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보다 강한 원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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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김에 버티는 정도 1000원, 1000엔의 5배

돈이 구김에 견디는 힘인 ‘내절도’는 지폐 조각을 양쪽에서 잡은 뒤 지폐 중앙을 앞뒤로 접었다 펴는 횟수로 표현된다. 1000엔 지폐(뒤)는 내절도가 약 1200번에 그친 반면에 1000원 지폐(앞)는 5700번 이상 접었다 펴도 찢어지지 않았다.
돈이 구김에 견디는 힘인 ‘내절도’는 지폐 조각을 양쪽에서 잡은 뒤 지폐 중앙을 앞뒤로 접었다 펴는 횟수로 표현된다. 1000엔 지폐(뒤)는 내절도가 약 1200번에 그친 반면에 1000원 지폐(앞)는 5700번 이상 접었다 펴도 찢어지지 않았다.
설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맘때면 빳빳한 신권 지폐로 바꾸려는 이들로 은행은 북새통이다. 설날 아이들 세뱃돈이나 부모님 용돈으로 건네는 신권에는 새 기분으로 새해를 활기차게 시작하고 ‘운수대통’하라는 의미가 있다.

이렇게 새해 첫날 주고받는 신권 지폐의 수명은 1000원권이 약 3년 4개월, 1만 원권이 약 8년 4개월이다. 지폐 재료나 인쇄법에 따라 내구성이 달라지는데, 내구성이 좋아질수록 신권 발행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최소 1조 원 이상의 신권이 발행되는 설날을 맞아 ‘힘 있는’ 지폐 개발 연구를 하고 있는 한국조폐공사 기술연구원을 찾았다.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연구원의 ‘항온항습실’은 23도, 습도 50%가 1년 내내 유지된다. 온도와 습기에 민감한 지폐 종이의 특성상 항상 같은 조건에서 실험해야 하기 때문이다.

마침 연구원을 방문한 날, 정양진 제지연구팀장은 1000원짜리 지폐를 폭 1.5cm로 길게 자른 뒤, 기계가 지폐의 양 끝을 잡은 뒤 중간 부분을 접었다 폈다 반복하는 ‘내절도’ 실험을 했다. 내절도는 돈이 구김에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 주는 척도다.

이날 현장에서 측정한 1000원짜리 지폐의 내절도는 약 5700회, 일본 1000엔짜리 지폐는 약 1200회였다. 보통 지폐는 액면가가 높아질수록 강해지는데, 우리 지폐 중 가장 약한 1000원짜리 지폐가 10배 가치의 1000엔짜리 지폐보다도 5배나 강했던 것.

이곳에서는 당기는 힘에 견디는 ‘인장강도’도 측정되고 있다. 지폐 조각을 세로로 세워 위아래를 고정한 뒤, 압력을 가해 위아래를 당겨서 찢어지는 순간의 힘을 알아보는 것이다.

실험에 사용된 1000원짜리 지폐는 5.5kgf(킬로그램중·1kgf는 1kg에 작용하는 중력의 크기)의 힘이 가해지자 찢어졌다. 폭 1.5cm의 1000원짜리 지폐 조각으로 약 5.4kg의 볼링공도 거뜬히 들어올릴 수 있다는 말이다.

내절도와 인장강도의 비밀은 바로 인쇄법과 재료에 있다.

보통 지폐를 인쇄하는 방법은 잉크를 위에서 강한 힘으로 눌러 묻히는 ‘요판인쇄’와 신문을 인쇄하듯 잉크를 묻히기만 하는 ‘평판인쇄’로 나뉜다. 우리나라 지폐는 두 방식이 함께 쓰이는데 지폐 속 인물은 요판인쇄로, 배경은 평판인쇄로 찍는다. 실제로 지폐를 만져 봤을 때 배경 부분의 질감에 비해 인물 부분의 질감이 오돌토돌한 이유다. 강한 압력으로 인쇄를 하는 요판인쇄를 거치면 지폐는 내부 조직이 치밀해져 더 강해지게 된다. 요판인쇄를 버티기 위해 사용되는 지폐 지질은 면 100%로 만들어진다.

정 팀장은 “달러화는 전 세계에서 유통되는 만큼 다양한 기후를 견뎌야 해서 주로 요판인쇄를, 엔화는 다양한 색과 아름다움을 중시해서 주로 평판인쇄를 한다”며 “각 나라의 문화적 선택에 의해 지폐 강도의 차이가 생긴다”고 말했다.

대전=최새미 동아사이언스 기자 sae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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