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Beauty]“갑상샘암도 위험한 암… 생존율 높은 것은 조기검진 덕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5일 03시 00분


코멘트

박해린 대한갑상선내분비외과학회 총무이사 인터뷰

《 갑상샘(선)암이 최근에 급증하자 관심이 되고 있다. 2001년 한 해에만 국내 발생 환자가 4만568명에 이르러 암 가운데 1위를 기록했다. 가장 흔한 암인 셈. 반면 5년 생존율(2007∼2011년)은 99.9%에 달한다. 그래서 치료하지 않아도 되는 착한 암으로 여긴다. 이 때문에 갑상샘암의 과잉 진단과 치료가 이뤄지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런 논란이 일자 국립암센터의 ‘갑상샘암 검진 권고안 제정위원회’는 올해 8월 관련 학회와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권고안 초안을 발표했다.

초안에 따르면 △가족력이 있거나 △방사선과다 노출 이력이 있거나 △목에 혹이 만져지는 등 의심증상이 있는 고위험군 환자는 기존 진료 절차를 따라야 한다. 하지만 증상이 없는 성인의 경우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병원 측이 초음파 검사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 센터는 관련 전문가와 국민의 의견을 수렴해 10월 중 최종 권고안을 발표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갑상샘암을 수술하는 외과에서는 권고안이 지나치게 일반화됐다는 반론이 나온다. 최근 박해린 대한갑상선내분비외과학회 총무이사(강남차병원 외과과장)를 만나 권고안에 대한 의견과 반론을 들어봤다. 》
박해린 대한갑상선내분비외과학회 총무이사(사진)는 “갑상샘암 생존율이 높은 것은 다 조기검진 덕분”이라며 “검진을 적극 받아 미리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남차병원 제공
박해린 대한갑상선내분비외과학회 총무이사(사진)는 “갑상샘암 생존율이 높은 것은 다 조기검진 덕분”이라며 “검진을 적극 받아 미리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남차병원 제공
― 권고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문제가 있다고 본다. 검진의 유효성을 따지려면 학계에 발표된 논문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그런데 갑상샘암 검진의 이득과 손해에 관한 국내 논문은 지금까지 4편에 불과하다. 권고안은 겨우 4편의 연구를 근거로 만들어졌다. 근거가 부족하다고 본다. 검진을 해도 환자의 30% 가량은 갑상샘암 3기로 나온다. 3기가 되면 치료율이 낮다. 검진하지 말라는 주장은 국민 건강권에 대한 침해다.”

― 갑상샘암의 생존율이 높다. 수술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닌가?

“올해 발표된 영국의 통계를 보면 갑상샘암 5년 생존율이 여성은 78.9%, 남성은 74.2%에 불과하다. 이는 조기 검진을 안 했기 때문이다. 국내의 갑상샘암의 생존율이 높은 것은 대부분 조기검진을 실시했기 때문이다.”

― 조기 검진의 장점은 무엇인가?


“조기 발견해서 수술을 하면 환자의 삶의 질, 상처 크기, 예후 등 모든 면에서 장점이 많다. 증상 있는 사람만 검진한다면 진행되고 있는 사람은 어찌하란 말인가? 초음파 검진 비용은 3만 원으로 저렴하다. 수술비용은 30만∼50만 원 정도다. 이 중 본인 부담은 5%다. 검사비와 입원비까지 모두 합쳐야 100만 원가량이다. 진행됐을 때는 치료비가 조기 검진과 치료비의 몇 배나 들어간다. 전이돼서 수술하면 비용이 몇 배, 몇십 배는 든다. 미국에서 초음파 진단율이 낮은 것은 비용이 비싸기 때문이다.”

― 갑상샘암은 잘 전이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크기가 1cm 미만인 갑상샘암도 약 40%는 주변 림프절로 전이된다. 대장암, 위암은 70∼80%가 2년 내에 재발한다. 갑상샘암 환자도 실제 사망사례가 많다. 2000년대 이후 갑상샘암 초음파의 발달로 조기발견과 치료가 잘 이뤄지고 있다. 그래서 사망률이 1% 미만이 나오는 것이다. 수술 안 하고 5∼10년 두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른다. 지금까지 수술 안 하고 지켜본 환자가 거의 없다. 수술 안 해도 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치료를 했기 때문에 생존율이 높은 것이다. 미국의 전 내분비학회장도 ‘갑상샘암을 지니고 사는 것은 내 안에 폭탄을 가지고 사는 것과 같다’ 고 했다.”

― 그렇다면 수술이 필요한가?

“갑상샘암 수술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논문은 세계적으로 최근 10년간 단 2편뿐이다. 1cm 이하의 암의 경우 갑상샘의 한 쪽만 떼어내면 된다. 우리 몸에서 갑상샘 한 쪽만 가지고도 일상생활을 하는 데 지장이 없다. 우리나라 갑상샘암 진료비가 한 해 3000억∼4000억 원으로 알고 있다. 다른 질병 치료비에 비하면 아주 작은 액수다. 1년에 치매 치료로 나가는 돈은 수조 원이다.”

― 수술 후 흉터가 남고 평생 약을 복용해야 되는 단점이 있다.

“젊은 여성에게는 겨드랑이 부분을 통해 내시경으로 수술하는 방법이 있다. 연세가 많은 분들은 수술을 해도 주름 때문에 흉터가 잘 안 보인다. 초기에 수술하면 수술 부위가 작다. 1cm 미만의 초기 암의 경우 갑상샘 한 쪽만 떼어내기 때문에 약을 먹지 않아도 된다. 이런 경우 방사선 치료를 하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조기 수술이 중요하다.”

― 갑상샘암 환자나 증상이 우려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생존율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수술하고 치료해도 연간 400~500명이 사망한다. 갑상샘암도 위험한 암이다. 암의 위치(신경 가까이 있는지), 크기, 환자의 병력, 가족 병력 등을 고려해서 수술과 치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일률적으로 ‘치료해라, 마라’고 할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