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자기주도아이, 어떻게 만들까…“아이의 자율성, 부모 역할에 따라 달라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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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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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는 집이라면 ‘자기주도적 아이’ ‘자기주도성 공부’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스스로 알아서 열심히 하는 아이. 목표를 갖고 앞으로 나아가는 아이. 실패한다 해도 긍정적인 마음으로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아이…. 대다수 부모들이 마음속으로 꿈꾸는 자녀의 모습일지 모른다.

어떻게 하면 이런 아이로 만들 수 있을까. 그 전에 아이들의 심리적 특징부터 파악하는 게 순서다.

소아정신전문가들은 “자율성(자기주도성)은 태어난 후 만 12세까지 거의 대부분 형성된다. 부모는 아이의 연령별 정신발달 과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거기에 맞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녀의 심리·뇌 발달 과정부터 이해해야 한다. 이소영 순천향대부천병원 정신건강의학과장의 도움말로 아이들의 연령별 심리와 부모의 역할을 꼼꼼히 알아보자.

○ 만 1세, 세상 보는 시각이 결정되다


세상에 태어난 아기는 모든 것이 낯설다. 표현할 방법이 없으니 춥고 배고프면 울기만 한다. 이 시기에 아기는 외부 세계에 대한 신뢰를 쌓기 시작한다. 동일한 양육자가 지속적으로 보살피면서 안정감을 줄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정신의학자들이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라면 만 2세까지는 가정보육이 필수적이다”라고 하는 것도 이 때문. 울어도 아무도 오지 않는다면 아기에게 세상은 ‘두렵고 무서운 곳’이라는 무의식이 남는다.

아기의 뇌는 나와 다른 이를 구별해내지 못한다. ‘엄마=나’라고 생각한다. 엄마가 눈앞에서 사라지면 불안해한다. 분리불안이 생기는 것이다. 만 3세까지는 ‘애착’이 생기는 시기다. 가족 모두가 아기를 보살펴야 한다. 엄마가 우울한 표정을 지으면 아기에게도 전달되는 만큼 아빠, 조부모들이 특히 아기에게 신경 써야 하는 시기다.

보챌 때마다 안아주면 버릇이 안 좋아질까? 이런 생각에 아기가 울어도 내버려두는 부모가 있다. 아이는 무엇인가 불편해 우는 것이다. 이런 양육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 만 2세, 부모가 불붙는 호기심을 억누르다

생후 1년이 지나면 아기들은 걷기 시작한다. ‘엄마=나’가 아니란 사실을 알게 된다. 부모 도움 없이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자각한다. 사회와 나를 구분하는 시기로 접어든 것이다. ‘내 맘대로 할 수 있다’는 사실도 깨닫는다.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되면서 호기심이 폭발적으로 많아지는 때가 바로 만 1∼3세다. 반찬뚜껑을 집어던지고, 종이를 입에 넣어보기도 한다. 이 시기에 부모들이 자주 하는 말이 있다. “하지 마” “만지지 마” “위험해”.

물론 위험한 물건들은 만지지 못하게 해야 한다. 그러나 부모가 지나치게 제한하고, 화를 면명 안 된다. 아이가 떨어뜨리거나 흘릴까 봐 부모가 다 해줘도 아이는 무력해진다. 주저하게 되고, 의지가 발달하지 않는다. 자율성이 부모 때문에 억제된다.

어떻게 해야 할까. 위험한 상황은 피하되,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 부엌을 뒤지지 못하도록 할 게 아니라 깨질 만한 그릇은 아이 손이 닿지 않은 곳으로 모두 올려놓으면 된다. 부엌서랍 안에는 나무·플라스틱 재질의 부엌도구들을 가득 넣어놓는다. 아이에게 떠먹여줄 것이 아니라, 헌 옷을 입혀놓고 혼자서 먹게 한 뒤 나중에 입과 손을 닦아주면 된다.

○ 만 4∼6세, 놀이를 통해 실패를 배우다

유치원을 다니는 만 4∼6세 시기에 아이는 도구를 통해 노는 법을 알게 된다. 뇌도 더욱 발달하고, 감정도 점점 세밀하게 분화되기 시작한다. 이 시기 아이들의 정신건강에 필요한 것은 부모와의 상호작용이다. 언어능력이 발달하는 시기인 만큼 주말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여러 곳을 찾아가 직접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 4∼6세는 아이들이 실패를 맛보는 시기이기도 하다. 블록 쌓기를 잘하지 못하는 아이는 좌절감을 느낄 수도 있다. ‘나는 왜 못하지? 이런 것도 못하면 엄마 마음에 안 들겠지?’라는 생각이 든다. 따라서 놀이나 학습에서 실패했다 하더라도 적극 격려해주자.

○ 10세, 인간의 자존감이 완성되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 아이들의 정신세계는 더욱 복잡해진다. 저학년 때는 사탕을 받거나 더 많은 게임시간을 부모에게 허락받기 위해 행동한다. 하지만 고학년이 될수록 성취감이 주는 희열에 눈뜨게 된다. 소위 자존감이라는 것이 완성되는 시기다.

일부 부모들은 공부 부담을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이가 학교생활을 거의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에도 방임하기도 한다. 그러나 학습과 공부 역시 중요한 부분이다. 병원에 찾아와 우울증을 호소하는 어린이나 청소년 중 상당수가 “남들이 다 해내는 일을 나는 하지 못한다”고 호소하는 대목에서 이를 알 수 있다. 1등이 아니더라도, 남들이 무난하게 해내는 공부나 운동을 못하는 것에 아이들 마음속으로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뜻이다.

따라서 부모는 아이의 옆에서 같이 뛰는 영리한 마라톤 코치 역할을 해야 한다. 아이 손을 억지로 잡아끌고 달리라는 소리가 아니다. 달리는 사람은 아이다. 그 대신 부모는 아이가 혼자서 해결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학습영역은 무엇인지 알고 있어야 한다. 또 아이의 반응에 따라 적절하게 과제의 양을 조절해주는 것이 좋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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