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국내 첫 인공심장 이식 임상시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10일 10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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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말기 심부전증 환자에게 '3세대 인공 보조심장'을 이식하는 임상시험이 이뤄졌다.

삼성서울병원은 "심장혈관센터 이영탁·전은석 교수팀이 대동맥 판막질환으로 말기 심부전증을 앓던 환자 배모 씨(75)에게 지난해 8월 미국산 '인공 보조심장(좌심실 보조장치.LVAD)'을 이식하는 임상시험을 시행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번 임상시험에 사용된 제품은 미국의 인공 보조심장 전문 제조사인 소라텍(thoratec)사의 '하트메이트Ⅱ(heartmateⅡ)'이다.

인공 보조심장은 원래 좌심실 보조장치(LVAD)와 우심실 보조장치(RVAD)를 모두 갖춰야 완벽한 형태지만, 현재까지 주로 이식되는 제품은 심장의 좌심실 기능만 대신하는 수준이다.

시중에 사용되는 제품도 다양해 그 기능에 따라 1세대부터 3세대까지 나눠볼 수 있는데 1세대 인공 보조심장이 몸 바깥에 장착하는 형태였다면 2세대와 3세대는 몸 안에서 삽입하는 방식이다.

이중에서도 2세대가 피를 뿜어내는 식의 '박동형'이라면 이번에 사용된 하트메이트Ⅱ는 양수기처럼 피를 끌어다가 대동맥에 흘려주는 '비박동형' 장치라 할 수 있다.

이 제품은 비디오테이프 크기의 휴대형 리튬이온배터리로 작동되는데, 환자는 이 배터리를 늘 몸에 부착하고 다녀야 한다. 2008년 미국 식품의약품국(FDA) 승인을 받았으며, 2010년 미국의 딕 체니 전 부통령이 이식받아 주목받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이미 2000년 7월에 세브란스병원 심장혈관외과 장병철 교수팀이 심부전 환자를 대상으로 국내 첫 인공 보조심장 이식에 성공한 바 있다. 삼성서울병원이 이번에 사용한 '하트메이트Ⅱ'의 바로 전 단계 모델(heartmateⅠ)이다. 당시 65세이던 이 환자는 이식 수술 1년 반 후 보조심장을 빼내고 다른 사람의 심장을 이식했으며, 현재까지 생존해있다.

병원 측은 이번에 수술 받은 배 씨도 수술 후 경과가 좋아 지난해 말 퇴원했다고 설명했다.

배 씨의 경우 10년 전 대동맥 판막질환으로 인공판막 수술을 받았지만, 좌심실 박동 능력이 갈수록 떨어지는 데다 고령으로 다른 사람의 심장이식도 어려워 임상시험 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병원 측은 덧붙였다.

이 병원은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승인 받은 임상시험 계획에 따라 앞으로 2명의 환자에게 인공 보조심장을 더 이식할 계획이다. 비용은 수술비와 입원비를 뺀 인공심장 가격만 1억100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인공 보조심장 이식 후 1년 이상 장기 생존 여부를 봐야 하기 때문에 아직 성공 여부를 단언하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고려대 안암병원 흉부외과 선 경 교수는 "인공 보조심장은 지금도 연구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어떤 방식이 더 우월하다고 단정하거나, 장기간의 관찰 없이 시술에 성공했다고 판단하기는 힘들다"면서 "다만 몸에 맞게 소형화된 3세대 비박동형 제품으로 국내에서 4개월여를 생존시켰다는 점은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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