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시대, 이제는 오픈 API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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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7월 15일 18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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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아이폰 출시 이후, 모바일 시대에 열리면서 IT 전반에 큰 변화가 일었다. 사람들의 생활 습관이나 모바일 기기의 성능 향상, 태블릿PC의 등장 등을 언급하는 것이 아니다. 이른바 ‘생태계’의 변화다. 스마트폰의 등장은 ‘앱스토어’, ‘앱 생태계’라는 새로운 서비스, 신조어 등을 만들었다. 이제 애플리케이션은 스마트폰의 선택 조건이 아닌 필수 조건이다. 사람들은 애플, 삼성전자, LG전자라는 스마트폰 제조사와 함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인지, iOS 스마트폰인지 운영체제를 구분한다. 그리고 자신이 자주 사용하는 앱을 제대로 실행할 수 있는지도 관심사다. ‘카톡’ 때문에 스마트폰을 산다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이러한 변화는 유통구조도 바꿨다. 앱 생태계의 등장이다. 과거에는 하드웨어 업체가 제품을 출시하기 이전에 소프트웨어 업체로부터 필요한 몇몇 앱을 담아 하나의 완성된 제품을 시장에 선보였다. 하지만, 앱스토어의 등장은 이 구조를 뒤바꿨다. 애플의 앱스토어, 구글의 구글플레이 스토어, MS의 윈도스토어 등은 소프트웨어 업체와 사용자가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거래 장터다. 사용자는 더 이상 하드웨어 업체가 만든 ‘완성품’을 최종 버전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내게 필요한 앱을 스스로 선택하고, 내려받아 설치한다. 사람들이 사용하는 아이폰은 모두 같은 아이폰이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물은 천차만별이다.


또한, 앱 생태계는 개인도 아이디어만 있으면 1인 개발자, 1인 개발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는 오픈 API 등장으로 연결됐다. 오픈 API란, 말 그대로 공개한 API란 뜻이다(API는 애플리케이션(프로그램)과 운영체제(윈도, iOS, 안드로이드 등) 사이의 통신에 사용하는 언어나 메시지 등을 말한다). 대표적인 오픈 API는 ‘구글맵’, ‘MS 빙맵’, ‘SK플래닛 티맵’, ‘페이스북의 좋아요 기능' 등이다. 이 기능들은 누구든 사용할 수 있다.

혼자서 모든 것을 만드는 시대는 지났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는 ‘네이버 오픈 API’를 운영한다. 카페, 검색, 지도, 미투데이 등을 개발자가 연동해 사용할 수 있도록 공개한 것. 예를 들어, 네이버가 제공하는 실기간 급상승 검색어를 앱 내에 나오게 만들 수 있으며, 네이버가 보유하고 있는 책 정보를 가져올 수도 있다. 쇼핑 지식인, 자동차, 카페글, 블로그, 전문자료 등 다양한 콘텐츠도 이용할 수 있다. 지도 정보도 가져올 수 있다. 개발자나 개발사가 스스로 뛰어다니며 전국 지도의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미지로 그릴 수 있겠지만, 제작하는 시간과 비용을 무시 못한다.


포털 사이트 다음도 마찬가지다. 현재 다음이 제공하는 오픈 API는 정부기관, 일반 기업, 대학 등 약 6,000개 사이트 이상에서 이용하고 있다(2011년 12월 기준). 지난 2012년부터 모바일 앱용 API를 확대해 운영중이다. 로드뷰 서비스 등이 대표적이다.

