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발보다 우월한 네발로봇… 군사-탐사용으로 개발 경쟁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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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가장 앞서고 한국이 뒤이어 뛰어들어

한국, 네발로봇 개발 선진국

갓난아이들이 네 발로 기다가 두 발로 서서 걷기 시작하는 것을 보면 부모는 물론이고 주변 사람들도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두 발로 걷기까지 1년 가까운 시간과 함께 넘어지고 구르는 등 아기 나름대로 힘든 과정을 거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 생활에 바짝 다가온 로봇은 두 발로 걷는 게 힘들까, 아니면 네 발로 걷는 것이 힘들까?

답은 ‘네 발로 걷는 것’이다. 네발로봇 개발이 힘들기는 하지만 무거운 짐을 지고 험한 곳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많은 나라가 군사용이나 탐사 목적으로 개발에 나서고 있다.

○ 네 발 걷기, 패턴이 많아 개발 ‘골머리’

네 발 동물이 두 발 동물보다 안정적인 자세를 보이는 것처럼 로봇의 걷기 능력도 네 발 달린 쪽이 훨씬 뛰어나다. 네 발 걷기는 보행 패턴이 다양하고, 패턴이 바뀔 때마다 균형 잡는 방법도 다르기 때문에 로봇으로 개발하기에는 두발로봇보다 훨씬 복잡하고 어렵다. 일반적으로 두발로봇은 ‘한 발 안정화’라는 기술로 균형을 잡는다. 한 발을 들어 올리면 땅을 딛고 있는 다른 발이 오뚝이처럼 중심을 잡으며 발을 바꿔 걷는 것이다. 네발로봇은 이 같은 방식을 사용할 수 없다. 네발로봇을 만들 때 가장 만들기 쉬워 많은 연구자가 고려하는 것은 승마에서 흔히 말하는 ‘평보’ 방식이다. 세 다리를 땅에 붙이고, 한 발씩 차례로 움직여 천천히 걷는 방법이다.

뒷다리와 앞다리를 엇갈려 내밀면서 빠르게 걷는 ‘속보’부터는 균형과 힘의 분산이 쉽지 않다. 땅을 딛고 있는 두 다리로만 균형을 잡아야 하기 때문에 고난도의 제어 기술이 필요하다. 속보와 비슷하지만 네 다리가 모두 공중에 뜨는 시간이 있는 ‘구보’나 뒷다리로 땅을 차면서 계속해서 튀어오르는 ‘습보’는 가장 구현하기 힘든 기술이다.

○ 얼음판 걷는 美 ‘알파독’, 힘센 韓 ‘진풍’

네발로봇 개발에 가장 먼저 뛰어든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 방위산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빅독’이 첫 작품이다. 최근에는 얼음판 위에서도 균형을 잡으며 걸을 수 있어 빅독을 실용화 단계까지 끌어올린 ‘알파독’을 개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에 이어 네발로봇 선진국에 속한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실용로봇연구그룹은 2008년 네발로봇 ‘진풍’을 개발하고, 최근 실용화할 정도의 안정성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진풍은 키 120cm, 무게 120kg으로 최대 시속 4∼5km를 낼 수 있다. 60kg이 넘는 짐을 싣고 스키장의 상급자 슬로프에 해당하는 30도 경사를 걸어 올라갈 수 있다. 더군다나 장애물을 만나더라도 자연스럽게 다리를 바꿔 균형을 잡고 걷는다. 조정산 생기원 보행로봇팀장은 “가솔린 엔진에서 나오는 유압식 실린더를 이용해 움직이기 때문에 전기모터 방식에 비해 힘이 세고 자연스러운 동작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미국의 빅독과 우리나라 진풍은 평보와 속보 형태를 선택해 걸을 수 있다. 이탈리아와 중국 등도 비슷한 성능을 가진 네발로봇을 연구하고 있다. 구보나 습보 형태로 달릴 수 있는 네발로봇은 아직 없지만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치타’와 매사추세츠공대(MIT)의 ‘치타로봇’, 서강대의 ‘치타로이드’ 등의 로봇이 실험적으로 구보, 습보 형태의 달리기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휴보는 두 발에서 네 발로 ‘변신’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두발로봇 ‘휴보’도 최근 네 발 보행 기능을 추가했다. 팔을 등 뒤로 돌린 후 뒤로 누우면서 네발로봇으로 바뀌는 ‘변신 기능’을 추가한 ‘DRC휴보’가 그것이다. 두발로봇이 네발로봇으로 변신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춘 것은 휴보가 처음이다. 휴보팀은 미 국방부 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올해 12월 개최하는 ‘재난구조로봇 경진대회’ 최종 본선에 올랐다. 재난 현장으로 들어가 밸브를 잠그고 나오면 되는 것을 과제로 하는 이 대회는 200만 달러(약 22억8000만 원)의 상금이 걸려 있다.

대전·안산=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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