포 사멸을 막는 원인인 HSP70 단백질과 결합한 모습.
연구팀이 개발한 항암물질 ‘아폽토졸’이 암세포 사멸을 막는 원인인 HSP70 단백질과 결합한 모습.
국내 연구진이 암 세포를 효과적으로 죽일 수 있는 새로운 항암후보 물질을 개발했다. 동물실험에선 부작용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나 안전하고 효과 높은 새 항암제 개발이 기대된다.

연세대 화학과 신인재 교수팀은 암세포의 사멸을 막는 ‘열충격단백질(HSP70)’을 파괴해 암세포의 자살을 유도할 수 있는 ‘아폽토졸(Apoptozole)’이란 물질을 새롭게 개발했다고 16일 밝혔다.

HSP70은 암세포가 잘 죽지 않는 근본적 이유로 꼽힌다. 평소엔 열이나 충격 등 외부 스트레스가 가해졌을 때 일반 세포가 죽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하지만 암세포에서는 오히려 항암제 내성을 만들어 암세포가 죽는 것을 막는다. 이 단백질을 억제하는 약물을 개발해 항암제로 사용하기 위한 연구에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 교수팀은 새 항암물질의 효과를 동물 실험으로 입증했다. 생쥐 피부에 사람의 폐암과 결장암, 자궁경부암 세포 조직을 이식한 다음, 2일에 한번씩 2주간 아폽토졸을 투여했다. 그 결과 암 조직의 크기가 폐암은 61%, 결장암 65%, 자궁경부암은 68% 감소한 걸로 나타났다. 기존 항암제의 큰 단점인 체중 감소나 설사, 치료 관련 사망 등의 부작용이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팀은 추가로 이미 항암제로 쓰이고 있는 ‘독소루비신(Doxorubicin)’ 이란 약물을 함께 처리하면 항암효과가 한층 높아진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자궁경부암에 걸린 생쥐에 아폽토졸과 독소루비신을 따로 투여했을 때는 암 조직 크기가 각각 68%와 61% 감소했지만 두 가지를 함께 투여했을 때는 81% 줄어들어 효과가 큰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아폽토졸의 이런 효과가 HSP70이 ‘APAF-1’이란 단백질과 상호작용을 막아 암세포의 자살을 유도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인재 교수는 “아폽토졸을 기존 항암제와 함께 사용하면 부작용을 줄이면서도 항암효과는 높일 수 있을 걸로 보인다”며 “이번 성과가 뛰어난 새로운 항암제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과학저널 ‘셀’ 자메지인 ‘캐미스트리&바이올로지’(Chemistry&Biology) 3월 13일자에 게재됐다.

전승민 동아사이언스기자 enhanced@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