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속 2∼3m 해운대 이안류 위력, 초대형 태풍과 비슷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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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린 보이’ 박태환도 허우적거릴 만큼 막강
2013년 10건 발생 546명 구조… 서해 물놀이땐 조류 변화 주의해야

해운대 앞 해저 지형은 골짜기 모양으로 돼 있어 이안류가 발생하기 쉽다. 육지에 부딪힌 뒤 남은 파도 에너지(①)는 골짜기로 바닷물을 밀어 해안에서 먼 바다로 흘러나가는 강력한 흐름을 만든다(②).
해운대 앞 해저 지형은 골짜기 모양으로 돼 있어 이안류가 발생하기 쉽다. 육지에 부딪힌 뒤 남은 파도 에너지(①)는 골짜기로 바닷물을 밀어 해안에서 먼 바다로 흘러나가는 강력한 흐름을 만든다(②).
푸른 바다를 가르고 해안에 부딪히는 흰 파도는 피서의 상징이다. 튜브를 몸에 끼우고 파도를 타고 있노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하지만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이나 충남 대천해수욕장에 갔다면 이안류를 조심해야 한다.

초속 2∼3m의 빠른 속도로 먼 바다로 밀어내는 이안류는 ‘마린 보이’ 박태환이 자신의 최고기록 수준으로 헤엄쳐 나온다고 해도 제자리를 유지할 수밖에 없을 만큼 막강하다. 이주영 국립해양조사원 연구사는 “초속 2∼3m는 바람으로 따지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물에서는 초대형 태풍과 비슷한 정도”라고 설명했다.

최근 이안류는 한반도 바다의 ‘단골손님’이 됐다. 지난해에만 이안류로 인한 사고가 10건 발생했고 구조된 사람만 546명에 이른다. 해운대의 경우 해저지형이 독특해 이안류가 자주 발생한다. 다른 해수욕장과 달리 해운대 중심부에는 골짜기가 뻗어 있는데, 해안가에 도착한 파도에 남아 있던 일부 에너지가 해안선을 따라 흐르고, 이 흐름이 골짜기로 몰리면서 먼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과정에서 이안류가 나타난다.

서해는 평균 수심이 40m 정도로 해수욕을 즐기기에 적합하지만 밀물과 썰물이 만드는 조석파가 걸림돌이다. 서해는 자석에 철가루가 끌려가듯 달의 중력에 끌려 밀물과 썰물을 만들고, 이때 조석파를 만든다. 조석파는 파장이 수천 km인 거대한 물결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밀물은 조석파의 꼭대기, 즉 마루에 생기며 썰물은 조석파의 바닥인 골에 발생한다.

조석파가 위험한 이유는 조류를 만들기 때문이다. 썰물 때 계속 깊은 곳을 따라 물과 함께 움직이면 어느새 해안가가 까마득하게 멀어진다. 물이 들어올 때도 마찬가지다. 얕은 곳인 줄 알았던 바다가 순식간에 깊은 물로 변한다. 이 때문에 서해에서 물놀이를 할 때는 물때를 확인하고 자신의 위치를 수시로 확인하는 일이 중요하다.

동해는 바람에 의해 만들어지는 풍파의 영향을 많이 받아 파도가 높은 게 특징이다. 바다에서 만들어지는 파도의 70%는 바람에 의해 만들어진다. 한반도 주변 해역은 보통 파고가 2∼3m 정도인 데 반해 강한 바람이 지속적으로 부는 남극해의 경우 6m 이상의 높은 파도가 늘 몰아친다. 이 때문에 남극 기지로 향하는 쇄빙선 아라온에서는 5층 선교(船橋)까지 파도가 올라온다.

동해는 해안가로 올수록 수심이 급격히 얕아져 똑같이 먼 바다에서 1∼2m로 치는 파도라도 서해보다 더 높고 위협적이다. 2m 높이 파도가 한 번 칠 때 갖는 에너지는 100W(와트)짜리 전구 250개를 켤 수 있는 정도다. 변도성 국립해양조사원 연구관은 “물은 공기보다 밀도가 1000배 이상 큰 만큼 같은 속도의 바람보다 에너지도 1000배 이상 크다”고 말했다.

오가희 동아사이언스 기자 sol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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