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예술로 치료된 몸과 마음, 치매 걱정 줄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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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성 치매의 증상과 대응요령

치매 초기 또는 기억력이 떨어지는 노인들에게는 운동이나 예술활동이 증상을 완화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경기 고양시 명지병원 ‘백세총명학교’에 참가한 노인들이 전통춤을 배우는 모습이다. 명지병원 제공
치매 초기 또는 기억력이 떨어지는 노인들에게는 운동이나 예술활동이 증상을 완화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경기 고양시 명지병원 ‘백세총명학교’에 참가한 노인들이 전통춤을 배우는 모습이다. 명지병원 제공
처음엔 방금 얘기한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일흔을 넘겼으니 기억력 감퇴가 오는 게 당연하다고 여겼다. 그러던 어느 순간부터 외출한 어머니를 찾으러 다니는 일이 잦아졌다. 그때마다 파출소 바닥에 쭈그리고 앉은 어머니는 “집 방향이 기억이 나지 않아”라며 울먹였다. 그때 바로 어머니를 데리고 병원에 갔어야 했는데….

김상혁(가명·52) 씨는 지난겨울 중증 치매를 앓다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을 이렇게 회상했다. 맞벌이를 하며 어머니를 모시던 김 씨 부부는 바쁜 회사일, 자식 공부를 핑계로 치매 초기 증세를 보이던 어머니를 사실상 방치했다. 결국 김 씨는 어머니가 씻지도, 용변을 제대로 못 보게 되었을 때 어머니를 병원에 데려갔다. 그때 의사는 “요양병원에 입원하는 수밖에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결국 입원 9개월 만에 그의 어머니는 세상을 떠났다. 김 씨는 “조금만 서둘렀어도 이렇게 허망하게 가진 않으셨을 텐데”라며 울먹였다.

치매는 기억 자체를 못해


치매란 뇌에 생기는 각종 질병으로 인해 기억력 감퇴 및 이해력, 사고능력, 계산능력, 학습능력, 판단력 등 모든 뇌 기능의 복합적 장애가 온 것을 말한다. 문제는 65세 이상 노인의 80% 이상이 호소하는 ‘노인성 건망증’과 초기 치매 증세가 제대로 구분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노인성 건망증은 단순히 기억력만 감퇴될 뿐 다른 인지 능력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가령 예전에 일어났던 일에 대해 자세한 부분을 기억하진 못하나 전체적인 내용은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또 약간만 귀띔해주면 잊었던 일도 대부분 기억한다. 그러나 치매는 다르다. 치매는 대개 기억력 장애로 시작해 뇌의 모든 인지능력이 점차 떨어지고 나중엔 용변, 옷 입기, 식사 등 모든 일상생활이 힘들어진다. 이재홍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기억력만 놓고 봤을 때도 치매환자는 옆에서 모든 힌트를 줘도 과거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건망증 횟수가 잦아지고 정도가 지나치면 치매 초기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알츠하이머성 치매가 가장 많아

치매는 병의 원인에 따라 크게 2가지로 나뉜다. 가장 흔한 건 ‘알츠하이머성 치매’다. 1906년 독일 의사 알츠하이머가 최초로 학계에 보고해 이름이 붙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이 병을 앓아 더욱 유명해졌다. 이 병은 단백질이 물질 대사하는 과정에서 ‘베타 아밀로이드’라는 이상 독성 단백질이 형성돼 뇌 안에 쌓이는 질환이다. 축적된 베타아밀로이드는 신경세포를 연결하는 시냅스를 끊거나 뇌세포를 파괴한다. 전체 치매의 60%가량이 이에 해당한다.

두 번째로 흔한 것이 혈액 순환 장애로 인한 ‘혈관성 치매’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권에서 특히 많다. 전체 치매의 20∼30%를 차지한다. 뇌 세포의 혈액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때 발생한다. 특히 매우 작은 동맥이 막혀서 발생하는 다발성 경색치매가 많다. 이 환자들의 뇌 자기공명영상(MRI)을 보면 세포가 죽어서 생긴 무수한 구멍을 관찰할 수 있다.

치매 증상은 크게 △인지기능 장애 △정신병증 출현 △운동장애 출현의 3단계를 거친다. 말기에는 3가지 증상이 모두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인지기능장애의 대표적인 것은 기억장애다. 가장 최근 일을 잊기 시작하면서 나중엔 자신의 이름, 생년월일, 직업 등 인적사항조차 기억하지 못한다. 이 외에 방향감각이 상실되는 ‘지남력 장애’, 몹시 산만해지는 ‘주의력 장애’가 나타난다. 알츠하이머성 치매 환자의 경우 정확한 단어를 말하지 못하는 ‘명칭 실어증’이 동반되는 경우도 많다.

치매가 계속 진행되면 기분조절장애, 망상, 환각, 성격장애 등 정신병증이 복합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혈관성 치매 환자의 절반 이상에게서 우울증이 나타나고, 알츠하이머성 치매 환자의 40% 정도가 “누가 우리 집에 들어와서 물건을 훔쳐간다”는 식의 피해망상에 시달린다. 이 교수는 “환자 가족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이 치매환자의 정신증상이다”면서 “이는 결국 집에서 돌보던 환자를 병원이나 요양기관에 맡기는 원인이 된다”고 말했다.

말기엔 신경세포의 손상으로 각종 운동능력이 상실된다. 특히 혈관성 치매가 흔하다. 자세나 걸음걸이가 변하거나 발음장애가 생기기도 한다. 특히 병에 걸린 신경세포가 한꺼번에 흥분하면서 이상경련을 일으키기도 한다.

약이나 시술로 증상 완화

알츠하이머성 치매는 아직까지 완치되지 않는 질환이다. 하지만 최근엔 경과를 늦추거나 증상을 개선할 수 있는 약물이 개발되고 있다. 특히 신경전달 물질인 ‘아세틸콜린’ 결핍을 해소하기 위해 엑셀론, 아리셉트 등 아세틸콜린 분해 억제제가 가장 많이 처방된다. 또 비타민E 등 항산화제, 콜레스테롤 강하제 등이 보조적 약물로 쓰여 증상의 진행을 늦춘다.

혈관성 치매의 경우 내·외과 시술을 통해 증상이 호전되는 경우가 있다. 평소 고혈압, 심장병 등 위험인자를 잘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엔 약물치료뿐만 아니라 생활습관 개선, 심리·운동치료도 널리 실시되고 있다. 한현정 명지병원 신경과 교수는 “초기 치매의 경우 뇌 건강에 좋은 식이요법이나 음악, 미술, 연극 등 예술치료가 증상 진행을 늦추는 데 효과적이다”면서 “조금이라도 치매가 의심된다면 즉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치매클리닉을 방문하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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