API 오픈 스토어도 등장했다. API를 유/무료로 제공하고 있는 이 오픈 스토어는 API를 보유한 개발자 또는 개발사가 장터에 등록하면, 필요에 따라 선택해 사용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한국도로공사가 자사의 ‘빠른길찾기 서비스’에 맵퍼스의 ‘자동차경로탐색 API’를 이용해 실시간 고속도로 교통정보를, KT가 자사의 올레맵에 한국석유공사의 ‘유가정보 조회 API’를 활용해 전국 1만 3,000여 주유소의 유가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의 오픈 API도 자주 이용한다. 블로그의 좋은 글을 하단의 ‘좋아요’ 버튼만 누르면 페이스북에 자동으로 링크를 걸 수 있으며, 미투데이에 작성하는 글을 트위터에 바로 올릴 수도 있다. 구글의 캘린더, 검색, 쇼핑, 폰트, 클라우드, 구글+ 등도 이용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을 혼자서 개발하고 제작한다? 어려운 일이다. 오픈 API는 더 많은 기능을 담은 양질의 애플리케이션을 쉽게 개발할 수 있도록 돕는다. 나 아닌 다른 개발자 또는 개발사가 만든 오픈 API를 이용해 사용자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모든 것을 혼자서 개발하기엔 소모되는 시간과 비용이 상상 이상이다.

정부도 나섰다. 정부가 수집한 공공데이터를 오픈 API로 공개해 유통을 확대하겠다는 뜻의 ‘국가 오픈데이터 포럼’을 출범했다. 서울버스 앱이 좋은 사례다. 정부는 버스운행정보뿐만 아니라, 날씨와 같은 생활기상정보, 보건기상지수 등을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 국가선거정보, 공공조달정보 및 보육통합정보, 국민연금정보, 국가재난 정보 등도 차차 오픈 API로 공개해 나갈 방침이다.

오픈 API 활용 공모전도 열려

오픈 API를 활용한 공모전도 활발하다. 한국관광공사는 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다국어 관광정보 5만여 건을 개발자 및 개발사가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오픈 API ‘TourAPI 2.0’를 개발/공개했으며, 이를 활용한 공모전을 진행 중이다. 지난 7월 14일까지 참가 신청을 받은 ‘스마트관광 APP 개발 공모전 2013’은 신청한 아이디어를 심사중인 상황. 오는 7월 22일부터 개발을 착수해 이 결과물로 15팀을 선정하고, 오는 9월 1일부터 10월 27일까지 본격적인 심사의 막을 올린다.


SK플래닛도 자사가 제공하고 있는 오픈플랫폼 ‘Planet X’를 활용한 공모전을 진행했다. 올해 공모전은 상금 규모도 작년 5,500만 원에서 7,500만원으로 높았다. Planet X는 SK플래닛이 지난해 11월 선보인 오픈 API로, T맵과 T클라우드, 호핀, T애드, 11번가, 멜론, 싸이월드, 네이트온 등의 핵심 서비스 기능을 API로 제공하는 모델이다. 올해는 댓글 플로그인 등 새로운 API도 선보였다.


이외에도 다양한 앱 공모전은 현재 진행형이다. 삼성과 인텔이 주도하고 있는 새로운 모바일 운영체제 ‘타이젠’을 활용한 앱 공모전 ‘타이젠 앱 챌린지’는 오는 11월 1일까지 출품 앱을 신청받고 있다. 심사는 11월 4일부터 25일까지 진행하며 오는 12월 수상자를 발표한다. 총 상금 규모는 404만 달러(약 46억 원)에 달한다. iOS, 안드로이드, 윈도폰 등 기존 모바일 운영체제가 구축한 앱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오픈 API는 많고, 다양하며, 품질 높은 앱을 개발하기 위해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오픈 API를 제공하는 개발자, 개발사도 영향력을 넓힐 수 있다. 서로 윈윈하는 것이 모토다. 좋은 아이디어를 함께 공유해 다양한 사람들에게 알리자는 것이 1차 목표요, 이를 활용해 또 다른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이 2차 목표다. 아무리 좋은 것이더라도 한 개인이, 한 업체가 꼭 끌어안고만 있으면 퍼지는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다. 더 많은 오픈 API가 등장해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모바일 시대를 꿈꿔본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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