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은 쿼드코어, 앱은 여전히 단일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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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12일 10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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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PC를 쓰다가 화면 여기저기에 창을 띄워놓고 여러 작업을 동시에 하는 경우가 많다. 음악을 들으면서 문서를 읽고, 인터넷 서핑도 하면서 영화를 보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렇게 한 대의 컴퓨터로 복수의 작업을 처리하는 것을 멀티태스킹(multitasking)이라고 한다.

단일코어(core, 핵심연산회로) 프로세서를 탑재하던 과거의 PC는 연산성능의 한계로 인해 멀티태스킹을 원활히 하지 못했지만, 2000년대 들어 멀티(다중)코어 프로세서가 대중화되면서 PC의 멀티태스킹 능력은 크게 향상되었다. 2012년 현재, 2개의 코어를 가진 듀얼코어 프로세서는 이미 대중화되었고, 4개의 코어를 가진 쿼드코어 프로세서를 탑재한 PC 역시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증가한 코어의 활용방안


이러한 흐름은 '손 안의 PC'로 불리는 스마트폰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초기에는 단일코어 프로세서를 탑재한 스마트폰 밖에 없었지만, 2011년 1월에 LG전자가 듀얼코어 프로세서를 탑재한 '옵티머스2X'를 출시했으며, 2012년 5월에는 쿼드코어 프로세서를 탑재한 삼성전자의 '갤럭시S3'가 나왔다. 이정도의 발전 속도라면 얼마 있지 않아 헥사코어(코어 6개)나 옥타코어(코어 8개) 프로세서를 갖춘 스마트폰도 나올 기세다.



그런데 이렇게 급격히 발전된 하드웨어를 소비자들이 과연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특히 듀얼코어나 쿼드코어 프로세서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멀티태스킹 능력을 현재의 스마트폰 환경에서 최대한 활용하는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은 멀티태스킹과 친하지 않다?


우선, 큰 화면을 갖춘 PC와 달리 기껏해야 4~5인치 남짓의 작은 화면을 가진 스마트폰에서는 복수의 앱을 동시에 띄워놓고 작업을 하기가 쉽지가 않다. 물론 안드로이드나 iOS와 같은 스마트폰용 운영체제는 내부적으로는 멀티태스킹을 지원하지만, 동시에 여러 앱을 겹쳐 구동하더라도 결국 사용자가 보는 화면에는 하나의 앱만 표시될 뿐이다. 실질적으로 사용자가 체감할 수 있는 멀티태스킹은 음악을 틀어놓고 인터넷 서핑이나 SNS를 하는 정도가 고작인 것이다. 다만, 이 정도는 단일코어 기반의 스마트폰에서도 큰 문제 없이 할 수 있다.
물론 하나의 앱만을 구동하는 상태에서도 멀티코어 프로세서의 성능으로 인해 처리 속도가 향상될 수는 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해당 앱이 멀티코어 연산을 지원하도록 개발되어야한다. 하지만 현재까지 출시된 앱 중 상당수는 단일코어 환경에 최적화된 경우가 많다. 하드웨어의 발전을 소프트웨어가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나란히 띄우거나 혹은 겹쳐 띄우거나


스마트폰 제조사에서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 않은 것은 아니다. 최근 출시된 스마트폰 중 일부는 멀티코어 프로세서의 성능을 살린 멀티태스킹 기능을 탑재했음을 강조하고 있다. 삼성전자 갤럭시S3등에 탑재된 '멀티 윈도우' 기능, 팬택 베가R3 등에 탑재된 '미니 윈도우' 기능이 대표적이며, 이를 활용하면 하나의 앱을 사용하고 있는 상태에서 또 하나의 앱을 별도의 창 형태로 함께 구동하는 것이 가능하다. 다만, 모든 앱이 이런 다중 창 기능을 지원하는 것은 아니며, 스마트폰의 좁은 화면에서 오는 한계도 여전하다.


LG전자의 경우는 조금 더 적극적이다. LG전자의 옵티머스뷰2와 옵티머스G는 두 가지의 앱을 전체화면 상태로 겹쳐 구동하면서도 화면을 전환하지 않고 양쪽의 기능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Q슬라이드'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이를 이용하면 배경화면에서 반투명 상태로 구동되는 영화나 DMB 방송을 감상하면서 인터넷이나 카카오톡, 메시지 등의 기능을 동시에 쓸 수 있다. 스마트폰 특유의 좁은 화면을 극복하면서 효과적으로 멀티태스킹을 하기 위한 아이디어라 할 수 있다.

최신 스마트폰을 구매하는 이유


모든 컴퓨터 기기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기능이 조화를 이뤄야 비로소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2012년 현재의 스마트폰 시장은 하드웨어의 발전속도에 비해 소프트웨어의 발전속도가 상대적으로 더딘 편이다. 스마트폰 자체는 쿼드코어급인데 활용방안이 단일코어 수준이라면 이건 대단한 자원 낭비가 아닐 수 없다.
다행히도 일부 제조사들이 고성능 하드웨어의 성능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아직도 소비자들의 시선은 '활용방안' 보다는 '스펙'쪽에 쏠려 있는 것 같다. 최신 스마트폰을 왜 사는지, 그리고 어떤 기준으로 구매를 해야할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시점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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